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GDCA)의 김병헌 원장을 만나 역동적으로 문화콘텐츠 제작지원의 중심지로 발돋음하려는 진흥원의 미래 비전을 들어보았다.
애니메이션 <탑블레이드>,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등의 기획자, 영화진흥위원회 애니메이션 정책소위 위원장,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조직위원회 국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사무총장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인 김병헌 위원장은 문화 산업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부천 지역에서 벗어나 경기도로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은 원래 경기디지털아트하이브종합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2002년 경기도 부천에 세워졌다. 진흥원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지난 9월. 이름이 바뀌면서 위상과 역할 또한 적지 않게 변화되었다.
"경기도의 문화콘텐츠진흥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를 포함한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 등을 지원합니다." 김병헌 원장은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에 대해 이와 같이 정의내렸다.
"경기도는 규모는 큰데 비해 문화 정책을 입안하고 코디네이팅하는 중심부서가 없었습니다. 또 이곳도 이전에는 부천시에 속한 센터로서의 이미지가 강했었구요." 이에 경기도가 체계적으로 중장기 계획을 세웠고 그 결과 현재의 진흥원이 탄생되었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센터 시절에 애니메이션 특화 지원 기관으로 알려졌다면, 이제는 디지털콘텐츠를 중심으로 CGI 콘텐츠를 중점 지원하는 진흥원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김 원장의 계획이다.
"디지털을 통해서 장르가 통합되고, 방송국과 통신이 통합되는 이런 세상인데, 애니메이션만 특화가 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 진흥원은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해서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경기도의 산하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역할은 경기도 디지털문화의 코디네이팅이다.
"경기도는 문화콘텐츠시장 점유율이 서울 다음으로 높으며, 다양한 문화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게임은 분당, 방송ㆍ영상은 일산, 지식산업은 안양, 만화ㆍ애니메이션은 부천 등 꼽을 수 있지요. 우리는 이런 식의 큰 그림을 중장기 계획에 담아 코디해 줄 것입니다."
이제는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
선택과 집중을 통해 CGI 분야의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밝힌 김병헌 위원장은 이를 '신화창조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센터 시절에는 입주사 중심의 열거형 지원정책을 벌였습니다. 이제는 좋은 프로젝트와 선도기업을 입주시켜 중점 지원하는 형태로 전략을 펼칠 생각입니다."
킬러콘텐츠의 발굴과 육성을 위해 가장 먼저 마련되는 것은 대규모 투자조합 설립이다.
김 원장은 LG필립스, 산업은행 부천지점, SK C&C 등 경기도 관내 기업이 모여 내년 6월까지 총 500억 원 규모로 디지털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말까지 2백억 원을 모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와 병행해서 진행되는 것이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다.
진흥원은 현재 김종학 프로덕션의 TV시리즈 '태양사신기'에 최신ㆍ최고급의 종합편집실 장비를 투자 개념으로 지원하기로 했으며 차츰 이러한 지원을 늘여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직접 지원은 꼭 한국 기업에 국한시키지만은 않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에도 꺼리가 있다면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도 밝혔다. 또한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단지 경기도에 있다는 이유로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이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진흥원은 소수 프로젝트에 집중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관련 예산으로는 25억 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스타프로젝트에 2005년 지원하는 예산이 35억 원인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적은 예산이 아니다.
창작발전소
"좋은 프로젝트의 핵심은 좋은 인력입니다." 콘텐츠 창작에 있어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김 원장은 올해 안에 디지털제작소라는 제작센터를 만들어 이른바 '창작발전소'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작센터에는 10여 명의 경기디지털콘텐츠아카데미 졸업생과 기존의 단편 작가 등 총 50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들은 홀로 또는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들의 신선한 결과물을 틀어 줄 공간 마련의 일환으로 모 방송사와 얘기가 밀접하게 진행 중이다.
"이를테면 방송국의 전속작가, 감독이 되는 셈이지요."
우선은 TV 동화와 같은 단편 포맷으로 시도를 해 본 다음, 역량이 쌓이는 대로 좀더 큰 프로젝트를 만들어 볼 수 있다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쉴 새 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와 같이 끊임없이 창작을 구상하고 만들어보는 발전소의 공간으로 디지털제작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글로벌화
"중국에도 우리 진흥원과 같은 조직으로 상해에 다매체산업원(Shanghai Multimedia Park)이 있습니다. 이곳과 함께 한중디지털콘텐츠진흥센터라고 11월 중에 오픈을 할 예정입니다."
진흥센터를 수출거점으로 만들어 네트워크를 만들고 넓히면서 아시아를 대상으로 시장확대를 노린다는 게 진흥원의 세계 전략이다.
이런 맥락으로 올 겨울을 전후로 해서 경기도, 상해, 오사카 등을 돌아가면서 CG마켓플레이스라고 하는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김병헌 원장은 밝혔다. 이 페스티벌은 문화콘텐츠 관계자들이 모여 시장과 펀드, 공동제작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김 원장은 덧붙였다.
"마켓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네트웍을 만들고, 시장을 창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베이징-도쿄가 있다면, 경기도-상해-오사카 등 비슷한 처지의 도시들이 서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디지털콘텐츠 수출의 교두보 확보는 물론 수출 증진을 꾀할 수 있다는 게 연합의 핵심전략이라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것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이 신경써야 할 부분은 앞날에 대한 계획만은 아니다. 경기도라는 환경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서 콘텐츠 창작과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무래도 모든 물자와 인력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부천이라는 공간은 약점일 수도 있다. 물론 시각에 따라서는 이를 장점으로 잘 활용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원장은 올초 취임한 이후부터 입주사 등으로부터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을 받았다고 한다. 1위가 접근성이었고, 2위가 재정적인 지원 즉 투자였다. 그 다음은 제작지원과 공용장비 지원 등의 순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접근성의 문제는 다른 부분에 대한 보상으로 상쇄시킨다는 게 김 원장의 전략.
우선 김 원장은 임대료와 관리비 50% 인하를 단행했다.
평당 5천 원 하던 임대료는 2천 80원에, 관리비는 만 8천 원에서 그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렇다면 실제 입주사들은 이를 어떻게 느꼈을까? 기자의 조사 결과 입주사들의 반응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투자 지원은 누가 받을지 모르지만, 이런 입주 비용의 할인은 바로 경영에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기숙사 시설을 확충해서, '보다 넓고, 생태환경은 좋으며, 인터넷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며, 교통의 접근성을 고려한 곳'을 기숙사 시설로 확충했다.
이런 정책이 알려져서일까? 새로 인근 빌딩에 두 개 층, 540평 규모로 마련될 추가 지원 입주 시설에 대한 경쟁률은 매우 치열하다. 현재 4대 1을 기록하고 있는 이 경쟁률은 최종적으로는 10대 1가까이 될 전망이라고 진흥원 측은 밝혔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부분은 많지만, 결코 주변 여건을 한탄하지만 않고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는 김 원장의 추진력에 기대를 건다.
김 원장은 올 3월 진흥원에 취임한 뒤 처음 한 일이 그동안의 사업들을 재 점검하고 정리하는 것이었다고 털어놓았다.
"3개월 동안 사업을 안 했습니다. 통합할 것, 버릴 것, 지속해야 할 사업, 강화할 것 등등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를 통해 생색내기 식의 대중화 사업과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지원책들은 과감하게 줄였다고 밝혔다. "다양한 지원 정책이 있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지원정책을 써온 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3분의 2는 버렸다고 봐야한다는 김 원장. 그러나 꼭 자신의 정리가 완벽하다고 주장 하지만은 않는다. "문제는 또 나오겠지요." 문제점이 도출될 때마다 수정하고 새로운 계획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또한 공무원 비스무리하게 변질되는 진흥원 자체에 대해서도 일신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진흥원 직원들에게도 과감하게 연봉제를 채택하고, 인센티브와 함께 삼진아웃제의 도입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뚝심있게 소신을 관철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병헌 원장.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경기디지털진흥원을 이끌어 나갈지 기대가 되었다. 경기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을 이끌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