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한 해를 되돌이켜 보면, 정말 다양한 일들이 디지털콘텐츠 업계에서 벌어졌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게임 업계에서는 해외 자본의 국내 업체 인수가 진행되는 한편, 세계적 규모의 게임 전시회가 처음 열렸습니다. 또한 캐주얼 게임이 열풍을 일으켰으며, 각 게임 제작사들은 미래를 대비해서 차세대 비디오 게임에 발빠르게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우리의 창작물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성과가 이어졌습니다. 내년에는 모아두고 있는 잠재력을 터뜨리는 한 해가 되기를 빕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2D, 3D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인수합병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앞으로 어떻게 CG작업자들에게 미칠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시장을 독점하게 될 이 회사들이 어떻게 정책을 펼쳐 나갈까요?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국내 소프트웨어의 약진도 눈부십니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액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현재 영화를 통해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기사를 통해 지난 한 해를 정리하는 계기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 다사다난했던 국내 게임 업계 ]
■ 해외 자본의 국내 게임사 인수
2004년 중국 샨다의 액토즈 인수에 이어 2005년에는 그라비티가,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사에 인수됨으로써 업계에 큰 파장을 던졌다. 그라비티의 나스닥 직상장 이후 5개월 후 벌어진 사건이다. 이를 두고 업계의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에서부터 '한국 온라인 게임의 성공 사례' 등 다양하다.
아무튼 인수는 완료되었고, 그 와중에 김정률 전 그라비티 회장은 자신의 주식을 판 댓가로 4000억 원의 매각대금을 손에 쥐게 되었다. 김 전 회장은 이 돈으로 새 게임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한편 그라비티와 소프트뱅크 계열사들은 1000억 원대의 온라인 게임 펀드를 조성, 국내외 온라인 게임 업체들을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최근 했다. 소프트뱅크의 본격적 한국 진출의 신호탄이 아닐런지.
■ 국제적 게임 전시회 국내에서 성대하게 개최
세계 게임쇼를 목표로 힘차게 닻을 올렸던 국제게임전시회 G★ 2005가 올해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한국국제종합전시장(KINTEX)에서 개막되었다.
4일간 15만 명의 관객이 참가, 대내외 적으로 인기를 과시했다. KINTEX 개장 이래 가장 많은 유료 관람객을 동원한 행사이기도 하다. G★ 2005는 이와 함께 현장에서 다양한 수출입 관련 상담이 이뤄졌다. G★조직위에 따르면 현장 상담액이 2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행사장의 각 부스의 안내를 맡은 도우미 역시 게임쇼를 빛내 주는 데 한몫했다.
■ 웹젠, 100억 이상 투여한 대작 게임 『SUN』 발표
웹젠이 개발한 신개념 액션 온라인 게임 대작, 『SUN: Soul of the Ultimate Nation (절대국가의 영혼)』은 3년간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오픈 전부터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었다. SUN의 가장 큰 특징은 콘솔(Console)게임에서만 맛볼 수 있던 고도의 액션성을 온라인게임을 통해서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 온라인 게임 최초로 노말맵을 적용한 고 퀄리티 그래픽과 음향 또한 액션성에 뒤지지 않아 이 요소들이 삼위일체 된 첫번째 온라인게임이라는 게 웹젠의 자체 평가이다.
게임유저들의 많은 기대를 반증이라도 하듯 지난 9월 진행된 1차 클로즈베타테스터 모집에는 999명 모집에 30만 명이 몰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웹젠 관계자에 따르면 SUN은 2006년 1월 중 프리오픈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기반으로 상용화 일정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 국산 1인칭 슈팅 게임 돌풍
국산 1인칭 슈팅(FPS) 게임 시대를 연 주인공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 세계 정상의 FPS 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를 몰아내고 국내 정상으로 등극했다. 카운터스트라이크는 국내 PC방과의 과금 분쟁에 대한 여파로 그 점유율이 떨어졌다.
이 상황에서 2위와 3위는 게임하이의 『서든어택』과 드림익스큐션의 『워록』이 차지. 국내 FPS 전성시대를 열었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해외 FPS 게임이 발을 못 붙이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국산 FPS 게임의 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캐주얼 게임 열풍
2005년은 캐주얼 게임이 일반 대중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 간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넥슨에서 『카트라이더』로 한 달 벌어 들이는 돈은 50~60억 원. 또한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 KRG 소프트의 『열혈강호』 등은 각각 한 달 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자극을 받아 엔씨소프트 등이 게임포털을 만들고 시장 진출을 노리는 등 그야말로 캐주얼 게임 열풍 현상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제작사에게는 제작비가 저렴하다는 점, 게임 유저에게는 적은 이용료를 내는 점 등이 캐주얼 게임에 몰리는 이유가 아닐까 분석된다.
당분간 캐주얼 게임에 대한 인기는 지속될 듯.
[ 차세대 게임 기기 속속 출시 ]
■ Xbox360 판매 개시
세계 비디오게임 시장 찬탈을 노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11월, 북미 지역에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인 Xbox360을 출시했다. MS는 이후 유럽과 일본에 잇달이 Xbox360을 선보이면서 공개적으로 차세대 비디오 게임 시장에 대한 선전포고를 날렸다.
Xbox360은 특히, 고화질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을 전면에 내세우며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다. 또한 인터넷과 연결된 Xbox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각종 콘텐츠를 신속하게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갖췄다.
2006년도 플레이스테이션3와의 전쟁에서 어떤 전과를 올릴지 자못 흥미롭다.
■ 소니 휴대용게임기 PSP출시
플레이스테이션2의 개발사인 소니가 내놓은 휴대형 엔터테인먼트 기기 PSP가 지난 5월 국내 선보여 인기리에 판매되었다.
PSP는 게임 및 동영상, MP3 음악 및 사진 등을 구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현재까지 23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PSP로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거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발견한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내년 4월까지 원래 계획했던 30~40만 대 판매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말 얼리어댑터들의 천국인가.
[ 2005년 주목 받은 애니메이션들 ]
■ 게임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의 애니메이션 『파이날판타지7 어드벤트칠드런』 DVD출시
일본 스퀘어에닉스는 97년 발매되어 플레이스테이션(PS) 보급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롤플레잉게임 『파이널판타지7』의 뒷이야기를 그린 『파이널판타지7 어드벤트 칠드런』을 발매했다.
파이널판타지7 어드벤트 칠드런은 홀리의 발동으로 세계가 구원된 전작 엔딩에서 2년후를 배경으로 주인공 클라우드가 겪는 새로운 싸움을 다루고 있다. 베네치아 국제영화제나 몬트리올 국제영화페스티벌 등에 초대작품으로 선정되는 등 화려한 영상미로 발매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제 일본은 3D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세계가 주목한 한국 애니메이션: 『Birthday Boy』가 아카데미상 후보로
호주 동포 영화 감독인 박세종씨의 애니메이션 『버스데이 보이(Birthday Boy 2004 10min)』가 제77회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작에 선정됐다.
버스데이 보이는 1951년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전선에 나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린 만욱이의 이야기를 사실적 기법으로 담아낸 3D 애니메이션 단편이다. 전쟁의 아픔을 겪는 당시 한국인의 모습을 뛰어난 이야기구조와 화면을 통해 잔잔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종 국제 애니메이션 관련 상을 휩쓸고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면서 주가를 올린 박세종 감독은 고국으로 돌아와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박 감독이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는 곳은 춘천에 위치한 강원정보영상진흥원. 세계를 놀라게 할 어떤 작품이 만들어 지고 있을지 기대된다.
■ 『트리로보』일본 엑스포에서 격찬받다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 박람회인 아이치 엑스포에서 한국관을 장식했던 인디펜던스의 3D 애니메이션 『트리로보』. 2005년 디지털콘텐츠 대상 은상(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은 물론, 올해로 12번째를 맞이한 BAF는 유럽 최고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BAF(Bradford Animation Festival)2005에서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대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 거대 소프트웨어 회사들 인수합병 붐 ]
■ 오토데스크, 알리아스 인수하다
10월 오토데스크는 마야와 스튜디오툴즈 등으로 영화와 공업디자인에서 강세를 보였던 알리아스를 인수한다고 발표, 전 세계 CG인들을 놀라게 했다. 알리아스가 팔린 가격은 1억8천2백만 달러(약 2천억 원). 이로써 오토데스크 M&E는 예전에 상보 또는 경쟁관계였던 마야와 맥스 두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갖추게 되었다.
알리아스 인수로 오토데스크는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공업 디자인 등 기존 알리아스가 강점을 보였던 부분을 흡수,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알리아스 아시아 지사장 알렉스 켈리는 이번 인수로 마야의 개발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마야와 맥스를 합친 제 3의 소프트웨어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변화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 어도비, 매크로미디어 인수하다
지난 4월에는 2D 그래픽 툴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던 어도비와 매크로미디어가 합병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매크로미디어 인수 비용은 34억 달러(약 3조 4천억 원). 합병은 12월에 완료되었으며, 매크로미디어 브랜드는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어도비와 매크로미디어의 인수 합병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활용 범위가 다양한 표준 전자문서 포맷인 PDF와 강력한 멀티미디어 기술인 매크로미디어 플래시가 결합함으로써, 더욱 혁신적이고 강력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이번 매크로미디어 합병으로 2D 시장의 명실상부한 패자로 군림하게 될 어도비..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자.
[ 국내 3D 기술 한 단계 진보하다 ]
■ 국내에서 개발한 디지털액터
실제 배우와 비슷한 외형과 동작을 가진 영상 캐릭터인 '디지털 액터'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특히, 개발된 디지털 액터 영상은 실제 배우 사진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의 뛰어난 영상 품질을 지녀 주목을 받았다.
ETRI의 디지털 액터 기술은 배우나 방송인 등 실제 사람을 CG 캐릭터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다양한 영상제작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ETRI는 이 밖에 더욱 다양하고 고품질의 CG제작 툴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에 풀 ETRI의 보따리를 기대해 보자.
■ 자연스러운 옷과 머리카락 시뮬레이션 툴 국내 기술로 개발
서울대 최광진 박사와 연구팀은 3D로 사실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옷과 머리카락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발표했다.
퀄로스는 Quality와 Cloth 두 글자를 합친 단어의 제품으로 마야의 플러그인인 동시에 최 박사가 동료와 함께 설립한 FXGear사의 첫 상용 소프트웨어이기도 하다. 기존의 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경우, 다루기도 쉽지 않으려니와 어느 것은 되고, 어느 것은 안 되는 등 사용자의 속을 썩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었다. 그러나 퀄로스는 이러한 타 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서 안 되는 문제들을 손쉽게 해결되어 현재 상용으로 나와있는 어떤 경쟁 툴보다 완성도가 높다.
퀄로스 개발에 이어 최 박사와 ETRI 연구팀은 헤어 시뮬레이션 툴인 FXHair를 개발했다. 마야 기반의 플러그인 형태로, 넙스 커브로 만들어진 머리카락은 물론 기존 마야 헤어 시스템으로 스타일링 된 헤어의 다이내믹스를 계산할 수 있다. 이 제품은 기존 헤어 시뮬레이터에 비해 캐릭터의 역동적인 동작에서의 헤어 시뮬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처리해 주며 계산 속도 또한 기존의 헤어 시뮬레이터보다 앞선다고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