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라면 누구나 모든 사물을 대할 때 보이는 모습 이면의 것들을 추적하고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습관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상상력의 기초가 되기도 하고 숨어있던 상상력을 끄집어내는 가이드 역할도 할 것입니다.  

자, 한 장의 거미 사진에서 출발해서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고 비주얼로 만들어내는 작업과정을 따라가 볼까요?

by 라호동-

라호동 작가는 CGTALK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고 배경 컨셉 디자인과 몬스터작업에 관심이 많다(자세한 인터뷰는 월간 iCON 6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hodings.com

1) 모티브

어느 날 서점에서 거미에 대한 사진집을 보았습니다. 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유심히 보던 중 눈에 들어 온 한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어미의 몸을 먹으면서 나오는 거미 새끼들의 무리를 찍은 장면이었는데 끔찍하기도 했지만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그 때 한창 제가 구상하고 있던 콘셉-미래의 인류와 우리 주위의 환경-과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 장면이 제게 모티브를 주었습니다. 미래의 다른 생물은 어떤 모습일까?  

2) 컨셉

미래의 인류와 생물은 어떻게 변화할까?

당연하게도 인류는 과학과 함께 변화할 것입니다. 오랜 세월에 거쳐서 자연스럽게 과학과 한 몸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과학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보청기를 끼고 소리를 들으며, 의족으로 생활하는 사람, 안경의 도움으로 볼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정하긴 싫겠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가 사이보그지요. 시간이 흘러가면 더 많은 부분에 과학이 접해 질 것이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면 미래의 인간은 새롭게 진화한 생명체가 될 것입니다.  

그 시기가 되면 과학과 몸이 함께 라는 생각은 거부감 없이 받아 드려질 것입니다. 지금은 역겹더라도...

이 작업은 그러한 생각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미래의 인류가 과학에 의해서 새롭게 진화했듯이, 과학과 함께 진화한 생명체도 생길 것입니다. 로봇 물고기, 로봇 해초... 지금 단계의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변한다면 아주 오랜 시간 후에는 과학의 힘으로 진화된 다른 생명체도 만들어 질 것입니다. 거미는 이러한 콘셉을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했습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도 어울렸습니다. 어미 거미의 몸을 뚫고 나오는 새끼 거미의 모습을 변화된 콘셉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사람들이 봤을 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스타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보편적인 거미의 느낌과 형태상의 특별함, 생물학적인 특징을 찾아내어 바꾸었습니다. 산업적인 느낌(기하학, 정형적인 모양)은 과학과 기계의 느낌을 표현하기에 적합했습니다. 약간의 비대칭 조합으로 따분함을 없애고, 불안함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기하학적인 느낌이 나는 거미로 변화시켰습니다.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대비되는 색감을 사용해서 좀 더 설득력 있는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3) 디자인 작업

디지털 디자인 작업에서 아날로그적인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작업을 원했습니다.

데칼코마니나 마블링 기법, 잭슨 폴락의 흩뿌리기 기법처럼 약간의 의도(?)와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작업을 디지털에서 할 수는 없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디지털 안에서 그런 방법론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미술의 불합리성이나 자동기술법 같은 의미와 방법을 디지털에서 구현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기하학을 무작위로 섞었습니다. 박스와 스피어를 섞어서 공간과 오브제를 만들었습니다. 기분가는 데로 만들고 조합을 하면서 의도한 콘셉이 나올 때까지 계속 반복 했습니다. 또한 Boolean 기능이나 약간의 우연을 만들 수 있는 간단한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아직까지 이런 작업의 디테일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이런 약간은 자유로운 방법에 미니멀리즘적인 디자인의 특징을 적절히 적용하면 엔터테인먼트적인 디자인과도 어울릴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속 발전 시켜야겠죠. 전체적인 실루엣을 심플하게 강조하고 그 안에서 질감의 디테일을 살린다거나 기능적인 특징이 강조되게 디자인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 작업은 디지털 작업의 특징인 쉬운 반복으로 인해 빠르게 디자인 할 수 있었습니다.

4) 모델링

Boolean,merge shape, FFD Box ,loft 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기하학적인 모형이 많았기 때문에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거의 맥스에 있는 기본 형태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모델링은 쉽게 했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어울리게 조합하느냐에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기본 sphere를 shape merge 한 후에 shell을 써서 두께를 주었습니다.

연결부위의 기계적인 느낌표현은 loft로 처리하고 무작위로 배열한 박스를 사용해서 background를 만들었습니다.

새끼 거미의 모델링은 어미와의 통일성을 위해 비슷한 형태로 디자인했습니다.   

5) 맵핑, 라이팅, 렌더링

3D 안에서 모든 것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만 만들었습니다. 이야기 전달을 위한 이미지 한 장을 위한 것이라면 2D로 가져가서 많은 부분을 수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작업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도 있구요. 컬러나 대기 효과, 빛의 강약 등은 거의 포토샵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풍부한 계조를 위해서 브라질 렌더의 GI를 사용하여 렌더 했습니다.

6) 구도

평이한 구도에서 사선구도로 바꾸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평의 구도보다 좀 더 역동적이고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만들어진 듯 합니다.

사선의 구도로 바꿈으로 해서 좀 더 재미있게 오브제를 배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오브젝트들이 간단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이미지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포인트였습니다.

7) 합성

제가 생각하고 있는 느낌의 거의 대부분을 포토샵에서 표현했습니다.

전체를 새끼 거미, 어미거미, 바닥, 백그라운드, 대기 효과, 라이팅 효과로 레이어를 나누었습니다. 새끼거미와 어미거미의 구분을 위해 컬러를 계획하고, 전체의 색조를 통일성 있게 바꾸면서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주었습니다.

채도를 높게 사용하여 조금은 자극적인 느낌이 나게 표현했고 포토샵에서는 주로 curve, color balance 를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라이팅 효과와 가스 효과는 리터칭으로 처리하고 layer blend로 조정해 가며 만들었습니다.

저의 작업 스타일은 3D에서 기본이 되는 모든 것을 만들고, 기본적인 느낌의 이미지를 만듭니다. 그리고 레이어를 분리해 포토샵에서 완성을 합니다.

8) 작업을 마치고

이번 작업으로 기존의 스타일을 조금은 발전시킬 수 있었답니다.

또한 더욱더 계속적으로 디자인 작업의 방법론을 공부하며 연구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이번 작업에서의 콘셉을 계속해서 보강하면서 많은 것을 만들어야겠습니다.

타성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고, 여러분도 다른 이들에게 작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작업을 계속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