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발언대] 애니메이션, 이렇게 시작하라!

글.김대영

茫茫大海 에서 표류하고, 사막을 건너다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해보자.

정말 당혹스럽고 답답할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란 거대한 산을 만나고, 고민과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도 그 한가운데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중이며 길을 잃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깊이 있는 이야기는 힘들겠으나, 애니메이션을 시작하는 애니메이터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다. 굳이 여기서 애니메이션 원리나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겠다. 솔직히 글을 논리 정연하게 잘 쓸 자신도 없거니와 좋은 글과 자료들이 주변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마음가짐과 실무를 통해 느낀 간단한 조언과 부탁을 해보고자 한다.

훌륭한 멘토을 만나서 길을 안내 받는다면 더 이상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힘들다면 멘토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처럼 열정이 필요하다. 막연한 열정만으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다.

요즘엔 인터넷의 보편화로 너무 많은 참고자료가 오히려 “지각과중(Sensory Overload)”을 일으킬 정도다. 어떻게 보면 그것도 스트레스다. 받아들이기에도, 이해하기에도, 정리하기에도, 또 지우기에도 너무 많은 정보가 사람을 짓누른다. 각설하고, 단순한 지식습득은 똑똑한 초등학생과 같다. 노인의 삶은 심플해 보여도 깊이가 다르다. 눈을 감고 마음을 비우고 지워야한다. 깨달음 없는 지식? 약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슬이 아무리 많아도 끼우지 않으면 의미가 없듯이, 아무리 많은 지식이라도 깨우치거나 실천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식은 지식 일뿐 앎, 깨달음은 아니다! 깨닫는 순간 지식이 내 몸의 일부가 된다.

시작하는 입장에서 보면 경중을 가리기가 힘들 것이다. 그런 환경 때문인지 필요 이상으로 툴에 얽매여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걸 자주 본다.

다 좋다! 하지만 항상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이 기초의 중요성이다. 기초는 쉬워서 기초가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고개를 끄덕거리겠지만 쉽게 기초의 중요성을 간과해 버린다. “기초는 기본이 되는 것이며 중요한 것이다!” 사상누각[沙上樓閣] - 모래 위에 누각을 세울 수 없다는 말이다.

주춧돌 없이 건물을 올릴 수 없고, 인간이 강하고 유연한 척추가 있어 일어서거나 걷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기초 없이 스토리텔링을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인 것이다. 노자의 왕필이 숭본식말[崇本息末]이라 하였다. 여러 가지 철학적인 해석이 뒤따르는 의미심장한 말이지만 결국 기본에 충실해야 그 위에 크게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기초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뭘 해야 할지 순서가 나온다.

기본기를 탄탄히 익히는 일이다. 기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좋은 POSE를 위해서 노력해 보라고 싶다. 참고로 애니메이션의 기본요소는 “포즈와 타이밍”이다. 좋은 포즈를 항상 RESEARCH 해야 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심사숙고해서 최고의 포즈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보는 눈은 다 높다. 하지만 좋은 포즈를 그리라고 하면 막연하고 답답할 것이다. 그럼 좋은 포즈가 뭔지 알아보자.

좋은 POSE란?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포즈다. ACTION/ACTING이 느껴져야 한다. 액션이란 상황이고 액팅이란 심리적인 것이다. 심리적상황이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그려져야 한다. 단순히 형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생각하는 것을 그릴 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이전에 포즈 그리는 연습을 꾸준히 해볼 것을 권장한다.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심리적상황이 느껴지는 포즈를 그려 보는 것이다.

스포츠나 게임에 나오는 포즈 보다는, 액팅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상황이 느껴지는 포즈를 그려보자. 주의할건 복잡, 미묘, 애매모호하게 많은 정보를 표현? 피하고, 상투적이지 않는 Appealing한 포즈를, 간결하게 원하는 걸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 필요한 능력이다. Pose를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보면서 고민해 보길 바란다. 스토리텔링 준비를 위한 좋은 습관들입니다. 좋은 애니메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순서를 밟아 나가는 게 중요하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기 바란다. 10톤짜리 코끼리를 가장 빨리 먹는 방법이 뭘까? 한 입 만큼 작게 잘라서 꾸준히 먹는 게 가장 빠른 일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할때 바로 마우스를 잡지 말고. 우선 무엇을 그릴 것인지 머릿속에서 그려보자. 무엇을 그릴 것인지 정확히 알고 난 후에 그리자. 무엇을 애니메이션 할 것인지 정확히 알고 난 후에 애니메이션 하자. Planning Animation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애니메이션의 순서를 필요에 의해 러프하게 썸네일 이미지로 스케치 하는 걸 말하는데. 머릿속에 최종의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다. 잘 그려야 한다는 것을 고민하지 말고 어떤 내용을 그릴 것 인지, 명확하게 그려진 썸네일 스케치야말로 애니메이션을 하는데 있어서나 애니메이션 플랜을 하는데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이다. 여러분들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들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드러내주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 플랜의 단순화된 그림들이다. 플레닝애니메이션을 할 때 항상 캐릭터가 움직이는 이유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캐릭터의 움직임 뒤에 숨겨진 그 캐릭터의 성격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캐릭터의 생각이나 감정,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Acting 이다. 심리상태나 감정이 캐릭터의 몸 전체에 반영되어야 한다. 플레닝 애니메이션 할 때 우리는 항상 Research 해야 하고Reference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그저 바라보지만 말고 의자에서 일어서서 직접 몸을 움직여 보고 가능하면 비디오카메라로 직접 촬영해서 자기의 동작과 자세를 썸네일로 그려보고 그것을 최대한 재미있게 표현해보자. 애니메이션 플랜을 하는 과정이 바로 창조력의 근원이다.

다시 한 번 레퍼런스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막연하게 애니메이션을 하지 말라. 좋은 참고자료를 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영화라든지 무비캠으로 찍은 동영상 자료, 필요하다면 없는 것도 만들어서 해봐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걸 별로 보지 못했다. 항상 말뿐이고 실천이 앞서질 못 하는 경우를 보면 짜증스럽기만 하다. 망각하는 건지 아니면 무시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애니메이션을 할 때 우리는 컴퓨터라는 툴을 사용한다. 그래서 컴퓨터에게 키프레임 잡는 일을 맡겨 버린다고 해야 할까? 전통적인 2D애니메이션과 3D애니메이션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모든 해결책은 2D애니메이션에서 찾을수 있기 때문이다. 2D에서 애니메이터는 매번 프레임을 그린다. 그리고 타이밍감을 잡는다.

MAYA 같은 3D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로 해야 한다. 매번 프레임을 그려서 좋은 포즈를 잡아나가야만 한다. 트레이닝을 위한다면 원으로 단일 한 프레임 마다 키를 주고 리듬감을 잡아나가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될 것이며, 함께 눈높이 높이는 감각, 매 순간 매 프레임을 재빨리 캐치할 수 있는 볼 줄 아는 눈을 키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오로지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다.

마우스를 잡고 있다는 건 많은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란 걸 알아야 한다. 혹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마우스를 잡지 않기를 바란다. 좋은 포즈를 잡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준비가 필요한지 언급했다. 나는 포즈가 애니메이션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 포즈에 애니메이션 원리가 녹아들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필자는 애니메이션은 가슴으로 한다고 배웠다.
머리로 하지 말고 온몸으로 미친듯이 애니메이션을 하라.

글.김대영

3D Animator
D D S 영상제작3부
엔씨 소프트 L2 동영상팀
現 프리랜서 / 경기대학교 애니메이션전공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