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애니메이션의 『오드패밀리』, 디자인스톰의 『아이언키드』 등 완성도 높은 TV용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으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에네메스의 『Z스쿼드』와 같은 화제작들도 연이어 방송이 예정되어 있어 애니메이션 창작 붐을 이어갈 전망이다.

극장가에서는 『파이스토리』가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한층 높여 주었다. 『파이스토리』는 올 여름 극장가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겨뤄서 2주 정도에 3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주말 극장가에서 항상 매진을 기록한 『파이스토리』. 한두 주만 더 상영했다면 충분히 4~50만의 관객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 30만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지 않은 성과이다.

씨지랜드는 『파이스토리』로 국내 애니메이션 부흥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디지아트를 찾아가 실무 팀장들의 육성으로 애니메이션 회사에서는 어떻게 작업을 진행하는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등을 알아보았다.

■ 레이아웃(Layout)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의 경우 레이아웃은 필수이다. 해외와 공동작업시 특히 그렇다. 레이아웃에서 설정한 카메라는 이후 본 작업에서 거의 그대로 사용된다.

한재승 팀장| 현재 한국 회사들 자체 돈으로 작업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보통 인력과 장비는 국내에서 대고, 해외에서 자본을 끌어와 작업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파이스토리』도 자본과 시나리오 초반 작업은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미국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면서 작업을 진행했지요. 그러다 보니 레이아웃의 필요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레이아웃은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 혹은 애니메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전체 영화의 장면을 빠른 시간에 러프하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DVD 애니메이션 작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1300~1500컷이 나오는데 작업 개시 후 1년이나 1년 반만에 끝나게 됩니다. 적지 않은 분량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레이아웃은 필수 요소입니다.

레이아웃(현재 작업 중인 『아웃백』의 한 장면)

퍼스트 애니메이션(감독의 주문으로 씬이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캐릭터들에게 간단한 움직임을 주고 대사를 붙인 레이아웃은 한번 만들어 놓으면 앞으로 진행되는 작업에서 감독과 작업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작업자의 경우 레이아웃을 통해 '내가 어떤 부분을 하는구나, 내용은 이거구나'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감독의 경우 작품을 개괄적으로 보게 되고, 필요없는 컷들을 삭제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레이아웃을 통해 카메라 라인이 확정됩니다. 콘티의 2D 그림에서는 괜찮던 씬이 3D로 레이아웃을 잡다보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한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의미도 있지요.

저희 같은 경우 레이아웃 작업으로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시간이 손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안정성을 보장받는 셈입니다. 만약 레이아웃이 없다면 감독은 퍼스트 애니메이션이 끝날 때까지 전체 애니메이션의 윤곽을 잡을 수 없겠죠. 퍼스트 애니메이션이 끝나고 문제점이 발생한다면 그 이후의 작업은 상당히 힘들게 진행될 것입니다.

레이아웃

퍼스트애니메이션(레이아웃에서 동작과 구도가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감독님의 얘기를 들어봐도 25분 정도의 TV 시리즈 같은 경우는 350~400컷 정도가 머릿 속에 들어와서 레이아웃이 없어도 작업을 원활히 할 수 있지만, 영화나 DVD 같은 80분 이상의 장편은 그게 불가능하다고 그러더군요.

이번에 진행 중인 장편 애니메이션 『가필드』의 경우는 한달 반 정도 레이아웃 작업을 끝냈으며, 조만간 5~7개월 정도 예상되는 애니메이션 작업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애니메이션 작업은 퍼스트와 세컨드, 서드 등 세 번으로 진행이 됩니다. 레이아웃에서 사용된 카메라는 본 작업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그대로 사용이 됩니다.

『파이스토리』의 레이아웃(주인공과 동종의 물고기들은 레이아웃 단계에서 박스로 표시되었다)

** 디지아트에서 진행 중인 『가필드』는 가필드의 원작자 짐데이비스가 시나리오와 콘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디지아트에서는 1차 레이아웃이 나왔으며, 감독(이경호)은 레이아웃을 보고 지시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다면 고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3주에 걸쳐 2차 레이아웃 작업이 진행된 뒤에 11월 말쯤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필드의 작업 이미지는 저작권 관계상 현재 공개할 수 없다.

디지아트의 실무 애니메이션을 단기간에 배울 수 있는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