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홍익대학교 조치원 캠퍼스 2006년도 첫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남국 교수와의 인터뷰 약속을 잡은 날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에 연구실을 방문한 기자를 이남국 교수는 미키마우스로 반갑게 맞이했다.

이남국 교수는 1969년 이래 국내외 수백편의 애니메이션 작품에 참여하였고 현재 홍익대학교 산업대학원/조형대학 애니메이션 전공교수직을 맡고 있다. 홍익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학생들에게 평가가 자자한 이남국 교수를 만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착과 학생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느낌 등 이야기를 들었다.

CGLand | 교수님은 35년간 애니메이션이라는 한 분야에서 쭉 일하시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이남국 | 꽤 어렸을 때 애니메이션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관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TV에서 AFKN이라는 미국방송을 볼 수 있었는데요 어느날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시리즈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프로를 보면서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제작되는가에 대한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초등학생때부터 플립북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8밀리 촬영기를 사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볼려고 시도도 해보았습니다. 물론 생각처럼 잘 만들어지진 않았지만요.^^ 고등학교를 마칠 때쯤에는 CF를 만들어볼려고 시도하였고 그 당시 CF제작하는 사람들 밑에 가서 문화생으로 배우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키웠갔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꼭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게 한 것은 중학교때 신동헌화백님이 만드신 『홍길동』을 본 뒤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 중에 애니메이션을 잘 만드는 사람이 없었는데, 홍길동을 보고 우리나라사람도 애니메이션을 만들수 있구나 하고 충격을 받고 애니메이션을 꼭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CGLand | 현재 홍익대학교 애니메이션 전공교수직을 맡기 전에 캐나다에서 활동하시다가 오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활동을 하시다가 오셨나요?

이남국 |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약 20여년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그 후 1980년대에 캐나다로 가서 CANADA SENECA COLLEGE OF APPLIED ARTS & TECHNOLOGY를 졸업하고 북미에서 캐나다 넬바나 애니메이션(Rupert Series)과 휘닉스 애니메이션 프로덕션(Mumfie Series)에서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였습니다.

그 후에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Goof Troop/Darkwing Duck/Conkers Series 등), 워너 브러더즈 TV시리즈 애니메이션(Tiny Toon Series 등)의 감독, 레이아웃 아티스트, 애니메이터 활동과 20세기 폭스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All Dogs Go To Heavens/Anastasia/Titan A.E. 등)제작에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워너브러더즈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Space Jam』이었습니다. Space Jam은 미국과 캐나다와 함께 작업을 한 작품으로 실제 배우의 연기를 촬영해서 그 필름을 분석 후 애니메이션 캐릭터 동작을 맞추어서 제작한 것으로 아주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CGLand | 앞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이전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였는데 지금은 가르치시는 일을 하고 있으십니다. 앞으로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실 생각은 혹시 있으신가요?

이남국 | 물론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도 하겠지만 이제는 가르치는 일이 주가 되었습니다.

2002년도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 애니메이션 교육이 한계에 부닥친 것을 보았습니다. 갑작스레 과가 많이 생겨서 애니메이션 전공이 아니신 분들이 가르치시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교육을 적립하는데 힘을 써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는 기초 교육을 어떻게 가르쳐야 되고 발전단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해 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노력하다 보면 전체적인 교육 수준이 올라가고 좋은 학생들이 배출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GLand |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좋은 소식인 것 같습니다. 2002년도부터 가르치셨으면 꽤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셨을 텐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이남국 | 음…2002년도에 왔을 때 한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2학년 동작연구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는데 과제로 해온 스토리보드가 너무나 엉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웃지도 않은 채 전부 다시 해 오라고 했습니다. 그 뒤 가져 온 두 번째 스토리보드도 원리원칙대로 안 되어 있었습니다. 절반 가까이를 고쳐서 다시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 그 학생은 죽을 맛이었을겁니다. 그래도 어떻게 또 다시 고친 것을 다시 수정한 뒤 제작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뒤의 과정들도 매번 엉망이서 수십 번의 수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작업은 끝났습니다. 수많은 수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한번도 거스르지 않고 수정을 하였고 그렇게 해서 애니메이션이 완성되었습니다. 그 작품 이름은 『아이스크림』입니다.

아이스크림은 2004년도 춘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이 밖에도 여러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여러 번 상을 받았죠.

사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렇게 까지 수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 학생을 만나면 그 학생이 저를 보고 '그때 저를 죽일려고 한거 아니냐'라고 말하곤 합니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학생들의 태도 변화를 들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 홍익대학교에 왔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3D를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제가 전통적인 애니메이션방식을 가르치니까 왜 이런 것을 하느냐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차츰 과제물들을 해 가면서 결과물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불만을 토로하던 학생들이 3D에서 2D로 전향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저에게는 무척 인상깊었던 일이었습니다.

CGLand | 학생을 가르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바라는 점이 있으실텐데 무엇인지요?

이남국 | 많은 학생들이 왜 전통적인 2D애니메이션을 해야 하는지, 굳이 2D 애니메이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등 의문을 품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높은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구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수학을 배울 때도 덧셈, 뺄셈 등 기본공식을 알아야지만 더 높은 문제를 풀 수 있듯이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적인 2D애니메이션 속에는 애니메이션의 전반적인 기본이 들어있습니다. 이를 잘 구사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높은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이남국 교수의 캐릭터

CGLand | 앞으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서 해야할 일들이라고 생각되시는 것은 무엇인지요?

이남국 | 지금 전반적인 애니메이션 산업이 침체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아시다시피 과거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하청작업을 주로 진행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창작경험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애니메이션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업적인 발전도 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작품도 만들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좀더 세분화된 작업공정으로 각 분야별로 전문가를 키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컨셉, 스토리보드 그리고 애니메이션 기획연출과 같은 창의적인 면에서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를 예로 들자면 글만 잘 쓰는 사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적인 요소를 고려하면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입니다.

각 방면에 애니메이션에 관련하여 전문가들을 육성하고 서로 연계하여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보면 대중이 좋아해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산업의 발전으로 이루어 질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산업과 같은 것을 롤러코스터산업이라고 합니다.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 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한 세대가 태어나서 유아시절을 보낼 때 우리는 그들에게 애니메이션을 제공하게 되고 그들이 커서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면 그들에게 또한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제공하는 산업입니다. 지금은 비록 침체기이지만 다시 올라갈시기가 올것이고 이때 지금 배우고 있는 젊은인재들이 해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말씀 고맙습니다. 학기초라 바쁘실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신 점 다시한번 감사드리면서 앞으로 좋은 지도아래 실력있는 젊은 인재들을 기대하겠습니다.

** 최민석 객원기자는 현재 홍익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4학년을 휴학 중으로 현재 서울에서 씨지랜드 객원기자활동과 내년에 만들 졸업작품을 구상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