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20대 중반 이상이라면 한두 번쯤 들어봤을 법한 태권브이에 대한 전설이 있다.

'국회 의사당 지하에 태권브이가 있다', '국가의 위기 상황 때 남산 기지에서 신호가 발사되어 국회 지붕이 열리면서 태권브이가 출동한다'.

이런 우스갯소리를 현실화시킨 재미있는 이벤트가 국회에서 벌어졌다. 지난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태권브이 국회 출정식과 상영회가 열렸다.

국회의원회관 정문 앞에는 거대한 태권브이 입상이 위용을 자랑했으며, 국회 상영회에는 이번 상영을 주선한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을 비롯,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 (주)로보트태권브이 관계자, 김청기 감독, 태권브이 매니지먼트 회사인 나무엑터스 배우들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물론 대다수의 자리를 가득 메운 관객들은 예전의 향수를 간직해 한둘씩 아이들을 이끌고 온 30대 부모와 그들의 아이들.

김청기 감독은 "태권브이를 어린 시절 봤던 세대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어 자식들을 데리고 오는 모습을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혁규 의원은 "태권브이는 70년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준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며 "계속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미래의 꿈을 갖게 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축하의 말을 했다.

김청기 감독과 함께 무대에서 감사의 인사를 한 (주)로보트 태권브이 신철 대표는 "태권브이에는 태권도와 미래의 상징인 로보트가 담겨있는 거대한 우물"이라며 그 '우물'을 전해 준 김청기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앞으로 그 우물을 이어받아 잘 살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순서는 마샬아트 시범단의 화려한 무술 시범. 사회를 보는 김병찬 아나운서는 어린이 관객들에게 "집에 돌아가서 절대 따라하면 안 됩니다"라는 멘트를 잊지 않았다.

식이 진행되는 내내 시끄럽던 아이들은 태권브이 상영이 시작되자 일순 잠잠해 졌다. 중간중간 통쾌한 장면에서는 박수 소리마저 들렸다. 끝난 뒤 아이들과 함께 상영회에 온 한 부모는 "옛날 만큼의 감동은 없지만.. 여전히 재미있네."라는 말을 남기고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오는 18일 전국 150개관에서 일제히 개봉된다.

사진: 김경수, 전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