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영화팬들은 가슴이 훈훈해지는 국산 애니메이션 한 편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마리이야기'(씨즈엔터테인먼트 제작). 파스텔톤의 푸른 바다와 우뚝 솟은 등대, 털북숭이 개와 신비한 요정… '덤불 속의 재' '우산' 등 작품성과 철학적 깊이를 갖춘 단편으로 이름을 알린 이성강(39)감독의 첫 장편 '마리…'는 100%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펼치며 향수를 자극한다. 그래서 가족용으로 제작됐지만 사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

"어릴 적 사랑과 좋은 기억은 성장한 뒤에도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따뜻한 사랑을 할 수 있게 하지요. 누구나 생각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바닷가에 사는 수줍음 많은 12살 소년 남우가 신비로운 소녀 마리를 만나면서 환상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게 기둥 줄거리. 도화지 위에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수채화처럼 은은함이 배어 나는 작품이다.

"캐릭터 역시 스태프의 얼굴을 참조했다"는 감독의 설명처럼 `왕방울 눈'과 과장된 몸짓과는 거리가 먼,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이웃집 소년처럼 정겹다. 온통 흰털로 몸을 감싸고 머리카락도 눈처럼 하얀 소녀 마리 역시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요정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인물은 2D기법, 배경은 3D기법을 이용해 공간감과 빛 등을 리얼하게 표현했으며, 회화적인 느낌을 주려고 캐릭터의 선을 없애고 배경과 최대한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제작비는 약 30여억원. "보통 한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회사를 거치는데 마리는 35명의 애니메이터들이 한 공간에서 2년여 동안 함께 작업해 통일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전 공정을 처리하는 게 일반적인데 반해 '마리…'는 공정별로 각기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 표현의 자유를 최상화시켰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연세대 심리학과(81학번)를 졸업한 뒤 독립 단편 작가로서 사회적 이슈를 그림으로 옮기기도 했던 이 감독은 지난 95년부터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돌려 '두 개의 방'(95) '넋'(95) '연인'(96) '우산'(97) 등 단편을 통해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그는 본격적으로 상업 영화에 뛰어든 걸까.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특별한 경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마음가는 대로 작업할 뿐이죠." '마리이야기'는 현재 75% 정도 완성됐으며, 후반작업 등을 거쳐 올 성탄절 즈음에 관객들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