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당에서 보내 준 두 권의 사진관련 서적이 내 앞에 도착했다.
표지에는『인물사진 촬영을 위한 DSLR』과 『사진 잘 찍는 책』이라고 각각 대문짝만한 제목이 박혀있다.

평소 사진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서평을 써야한다는 특별한(?) 강박관념은 없었지만 반나절을 투자해
두 권의 책을 정독하고 나름대로의 견해를 기술해야 하는 시점이 오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이 굉장히 빠르게 이루어졌고, - 이에 폰카도 한몫했다. -
관련 제품군과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는 요즘, 내가 쓴 지극히 주관적인 글에 수많은 예비독자들이 휘둘릴 것을 생각하니 더더욱 그러했다.

아무튼 단순한 소개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서적판매 사이트들에 소개된 목차와 개요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제부터 써 내려갈 서평은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이자 가감 없는 감상문쯤으로 생각하면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두 권의 책 중에 크기나 두께 면에서 앞서는 『인물사진 촬영을 위한 DSLR』이 눈에 띈다.
이 책은 번지르르한 광택의 표지위로 여인의 사진이 전면을 채우고 있다.
책표지부터 ‘난 인물사진만 다룬다!’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은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인물을 담기 전에 어떤 상황에서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필살기 수준의 촬영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물론 디지털의 특성인 촬영후의 보정기술도 놓치지 않고 담았다.

일반적으로 똑딱이라 불리우며 널리 보급된 소형디지털카메라와는 달리 일안반사식인 디지털에스엘알(DSLR)카메라는 초창기 몇 백만원씩 하는 가격대에다 렌즈 등 주변 장비도 만만치 않아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최고의 카메라로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카메라제조사들의 보급형 DSLR 전쟁 속에서 저렴한 DSLR 모델들이 양산되었고, 전문가 영역의 카메라 시장은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 급속도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기기만 소유해서는 알 수 없는 사진학, 촬영기법 등의 학문적이면서도 소프트웨어적인 영역을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탐구하기 시작했고, SLR CLUB이란 국내 최고의 관련커뮤니티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먼저 소개하게 된 책『인물사진 촬영을 위한 DSLR』의 저자인 솔라리스(웹상의 닉네임이며 본명은 임정수이다.)도 SLR CLUB사이트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사이트에서 자주 보던 솔라리스의 사진들이 화보집처럼 담겨있고, 각 사진마다 찍을 당시의 세팅상황(셔터스피드, 조리개 등)이 친절히 설명되어 있어서, 초보자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본다.



우선 책의 제목처럼 인물사진만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내용의 산만함을 피하고 여느 책들 처럼 페이지 늘리기 식의 군더더기도 없다.

단지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보정 부분을 숨겼다는 것이다.
책에 실린 솔라리스의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후보정을 하지 않은게 없어 보이는데 카메라 세팅값들만 표시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마치 컴퓨터그래픽 서적에 실린 작업과정(튜토리얼)을 그대로 따라 했는데 결과물이 똑같이 안 나온다던가 중간과정에서 막혀버려 어쩔 줄 모르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을지도 모른다.

물론 위의 경우는 극단적인 예이고, 사진의 경우는 이와 다르지만 간단하게라도 후보정에 대한 내용을 명시했다면 아쉬움이 덜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현존하는 디카관련 서적에서 볼 수 없었던 전문성 - 일종의 희소성 - 을 잘 살리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작은 단점정도로 치부해 버릴 수 있다.

책 내용 중 웹상에서 중급이상의 유저들이 사용하는 은어들을 알기 쉽게 풀이한 부분이나 솔라리스한마디 코너, 아름다운(?)여인네들을 모델로 기용한 점 등은 다소 경직된 콘텐츠에 부드러운 양념역할을 하고 있다.
(모델 기용부분은 남자들이 봤을 때 좋은 점일 수도 있겠다.^^)



필자가 솔라리스를 실제로 만나 본 적은 없지만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관계로 평소에 그의 작품이나
글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웹 상에서 접하던 그의 사진을 지면으로 접하게 되니 개인적으론 친근감이 느껴진다.
물론 그런 사실을 접어 놓더라도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편집된 사진과 가감 없는 경험담들은 저자의 고민과 정성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인물 사진을 찍기 전에 겪을 수 있는 각종 상황에 대한 대처와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팁들이 꼼꼼히 담겨있다.
상황대처에 익숙해 질 때까지 사전처럼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인물을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니즈를 잘 공략했다고 볼 수 있다.

각 사진들에는 제목과 세팅 값 외에도 사용렌즈와 하단에 촬영노하우가 실려 있다.
또한 니콘장비가 주력인 저자의 장비이력답게 니콘장비이미지가 자주 등장하고 입문자들을 위한 각종 촬영장비 등의 하드웨어 소개와 촬영의 원리 등 구색이 잘 갖춰져 있다.



아! 마지막으로 독자의 입장에선 여전히 비싸다고 느낄 법 하지만 출판사가 정한 책 값은 나름대로 적당하다.


이제 두 번째 소개하는 『사진 잘 찍는 책』은 포토그래퍼이자 오디오평론가인 윤광준씨가
에세이 형식으로 출간한 『잘 찍은 사진 한 장』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제목만 떠올리며 한 편의 수필집을 상상하고 책을 펼치는 순간 전혀 다른 책임을 직감하게 된다.
커다란 문제점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거창한 제목이 맘에 안 든다.
사진 잘 찍는 법을 알려줄 요량이라면 바이블을 만들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여전히 제목과 책 자체가 주는 위압감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은 윤돌, 박현수 2인이 집필했지만 솔라리스 한 명이 쓴 책보다 주제가 약하고 내용이 다소 부족하다.
그리고 사진 잘 찍는 책의 예제사진들 역시 포스가 많이 약하다.
마치 하드에 담아 두었던 가족사진이나 평범한 인물, 풍경사진들을 급히 꺼내 놓은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타깃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디카도, 일안반사식 DSLR카메라도 아닌 기기설정의 모호함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혼선을 빚게 한다.

예를 들어 수동기능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일반 카메라로 도저히 표현 할 수 없는 셔터스피트 조절이나
심도에 대한 언급, 렌즈교환이 불가능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망원/광각렌즈에 대한 설명 등은
DSLR 입문서의 냄새를 풍기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의 DSLR 입문자들이 사보지 않을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라리 아직도 일반적인 사용자가 대다수인 일명 똑딱이 디카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고급형카메라에 대해서는 간단한 소개정도로 마무리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폭넓은 사용자들을 아우르려는 의도는 있어 보이나 역효과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고 보여 지며, 좀 더 한우물만 파는 기획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너무 비평만 늘어놓은 꼴이 되었다.
순전히 제목만 보고 느낀 막연한 기대치가 높았던 탓이기도 하다.

물론 이 책에 41개의 챕터로 구분된 테크닉들은 초보자들이 일목요연하게 참고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힘이 없어 보이는 평이한 사진들도 사진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들에겐 부담 없는 예제 - 자신감의 산물 - 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디카나 폰카로 사진을 찍으면서 놓치고 있던 부분이나 알고 나면 사진 찍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기술하고 있다.

책 사이사이에 보이는 39가지의 포토샵 리터칭 튜토리얼도 초보자에겐 더없는 내공신장의 요소가 된다.



결론적으로 『사진 잘 찍는 책』은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초보 입문자가 읽어두면 도움이 될 만한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단 고급형 카메라를 소유한 입문자라면 더욱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