[플라워챠트제작기] "형은 그를 29호라고 불렀다"

2005년 5월
플라워챠트 애니메이션 부문
1위 수상자 이관우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Braunston Interactive에서 근무중인 이관우 입니다. "형은 그를 29호 라고 불렀다" 는 7'03''초 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작년 천안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졸업작품으로 제작되어졌습니다.

사실 이 작품에는 제작기까지 필요할 정도에 기술력 이라던지 독자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러 고수님들께서 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상당히 긴장이 됩니다만 그래도 태어나서 이런거 한번 써보고 싶었기에 특별한 방법론 보다는 제가 애니메이션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경험들을 편하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쓰는 재주가 없어 여러 제작기를 읽어보았더니, 주로 서두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3D를 처음 첨하였고, 툴을 학습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는 글이 빠짐없이 들어가던데요, 저역시 그렇습니다. -0- 제경우는 96년도부터 지금까지 웹디자이너란 타이틀을 달고 있고. 쓰리디나 웹이나 머릿속에 있는걸 표현하는게 재미있어서 이 길을 택했지만, 가까운 미래엔 TV와 WEB간의 매체가 통합됨에 따라 미디어 매체의 벽이 무너지고 영상과 인터렉션이란 연관성이 따라다닐것 같다는 예측을 나름대로 한 결과 WEB을 하면서 장점으로 가지고 있던 인터렉션은 짊어진채, 3D(영상)쪽에 포커싱을 맞춰야 하겠다는 결심하에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를 복학하여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결심 하였습니다.

하지만 캠퍼스 생활을 너무 누린 나머지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는, 할 줄 아는거라곤 Softimage|XSI 띄어놓고 CUBE박스 몇개 꺼내서 빙글빙글 돌려보며 신기해 하던것이 프로젝트 완료하기 6개월 전의 저였습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세밀하게 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 나갈지, 그리고 그 이야기에 맞는 분위기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어디까지인지를 먼저 솔직하게 노트에 적어놓고 구체화를 시켜 나갔습니다. 어짜피 기간 내에는 높은 퀄리티는 내기 힘들고, 일만 크게 벌려놓고 마무리 못짓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스토리를 짤때부터 캐릭터 컨셉을 간소화시켰고 그에따른 이야기와 총 러닝타임등을 계산하였습니다. 그리고 좀더 구체적으로 애니메이션의 타켓팅, toon & manner등을 정하고 문서화 시키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형은 그를 29호라고 불렀다" planning

어느정도 캐릭터가 구체화되고, 컨셉과 Toon&Manner가 정해지고 나서부턴 어떤 툴을 써야 할지 그리고 학습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가 가장 난감한 부분이였습니다. 그래도 한번이라도 실행을 더 시켜본 XSI를 메인 툴로 정하였고, 외국커뮤니티 및 국내 CG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작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찾던중 Motionbuilder와 wing3D라는 툴을 아는 분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뒤로 눈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항상 wings3D메뉴얼을 들고 다녔고, Motionbuilder의 강좌를 보며 하루의 대부분을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형은 그를 29호라고 불렀다" Workflow

아래 캐릭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머리속에 구상되어있는 컨셉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제가 모델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건 스피어 꺼내어 조물락 거릴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에 맞게 캐릭터가 둥글둥글 해 지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wings3D에서 제작에 들어가려니 도무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모르겠고, 스피어를 하나 꺼내 담배만 피며 모니터를 쳐다보는 행위가 몇칠동안 이어졌습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무작정 국내CG사이트 갤러리 란에 들어가 가장 잘만들어진 작품의 제작자에게 컨셉으로 그린 이미지와, 스토리등을 설명하고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될지를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도움을 주셨고, 컨셉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외국의 유명 모델링의 와이어구조등을 보내주셨고, 몇몇 사이트등을 알려주셔서 도움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형은 그를 29호라고 불렀다" concept artwork

초반씬에선 2D애니메이션으로 진행하고자 했지만, 2D애니메이션을 하려면 많이 그려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엄청나게 많이 그려야 한다는 무서움은 몰랐기에 백그라운드는 고정으로 둔체, 라인이 지글거리는 효과와 캐릭터의 퀄리티를 살리고 적은 장수로 트랜지션을 주어 그나마 2d애니메이션처럼 보이게 노력했습니다.

모델링 작업이나 애니메이션은 각각 특화된 툴을 사용하였기에 XSI에선 주로 씬에 대한 설정과 랜더링작업이 주가 되었습니다. 가능한 수정이 들어가야 할 부분에선 PASS로 레이어를 분리하여 따로 랜더링을 하였고, 씬 분위기를 내는데 있어서도 XSI의 FinalGathering이나 Global Illumination을 사용했었지만, 너무나 사실적인 공간감을 보여주는 놀라움뒤에는 어마어마한 랜더링타임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다수의 라이트와 ambient occlusion을 사용하여 합성하는 방법을 택하였습니다. 랜더링 역시 하루아침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프리뷰사이즈로 랜더링후 FINAL을 뽑았지만 영상의 지글거림을 인지하지못해 다시 랜더링하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했었습니다.

Motionbuilder 작업시엔 다행히도 xsi의 작업과정이 고스란이 넘어오고 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shape animation이나 손가락의 파라미터 설정값들도 거의 완벽하게 export/import가 가능했고 Motionbuilder의 뷰포트 속도는 xsi뷰포트보다 몇십배 이상 빨랐기 때문에 육중한 건물배경과 캐릭터 모두를 띄어나도 실시간으로 키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씬을 나눌필요 없이 take별로 다수의 씬을 관리할 수 있었고 키값역시 이전이 가능했기 때문에 씬중에 공통되는 부분은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면 끝이였습니다.

최송 합성은 DigitalFusion으로 작업하였고, Shake와 마찬가지로 노드구조방식을 따르기때문에 중간중간 작업과정을 이해하기 쉽고, 수정이 편리하였습니다.

기획에서부터 완료시점에 이르기까지 정말 셀 수 없을정도로 문제가 많았지만, 전체 파이프라인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좀더 알차게 내용을 채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점 사과드리며, 다음번엔 멋진 작업물로 찾아 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CGLAND관계자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