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특수효과 작품을 선정하는 VES어워드에서 한국인 아티스트  홍정승씨가 수상을 하게되었다.

ILM의 한국인 아티스트 홍정승씨, 데이비존스, VES트로피

홍정승씨의 수상의 소감

수상 소감을 말씀 드리자면…… 뿌듯하고, 감사하고, 창피하고, 아쉽고, 무섭고, 홀가분 하다고 해야 할까요?

한 작업을 마무리 할 때마다 느끼는 것들이겠지만 이렇게 VES 상를 받고 나니 아무래도 그 매듭이 무던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셀 수 없이 많아진 이펙트 업체들의 빠른 성장으로 영화 내 CG는 그 역할과 수준의 중요성은 매우 높아졌지만, 화려하게 느껴지는 영화 제작의 한 부분으로 생각되기엔 비주얼 이펙트 업계는 스스로의 과열된 경쟁을 업은 채 불가능한 스케줄을 뚫고 나아가야 하는, 아티스트이기 이전에 소모품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것을 요구 받을 때가 많습니다.

영화가 엄청난 수익을 불러 들이던 수많은 관객의 갈채를 받고 아카데미상을 받게되건 VFX 업체는 영화 산업의 화려한 조명속에 대부분의 관객들로부터는 숨겨진, 또는 별개의 개체로서 인정되지 못하는 땀방울이 되는 것을 마다할 수 없습니다. VES award는 그런 면에서 이펙트 산업의 최전선에 선 전문인들의 눈으로 직접 뽑는 전문인들을 위한 상으로 실제로 그 작업을 인정 받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가장 뿌듯한 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VES는 Visual Effect Society를 말하는 것으로 사실 그 역사자체는 길지 않아 올해로 5회째의 시상식에 불과했지만, 그 멤버가 되는 것도 업계경력 5년 이상과 두기존 멤버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는 등, 비주얼 이펙트 업계에서는 매우 존중받는 모임입니다.

제가 작업에 참여했던 캐리비안의 해적들: 망자의 함은 후보로 오른 후 6개 부문의 상을 모두를 휩쓸어 ILM(Industrial Light and Magic)이 단연코 비주얼 이펙트업계의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수상한 부문은 Outstanding Animated Character in a Live Action Motion Picture 로 『캐리비안의 해적들:망자의 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데이비존스 캐릭터를 만드는데 참여한 주요 인물들이(저는 데이비 존스의 모델을 만들고 Facial 쉐입을 만든 모델러로써, Steve walton이 텍스쳐 아티스트로서, 문어발등 의 복잡한 셋업과 시뮬레이션을 총괄한 James Tooley와 그리고 데이비존스의 애니메이션 팀에서 리드 역할을 맡았던 Marc Chu가)함께 수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처음 나왔을 당시 업계의 이펙트 전문가들조차 100% CG인지를 알아 볼 수 없었던 데이비존스였던 만큼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데이비존스를 제 자식인양 만들고 보살피며 고쳐왔던 저로써는 이번 상이 뿌듯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감사하고 고맙기만 한 것은 이런 거대한 이펙트 프로젝트가 한두 사람만의 소질과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 까닭입니다. 제 위에서 강한 리더쉽을 보여주었던 Geoff Campbell과 저와 함께 수상을 나눈 주요 아티스트들, 또 수상 리스트에 아깝게 들어갈 수 없었던 동료들이 너무나 고마울 따름입니다. 전 아직도 처음 Steve Walton의 텍스쳐 멥을 보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던 때와 Damian Steel의 머티리얼과 라이팅 셋업을 보면서 탄성를 감출 수 없을 때가 생생히 기억나는데요, 이렇게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나란히 작업을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 것은 제 스스로도 놀랍기만 한 행운이라고 생각됩니다.

창피하다면 창피하고 아쉽다면 아쉬운 것은 더 잘해내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최선을 다했고, 제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해 본 작업이었지만 결국 마지막 장을 덥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 법인가 봅니다.영화 내에는 바쁜 프로덕션 스케줄 때문에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샷들이 계속 눈에 띄고요, 주변에 새로운 프로젝트로 나선 동료들은 저의 데이비존스를 넘어야할 잣대로 삼고 더욱 높은 한계에 도전을 하니까요. 새롭게 시도해 본 것들이 많았던 지라 매끄럽지 못하고 까다로웠던 것도 많고, 전략적으로 탁월하지 못한 결정을 내린 부분도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제 다음 작업에 대한 기대감과 도전심으로 이어지는 기분 좋은 창피함이라고 생각됩니다.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 수상을 뒤로하고 다시 뛰어넘어야 할 제 스스로의 크기이겠지요. 전 주로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만 칭하고 제가 작업하는 범위와 방식을 쉽게 넘어서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새로운 방식들과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눈을 비비고 시작하는 시점으로 다시 올라서는 것은 항상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못 본 것들을 다시 찾아내어야 하고 지금까지 제가 만든 것 들이 잘못되었다고 깨달아야 하니까요.

끝으로 홀가분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제 기대치 않던 상까지 쥐여진 저는 또 제 갈 길만 열심히 걸으면 된다고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ILM에서 보다 멋진 작업을 해 낼 사람들은 제 동료들로,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의 활약을 기대해 보면 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