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들이 작품을 만들 때는 주위에 도와 주는 사람이 여럿 있잖아요. 그러한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궁리해 보았지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무나', '레디안' 등 캐릭터로 3D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이소아 작가, 이번에는 새로운 CG 일러스트레이션 제작 시스템을 시도하고자 고민 중이다.

최근작 페르세포네

공동작업 시스템

이소아 작가가 생각 중인 방안은 만화가들의 도제 시스템에 가깝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유명한 만화 작가의 경우 옆에서 도와 주는 사람들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도와 주는 분 즉, 어시스턴트가 기획이나 스토리 개발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혼자로서는 아무래도 많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음을 절실히 느꼈다는 이소아 작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하면 어떨까 평소 생각해 보았고, 이제 그러한 구상을 조심스럽게나마 실행에 옮기겠다고 결심했다.

"그렇다고 문하생이나 뭐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공평하게 일이 나눠질 것입니다. 다만 색깔은 비슷하게 나간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요."

현재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할지에 대해서는 고심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공동작업이다보니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한데, 아무래도 공개적으로 사람을 모집하기에는 여러가지 무리가 예상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일단은 시간이 해결하려니 생각하고 순리적으로, 느긋하게 기다려 보겠다는 심산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이소아 작가와 개성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은 그의 홈페이지 소아나라에 가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사업성은 어떨까?

"어떻게 될진 쉽게 예측할 수 없지요..^^ 일단 한 가지 확실하게 믿고 있는 것은 그림이 좋으면 그것을 사용하고자하는 클라이언트는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입니다."

겸손하게 얘기하는 이소아 작가. 하지만 벌써 한 업체와 세부적인 사항까지 진행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신작 처녀자리(Virgo)

"제안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컨셉을 정하고 '이러이러한 상품에 사용하면 어떨까?'라며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요. 계약에 따라서는 사용권을 제공할 수도 있고,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소아 작가가 재산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직접 만나서 작업을 진행했던 경험이라고 한다. 지금도 LG AD와 함께 3년 전에 작업했던 화장품 광고 캐릭터 '서시'는 화장품 판매점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그리고 본인도 잘 느끼진 못하지만 이소아 작가에게는 일종의 모험적이고 사업가적인 면모가 발견된다. 이번 사업 결심도 그렇고, 자신의 홈페이지 '소아나라'를 꾸려가는 것도 그렇다.

소아나라는 어스름한 안개가 낀 요정의 숲이 컨셉이라고 한다.

소아나라는 이소아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로 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기도 하지만 회원들의 활동이 활발한 일종의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이소아 작가는 회원들에게 10가지 등급을 부여해서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들을 장려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그 때문인지 이 홈페이지 게시판은 회원들의 글로 연일 북적댄다.

게시판을 살펴보면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는 글부터 재미있는 퍼온 글까지 다양하다. 각 글에 달린 리플들을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서로의 안부를 물어가며 때로는 가족처럼 서로에게 참견(?)한다. 매일 많지도 적지도 않게 일정량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는 것을 보면 참 홈페이지를 잘 꾸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회원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정모도 갖는다고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정모를 했습니다. 거진 2년만에 한 거 같습니다."

이소아 작가는 정모를 자신이 사는 집에서 치뤘다.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이소아 작가가 제공한 음식을 배불리 먹고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결혼

이소아 작가는 넥슨에서 만난 기획자와 지난 해 결혼, 분당 오리역 근처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제 어엿한 2년차 주부가 된 이소아 작가는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해 했다.

"결혼을 전후로 한 1~2년 작업 활동을 많이 줄였습니다. 쉬는 동안 근처에 계시는 시부모님과 친해지는 계기를 갖기도 했죠. 그 전까지는 혼자 작업하면서 폐인처럼 지냈는데..^^ 가족의 소중함을 한껏 느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업 때는 밤과 낮이 뒤바뀌는 게 흔했는데, 이제는 저녁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정상적인 생활 패턴도 몸에 익혔지요. 물론 간혹 작업 때 옛날 버릇이 나오긴 하지만..^^ 아무튼 결혼 잘 한 것 같아요. 건강도 찾고, 인간관계도 회복하고.."

이소아 작가는 때때로 이 녀석이 부럽다고 말했다.

동화나라처럼 꾸며진 이소아 작가의 집

결혼 생활을 얘기하는 이소아 작가의 얼굴에 생기가 묻어났다. 이소아 작가가 직접 꾸민 것으로 추정되는 아기자기한 집안 인테리어를 보노라면 알콩달콩 신혼생활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결혼을 통해 안정감을 찾은 이소아 작가는 이제 보다 든든한 마음으로, 보다 성숙한 준비로 새로 구상하는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 '그림이 좋으면 클라이언트는 있게 마련'이라는 이 작가의 새로운 구상이 그래픽 업계에 좋은 선례가 되길 기원한다.

최근작 에우로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