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웍과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경쟁력이다.
『KidscreenSummit 2006』참관기

글. (주)그래피직스 대표이사 홍성욱

지난 2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에 걸쳐 뉴욕의 힐튼호텔에서는 『Kidscreen Summit 2006』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는 『KidScreen Magazine』을 발행하는 Brunico Communication에서 주최하는 행사로서,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전세계의 kids산업 관련 종사자들을 위한 및 프로듀서들을 위한 교류의 장이다.

『KidScreen Magazine』은 현재 출판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두그룹에 위치, 엔터테인먼트 제작사/방송국/출판사/영화사/장난감 업체 등에 대하여 어린이들이 관심을 갖는 정보와 경향을 제공해주는 잡지로서, 매년 개최되는 Kidscreen Summit 행사를 통하여 kid's contents 시장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양질의 정보전달은 물론, 인적 네트워크 형성의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Kids contents 분야의 대규모 스폰서를 유치하여 열린 『Kidscreen Summit 2006』은 Cartoon Network가 Presenting Sponsor로, Nicktoon Network는 Platinum Sponsor, 그리고 Gold, Silver, Bronze Sponsor로는 한국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CCA), BKN, Nelvana, Taffy등 메이저급 업체들이 다수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다.

그래피직스에서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측에서 본 행사에 대한 참가지원 공고를 냈을 당시 참가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자문하는 과정에 있어서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주변 전문가들로부터 ‘명확한 마켓의 성격도 아닌 행사에 굳이 적잖은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고, 시간이나 비용 등을 고려해볼 때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CCA)측에서 이번 행사에 국내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게 된 취지, 그리고 참가경험이 있는 캐릭터/애니메이션 산업 관계자들의 조언을 접하고 나서 여러 고민 끝에 결국엔 참가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곧바로 『Kidscreen Summit 2006』행사에 대하여 상세히 파악, 미팅 대상자들을 선정하여 필요한 session에 대한 사전예약 및 준비를 마친 후, 본인(대표이사 홍성욱)을 비롯, 마케팅 이사, 해외 마케터 등 총 3명이 뉴욕으로 향하였다.

전세계 키즈 콘텐츠의 흐름을 한 눈에
거대 규모의 어린이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요구하는 콘텐츠는 무엇이며, 그러한 트랜드에 대한 접근방식 등 중요한 경향분석을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컨퍼런스와 워크샵, 그리고 주요 채널 결정권자들과의 직접적인 미팅 및 피칭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본 행사는 콘텐츠에 대한 실질적 조언 및 긴밀한 네트웍 형성을 기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기존 해외 마켓의 성격이 판매와 공동제작, 투자유치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Kidsummit은 전세계 contents의 흐름을 주도하는 메이저급 회사들이 자사가 분석한 현재와 미래의 kid's contents에 대한 접근방법 및 트랜드를 소개하며 서로의 의견을 묻기도 하는 성격의 행사이다. 즉, conference 성격이 강한 이 행사에 참가하는 전세계의 관련 중소규모의 방송사와 제작사는 향후 진행할 프로젝트의 방향을 찾고, 기 제작중인 프로그램에 대한 점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과학적 시장분석은 창의적 감성만큼이나 중요하다.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지속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극복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면 그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아동학/사회학/심리학 등 유관 학문과의 연대적 연구부족과 시장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정확한 분석력의 취약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시장에 대한 조사자료를 토대로 진행된 컨퍼런스 “MTV Networks International”에서 SVP Nick Reaserch의 Marsha Williams는 “The Lives and Times of 6 To 9"라는 주제로 미국 방송에서 원하는 타겟에 대한 성향분석 자료를 언급하였다.

임원급의 발표자가 이론과 실무에 능통하고 사례연구를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리서치와 정책결정의 상당한 비중이 기획 이전의 시장분석 과정에 실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국내의 여러 케이스에서 볼 때, 타겟에 대한 과학적 분석보다는 감성과 이목을 끌만한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으로 초기발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들이 말하는 대다수의 성공 케이스는 시장의 요구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완료된 후에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기획이 시작되었음을 반증하고 있었다.

가령, 6-9세 어린이가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 그 전후 연령대와는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각은 어떠한지...등에 관해 거론하며, 어머니들의 요구인 "Independend girl character", "music teach","funny", "power girl", "relation ship", "weather","color", "count" 등의 키워드를 6-9세의 카테고리로 묶어주는 "frendship"과 "family"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체크 포인트와 정확한 수치조사 결과를 제시하였다.

또한, 아무리 좋은 창작 기획안이라 할지라도 시장분석 자료와 맞지 않으면 진행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거듭 강조되었다. 즉,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작품제작은 물론, 합작 및 방영권 구매까지도 그러한 시장예측 자료와 맞아 떨어지는 케이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Leader's Forum은 kid's contents분야의 최고 권위자를 초청,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하여 한시간 가량에 걸쳐서 진행되는 포럼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pre school child와 Digital Content Providers에 관한 포럼이 무척 흥미로왔다.

Leader's Forum

본 제작사에서도 여러 차례 이론상으로는 시장분석의 중요성을 절감해왔지만, 부족한 인력과 제작여건으로 인해 심도있게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여타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행사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메이저급 회사들의 고민과 그에 대한 타개방안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컨퍼런스가 끝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다양한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찾기도 했다.

일부 부족한 내용은 세미나후 개별 미팅에서 심도있는 논의로 이어졌고, 자사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검증을 받고, 더 나아가서는 공동제작의 가능성까지도 타진해볼 수 있었다.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로 인하여 해외마켓에 대한 꾸준한 이해와 조사가 필요한 우리로서는 이러한 행사를 통해 그들이 구축하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는 기회가 상당히 의미있을 것이다.

특히, 컨퍼런스와 미팅자리에서 해외 주요채널 결정권자들은 자신들만의 정보와 지식은 물론 현재와 미래의 경향에 대한 데이터까지도 기꺼이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원한다면 그에 맞추어 작품을 진행해보라며 권유, 나아가서는 조건이 맞을 경우에 합작 및 방영까지도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지극히 오픈된 입장을 표명하였다.

실증적 데이터가 가이드 라인이 되었을 때 추진력이 생긴다.
국내에서 미리 웹사이트를 통해 사전 미팅예약을 꼼꼼히 해두었던 덕분에 『Cartoon Network』, 『Discovery Kids』, 『Astral Media Family』, 『Teletoon』 등 만나기 힘든 주요 방송채널사들과의 미팅을 일일이 가질 수 있었다.

미팅시 프로젝트에 대한 3분 피칭을 통해 많은 코멘트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는 현재 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나름의 지침을 제공해주기도 했다. 가령, 타겟 에이지나 캐릭터 비주얼에 대한 지적은 상당부분 글로벌 마켓에 대한 실증적 근거들을 토대로 언급되었던 부분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는 부분이었다.

즉, 프리프로덕션 인력들로 하여금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기에 앞서 시장조사 자료를 커다란 가이드라인으로 하여 이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동시킬 것을 강조하게 되었다.

덕분에 다소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는 해외의 주요 경향과 트랜드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곁들인 단계적 설득을 통한 합리적 의견공유가 가능해졌고, 모호한 결정의 순간에서도 현장에서 접한 자료들은 좋은 이정표가 되어 주고 있다. 작품기획/제작에 있어서 정답이란 없을 것이다. 다만 과학적/실증적 데이터를 통하여 보다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뿐이다.

그래피직스의 미국지사에서 지원을 해준 현지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하기도 하였다. "채널과의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 초기 단계부터 그들의 조언을 수렴하여 진행하면서 꾸준히 관계를 잘 풀어나간다면, 조언자는 보다 많은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고자 할 뿐 아니라 프로젝트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 나아가서는 작품의 첨병역할을 자청, 자사에 소개할 수 있는 상황까지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언급이었다. 물론 그러한 파트너쉽을 형성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미팅을 잡기조차 어려운 VIP, Kidsummit에서는 만남의 기회가 열려있다.
키즈서밋에 참가한 발표자들은 그들의 직책상 조언자이자 Pre-sale Co-pro의 contact point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할 가치가 있다. 동행했던 일행 중 한명이 말하길, "4월에 열리는 MIPTV에서 kidssummit의 발표자로 참가한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한달여 전부터 사전 예약을 해야 하며 약속 또한 잡기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에서 단지 보름 전 사전예약만으로도 집중적인 미팅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우선, 행사 참가자의 규모가 1000여명 안팎인데다가, 무엇보다도 행사의 취지 자체가 정보공유와 네트웍 형성인 만큼 적절한 준비와 절차를 거친 참가자들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인 조언자적 태도로써 임한다는 것이다.

즉, Kidsummit 행사의 본질적인 성격상, 즉각적인 마케팅 실적을 기대하는 상업적 의도의 참가자는 자연스럽게 여과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구체적인 수치상의 실적이 보장되지 않는 행사에 1,000불이 훨씬 넘는 금액을 지불할 참가자는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양질의 콘텐츠 창작에 대한 열의를 가진 핵심인력간의 긴밀한 만남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구체적인 세일즈 비즈니스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콘텐츠 자체에 대한 어필과 다양한 조언의 수용과정을 통해 긍정적 파트너쉽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미팅을 가졌던 담당자들은 ‘향후 진행과정을 꾸준히 알려달라’며 MIPTV에서 다시 보자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행사 참가자들에게 제공되는 핸드북을 보면 이와 같이 speaker로 초청된 각 채널의 주요인사 리스트가 나와있다. 참가자들은 이들의 간단한 인적사항과 행사기간내의 일정을 파악한 후 사전에 미팅을 예약하는 등 준비를 해서 접촉하면 된다.
우측 하단에는 우리가 미팅을 가졌던 Cartoon Network의 Alice Cahn의 모습도 보인다.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좋은 지적과 평가를 해준 덕분에 상당부분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한국의 제작 퀄리티, 국제시장에서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행사와는 별개로 만나게 된 M-TV의 Director로부터 들은 조언 역시 인상적이었다. 미국시장의 경우 최고 실력을 갖춘 제작사와 지극히 수준 미달의 제작사로 양분화되는 경향이 강해, 중급의 능력을 갖춘 업체를 찾을 거라면 오히려 미국보다는 제3국의 기획력과 제작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저하고 있을 때 이미 그들은 자신의 요구 및 데이터를 제시하며 시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독려하고 있었다. 현재 미국내 유수의 제작사들은 한국이 가진 경쟁력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단지 언어가 잘 통하고 시간대가 잘 맞는다는 이유로 선뜻 인도의 제작력으로 손을 뻗게 된다는 것이다.

컨퍼런스는 물론 각종 마켓을 통해 경험한 인도의 경쟁력은 아직도 취약한 수준인데도 말이다.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퀄리티였음에도 불구,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을 갖고 시장에 뛰어들어도 되는 부분이 바로 다름 아닌 ‘퀄리티’라는 것이다.

다 만들고 나서 보여주기 보다는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라!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절대 다 만들고 나서 보여주지 말고 초기 기획 단계부터 보여주고 필요한 수정을 진행하며 develop시키라’는 것이다. 즉, 과학적인 시장조사를 통해 자신감을 갖고 스피디하게 추진하고 주장해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 초기 과정에 있어서 합리적인 수정의 여지는 항상 오픈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은 국내 채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공중파건 케이블이건, 이미 제작이 완료된 콘텐츠의 방영을 추진하고자 할 경우 그 협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제작사 입장에서 볼 때 방영채널은 결코 ‘맞서 싸울 적’도, ‘강경한 설득 대상자’도 아닌, 분명 ‘함께 가는 파트너’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신규 아이템이 있을 경우, 수시로 만나 진행상황을 오픈하며 실질적 조언을 수렴, 개발과정을 합리적으로 공유해나갈 때 비로소 상당부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 좋은 파트너쉽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콘텐츠 - 문화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컨퍼런스를 통해 언급된 내용중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거듭 강조되었다. 단순히 마케팅 전략상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차원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문화적 차원에서의 이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가족중심의 생활문화, 아파트보다는 하우스 문화를 선호하여 일찌감치 자기만의 방을 소유한 아이들은 각자의 개성대로 방을 꾸미는 생활패턴을 갖게 된다는 것, 마당 앞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놀기도 하는가 하면 주말에는 잔디를 깎고 정원을 정리하기도 하는 등 권리와 의무가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융합되어 있는 문화...등 그들의 보편적인 생활패턴 및 문화적 코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아무리 참신한 기획과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라 할지라도 현지 시장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핵심적인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변방 마인드’에서 ‘최전방 마인드’로
사실, 조직을 유지해나감에 있어서 결코 여유롭다고 할 수 없는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의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콘텐츠가 ‘팔리는’, 소위 금전적 거래가 전제되는 ‘마켓’개념의 행사가 아닌 곳에 참여하는 것이 어떤 관점에서 볼 때 다소 사치스럽다거나, 혹은 지나치게 멀리 돌아가는 행보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물론, 본인 역시 행사현장에 발을 딛기 전까지는 그러한 딜레마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분명히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제는 금전적인 실적 지상주의에서 과감히 벗어나 자사의 기획에 보다 확신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저력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전세계 애니메이션 분야의 최전방에 서있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임과 동시에, 그들과 어디까지나 ‘동등한’ 눈높이에서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이전의 ‘변방 마인드’에서 온전히 벗어나 ‘최전방 마인드’로 확실하게 전향할 수 있는 충분한 자극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현명한 지원’이란, 당장 먹을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닌 ‘고기 낚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뉴욕 키즈서밋 행사장에서 국내 캐릭터 및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참가를 위한 중간 역할이 되어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CCA)의 이상길 본부장을 비롯, KOCCA LA지사 실무자들과 나누었던 얘기는 이 같은 부분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해주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입지란, 문화콘텐츠 분야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진취적인 사고를 해야 함과 동시에 기본적으로 국가기관으로서의 보수성은 유지해야 한다는 조직 특유의 딜레마가 어쩔 수 없이 존재하기에, 이번 KidscreenSummit 2006과 같은 성격의 행사지원을 추진한다는 것은 진흥원의 입장에서 볼 때 상당부분 모험이 감수된 시도였다는 것이다.

분명히 물적/인적 지원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 분명한 수치상의 결과물이 즉각적으로 제시될 수 없는 성격의 사업에 국가기관이 움직임에 있어서 상당한 리스크가 동반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에 있어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작품에 대한 물적지원이 아닌, 향후 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저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지원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쉽게 말하면, 당장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앞으로 보다 많은 물고기를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뉴욕 Kidsummit 행사에서 함께 한 이들. 좌측 아랫줄이 본인. 시계방향으로 (주)시너지미디어의 강유신 대표, KOCCA 수출지원팀 황인선 대리, (주)오콘의 데릭 부사장, 그리고 KOCCA 미국사무소의 김민정씨.

어떠한 기업이념을 갖고 있는 제작업체이건, 이제는 더 이상 스스로를 협소한 네트웍에 가두어놓는 소심함을 소위 ‘창작자 마인드’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국가기관의 생리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지원책을 숙지하여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자사의 크리에이티브가 최적화될 수 있는 물적토양을 확보하는 것은 이젠 더 이상 사업자/기획자만의 전담분야는 아닐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제는 창작자는 창작만 잘해서는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워졌다. 합리적으로 소통하며 연대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퇴색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기본적인 소양으로서 요구되는 조건이라는 각성과 긴장감이 필요하다.

Kidsummit 2007

Kidscreen Summit 행사는 내년에도 역시 계속될 것이다.
'Your Best Branding & Sales Opportunities'라는 문구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좋은 기회인지는 서두름과 과욕을 배제한 상태에서 신중히 고민한 뒤에 판단해야 할 문제다.

"Fast Opportunities"가 항상 "Best Opportunities"일 수는 없는 것이므로.

글. (주)그래피직스 대표이사 홍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