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한국애니메이션의 방향을 바꾸자
- 극장용 애니메이션,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가 -

월간 아이콘은 지난 1월 25일 전국에 개봉된 『천년여우 여우비』의 개봉이 한국 애니메이션 흐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

한국 애니메이션의 방향을 바꾸자
(부제 : 극장용 애니메이션,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가)

라는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우리나라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현실.
지난 1월 개봉된 『천년여우 여우비』가 보여준 것과 남긴 것 그리고 앞으로 우리산업의 역할 등에 대해서 업계 전문가 분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기획, 진행 또는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본 좌담회는 지난 2월 9일 CGLand 회의실에서 3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특정 작품의 내용은 본 기사를 읽고 계시는 시점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점 고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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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부터 김성욱, 강상균, 김재호(진행), 서찬휘, 선정우 패널

진행(김재호) 지난 1월 25일 개봉된 이성강 감독의 『천년여우 여우비』가 개봉되면서 업계의 반응이 매우 뜨거운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좌담을 통해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발전 비전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은 어떠한 길을 걷고 있는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성욱>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작년에 한국 애니메이션 중장기 발전 10개년 계획이 수립되면서 애니메이션 진흥책에 관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진흥원의 경우는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사업과 인프라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구요.

근본적으로 애니메이션산업이 성공하려면 좋은 애니메이션이 나와야 됩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은 우수 파일럿 제작지원 사업, 스타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작품을 지원하여 산업을 진흥시켜보자는 취지입니다.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회전이 안되고있기 때문에 지원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자금 지원으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충분한데, 그 다음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듯 싶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기본적인 제작 인프라는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하청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창작중심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으며,그 가능성도 많이 보여주고 있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가 한 명 있으면 하나의 작품이 탄생될 수 있거든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성강 감독입니다. 이성강 감독으로 인해서 『마리이야기』나『천년여우 여우비』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부분에서 구조가 갖춰져 있음에도 안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크리에이터 한 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크리에이터는 실무현장에서 배출되어야 하는데 업계가 어떤 수익구조 같은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크리에이터를 배출하기가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크리에이터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이 창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애니메이션은 자선사업이 아닙니다. 재능 있고 끼 있는 학생들이 애니메이션을 시작해서 계속 애니메이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는 필요성은 느끼지만 실제 업계에서 하기 힘든 부분을 정부가 대신 지원한다는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근본적으로는 업계가 해야 할 몫이겠지요.


김성욱(좌) 강상균(우) 패널

<김재호> 창작 중심의 국내 애니메이션이 되기 위해 필요한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강상균> 하청 중심의 구조에서 창작 중심의 구조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느끼는데요. 현실적으로 보면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이 얼마나 비창작적이냐는 것을 알 수 가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에 140여 개의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있습니다. 저도 강의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학교에서의 교육방식을 보면 창작자를 위한 교육환경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토록 중요하다고 부르짖는 시나리오의 경우 전체 학년 중에 한 학기 정도만이 교양전공이나 선택전공으로 채택되고 있어요. 학생을 선발할 때도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기준이고, 그게 바로 애니메이터의 선발 기준이 되는 현실입니다. 컴퓨터 그래픽과 테크닉 중심의 애니메이션을 가르치고, 창작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졸업작품을 위해서 교양으로 알아야 한다는 정도 이상의 가치부여를 안 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대학에서 가르치는 현실은 크리에이터가 말로는 중요하다고 하지만, 애니메이션 교육 자체는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테크니션을 양성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가 크리에이터라고 얘기를 하지만 이미지나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크리에이터라면 자기 작품에 대 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콘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늘어나고 체계화되면서 자체적으로 별도의 기획실을 운영하며 창작기획 등의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들이 시나리오나 시놉시스를 들고 가서 먼저 제안을 하는 선례가 거의 없다는 거예요.

대부분 애니메이션으로 기획되는 것은 유명 원작이라든가 상품가치가 높을 법한 캐릭터 디자인 중심이고, 근본적으로 크리에이터 중심의 작품 선정이 잘 안되는 거죠. 정말 좋은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것의 상품화 가치 등에 더 역점을 두고 시작을 하다보니 실패를 거듭하게 되고, 실제 작업에 들어갔을 때도 작품이 완성되지도 못하고 끝나버리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김재호> 80년대 당시의 만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보지만 선택은 부모님들이 했다고 봅니다. 단행본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무협액션 만화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을 때 관객동원에 실패한 사례도 있구요. 어떤 마니아 층을 대상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개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서찬휘>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하는 점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자면,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수요층이 얇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는 마니아나 일본에서와 같은 오타쿠층이 거의 없어요.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는 시장형성이 되지 않습니다.

인터넷이 발달되기 전인 90년대 중반 이전에는 지금처럼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니아들도 어쩔 수 없이 보고싶은 비디오테이프를 불법 복제해서 보거나 힘들게 작품들을 구해서 봐야만 했어요. 그런데 현재는 그런 작품들을 극장에 가서 관람을 하거나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절대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평의 목소리는 더 커졌죠. 이렇듯 국내 마니아, 소위 오타쿠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절대 시장성을 감안할 수 없다고 봅니다. 『원더풀 데이즈』같은 경우도 비주얼 퀄리티나 연출에 대해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지만, 그것이 실제 마니아 층을 노린 것이었다면 그들은 보지도 않고 혹평하기에 바빴겠죠.

결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에서 시장성을 노린다면, 꼭 어린아이들 위주라기보다는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관객층이 보더라도 담보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와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어린아이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 수준이라는 것이 적당히 만들어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더구나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본다고 했을 때, 그들도 일정 부분 충족을 시켜줘야 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들이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아치와 시팍』을 굉장히 잘 만든 작품이라고 보는데요. 연출이나 스토리는 굉장히 잘됐다고 생각합니다만, 실제 흥행에서 큰 성적을 거두지 못 한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18세 이상의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보러 극장에 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어느 정도 감안되고 시장이 커지고 흥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만들어진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구요.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강상균> 우리나라 극장용 애니메이션 관객을 생각할 때는 일단 전반적인 애니메이션에 대한 시각보다는 극장을 찾아가는 관객들이 누구인가를 따져 볼 필요가 있거든요. 실제 20~30대의 여성들이 우리나라 문화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극장에서 성공적으로 흥행했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을 예로 들자면, 이 작품의 경우 매우 많은 수의 젊은 여성들이 관람을 했다고 합니다.

어릴 적 보고 자랐던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과 주인공 하울이 멋있다는 것, 그리고 하울의 목소리를 연기한 기무라 타쿠야의 아우라가 있기 때문에 선택을 했다고 보는데요. 이런 여러 가지 상품성들이 보여준 흥행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사람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돌리게 만드는 어떤 킬링포인트에 대한 기획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어떤 정서적인 어필이 요구되기 때문에 극장에 가게 됩니다. 한국영화가 외국영화보다 잘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가 나와서 정서적으로 어필하고 그 정서적인 어필을 통해서 자기가 슬픔이든 기쁨이든 정서적인 반응을 일으켰을 때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는 것은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드라마와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차이를 두는 것 같은 차별성이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겠지만, 도대체 어떤 관객이 애니메이션을 볼 것이고 어떻게 만들어져야 관객들을 불러 올 수 있을까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잘 만들면 알아서 찾아오겠지’라는 차원을 뛰어넘어서 정말로 애니메이션으로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에 대해 고민해보고 그런 요소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실사영화에서 주지 못하는 애니메이션의 매력일 것이며, 창작자들이 틀림없이 꺼낼 때가 된 시기인 것 같습니다.


<김재호> 90년대 말, 미국에서 『아이언 자이언트』와『포켓몬스터2』, 『토이스토리2』가 함께 개봉을 했어요. 그런데『아이언 자이언트』의 경우는 작품의 색감이나 전반적인 내러티브 구조면에서도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일만에 내렸죠. 이렇게 잘 만들었다고 하는 작품들도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요.

<선정우> 저는 일본에서『게드전기』, 『시간을건너는 소녀』, 『파프리카』를 봤어요. 『시간을 건너는 소녀』와 『파프리카』가 『게드전기』 보다 일본 내에서 엄청난 작품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 빛을 발하진 못했어요. 우리나라에서『게드전기』가 예상만큼의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재미가 없었다는 것과 미야자키 감독이 아닌 그의 아들이 만들었다는 이유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압도적인 상업적 성공을 거뒀어요.

즉, 『게드전기』가 작품적으로 훨씬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년 일본 개봉영화 중에서도 수위권으로 마감을 했다는 것이죠.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지브리의 브랜드와 자본력으로 TV나 신문 등을 통한 마케팅에 의한 부분과 미야자키의 아들이란 부분도 통했다는 것, 그리고『게드전기』원작이 훌륭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파프리카』의 콘사토시 감독이나 『시간을 건너는 소녀』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해외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그다지 알려진 감독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까 지적하신 관객들이 극장에 가서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한 관점으로 풀이해보면 내용상으로 재미없다고 해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게드전기』의 선택 요소가 압도적으로 우월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영화의 경우는 오랜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일단 영화의 흥행코드를 알고 시작하기 때문에 실패를 하더라도 기본적인 수준은 맞춘다는 것이죠. 일본의 경우도 흥행코드가 있어서 그 코드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을 가지고 기획에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애초부터 그런 기획단계의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겁니다. 돈을 어디서 벌어야 할지, 누가 와서 봐줄지에 대한 판단말이죠.

궁극적으로는 작품을 만든 경험이 적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고, 크리에이터가 없다는 문제도 옳은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작화 퀄리티는 높지만 스토리나 기획에서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재호> 감독의 작가적인 색깔과 상업적인 부분이 적절히 조율된다면 『천년여우 여우비』이상의 작품들도 나올 수 있을 듯한데요. 이런 관점에서 『천년여우여우비』가 보여준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천년여우 여우비』가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있어서 어떤 발전적인 분기점을 만들어 준 것은 아닐까요?

<서찬휘> 문제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면, 그 다음 작품이 기대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천년여우 여우비』를 분기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의문이 생깁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천년여우 여우비』를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분기점으로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기술적이든 비주얼적이든 많은 요소들에 신경을 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전혀 설명이 안되는 이야기 코드들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저는 미리 소설을 읽은 후에 관람을 했기에 겨우 전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단지 애니메이션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개연성 없는 이야기 구조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만약 감독의 작품 스타일 때문에 서사가 포기된 것이라면 어찌됐든 그것을 극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이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이야기』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봅니다. 『마리이야기』는 애초에 성인들을 위한 성인동화 내지는 예술적인 느낌의 영상 또는 독립영화에서 스케일을 가져왔던 장편 데뷔작이라는 레테르가 있었기에 용인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천년여우 여우비』의 경우, 사람들은 예술적인 느낌의 영상보다는 재미있는 것을 바란다는 것이죠. 『천년여우 여우비』가 사람들이 봐주길 바랬고 원했던 부분도 그런 재미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기에는 극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쉽다는 겁니다.

『천년여우 여우비』가 상황 설정이나 비주얼적인 부분은 상당히 멋있었어요. 특히 후반부의 새장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그러나 애니메이션이 예쁜 스틸 컷 모음은 아니죠. 성우의 경우도『마리이야기』때 느꼈던 것보다 더 난감했어요. 연기력의재고는 둘째 치더라도 배역에 맞는 목소리 캐스팅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다음 작품에서는 얼마나 극복되고 보완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작품을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어떤 분기점으로 보기에는 힘들지 않을까는 생각이 듭니다.


서찬휘(좌) 선정우(우) 패널

<김성욱> 개인적으로 2006년이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해라고 생각해요.결론적으로 한국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학계, 정부, 업계에서 노력한 것들이 2006년에 어느 정도 첫 번째 성과를 보여준 한 해였다는 거죠.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에 가장 민감한 사람이 프로듀서입니다. 프로듀서 입장에서 보면 『천년여우 여우비』가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마의 턱걸이였던 20만 관객을 넘겼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에도 극장용 애니메이션 관객층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객관적인 증거자료였다고 생각합니다.

『태권브이』는 60~70만 정도 예상을 하는데 그건 어떤 노스텔지어를 노린 것이라고 보구요. 어쨌든 『태권브이』와 『천년여우 여우비』가 극장용 창작애니메이션이 넘기 힘들었던 마의 20만장벽을 넘고 50만을 넘어 1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것입니다.

개봉 첫날『천년여우 여우비』를 보면서 한 40만 정도는 될 것이라고 예상을 했어요. 갖춰야 할 요소는 다 갖췄는데 전체적으로 임팩트가 약했던 것 같습니다. 극장에서는 돈을 주고 봤기 때문에 극장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의 자기만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천년여우 여우비』가 그런 측면으로 봤을때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구요. 비주얼적으로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죠! 만약에 그런 부분만 조금 해결됐다면 100만 가까이는 관객동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한국애니메이션 100만 시장열기 캠페인> 등에서 볼 수 있는 100만이란 수치가 어떻게 나온 것이냐 하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손익분기점이 나오려면, 즉 투자자를 만족시키려면 100만 관객은 되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관객보다 투자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인데요. 구조적으로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사업은 투자라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본전도 회수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투자를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애니메이션이 많이 만들어져야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저도 무척 공감하는 부분입니다만, 그렇게 많이 만들어지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결국 투자자들이 주는 것이거든요. 투자자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애니메이션도 많이 만들어질 것이고, 결국 좋은 애니메이션도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천년여우 여우비』가 어디까지 흥행할지는 모르겠지만,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이번 흥행 결과를 통해 심리적인 하한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성공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소는 결국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라는 부분이기 때문에, 미래가 밝은가 어두운가에 대해서는 이제야 투자자들에게 할 이야기가 생겼다는 것이죠.

<김재호> 한국 애니메이션에도 전문 성우가 필요하지만, 국내 애니메이션이 부족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전문성우를 활용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성우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강상균> 보통 애니메이션 진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제작 중심의 입장에서 항상 이야기들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면 애니메이션을 잘 만들 수 있을까라고 고려하는 단계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의 애니메이션 진흥방법에 대해서 접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치와 시팍』의 경우 극장에는 3명의 스타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임창정, 류승범, 현영이 성우로 캐스팅되어 개봉됐어요. 다시 말하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작품이 더 잘 만들어질까에 대해서 고민하기때문에 전문 성우를 선호하지만, 직접 관객들을 상대하는 극장이나 배급 유통망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는 전문 성우만으로는 관객 동원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일본의 경우는 성우를 아예 스타로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스타성우로 인정받는 분들은, (비유하자면) 멀더와 스컬리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기본적으로 창작 인프라뿐 아니라 소비의 인프라가 같이 커줘야 하는데, 힘들게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놓고도 소비가 안 된다는 느낌이 이제는 많이 들고 있어요. 그러나 이 부분이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미국의 경우 아이들이 태어나서 부모님 얼굴 말고 미키 마우스를 가장 많이 보고 자란다고 하죠. 일본의 경우도 만화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시각이 자연스럽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런 식으로 소비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부에서 경제를 부양시킬 때도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부양시키는데, 애니메이션의 경우 95년에 정부가 나서서 학교와 제작사 등에 자금을 투자했는데 정작 소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 했다는 것입니다. ‘그냥 만들어놓으면 보겠지’하는 시각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만들어 놓으면 정말 극소수의 마니아들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죠.


<김재호> 쉽지만은 않은 현실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어떠해야 될까요.

<선정우>『천년여우 여우비』를 보고 나서 한국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에 비해 흥행이 잘 안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결국 만들어지는 작품 수에 달렸다고 보는데요. 미국이나 일본이 한국보다 실패작이 적은 비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선정우

예를 들면 일본의 경우 1년에 100작품이 넘도록 TV 시리즈나 OVA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때문에 우리 애니메이션의 노하우들이 축적되지 않고 발전하는 속도가 더디다고 보지만, 그래도 지금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칼럼니스트나 평론가들을 포함해서 애니메이션에 종사하는 분들이 제작 중심의 발전 방향뿐 아니라, 이제는 소비자 중심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시기인 듯 싶습니다.

<서찬휘> 만화산업의 경우 작년이 분기점이 된 해가 아니었나 생각이 드는데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오늘의 주제였지만 TV시리즈가 빠질 수 없을 듯합니다. TV 시리즈의 경우는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는 시점인 듯해요. 『빼꼼』, 『 뽀로로』 (『아이언키드』, 『오디 패밀리』) 등의 경우가 그렇죠. 우리나라가 대체적으로 3D가 강세인 것 같은데, 3D 작품이 만국 공통어로 해외에서도 인정될 수 있는 재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상당부분 찾은 것 같아요. 그 외의 여러 가지 선례들도 있구요.


서찬휘

극장용의 경우 『하얀마음 백구』, 『오세암』을 만든 <마고21>에서『바리공주』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마고21>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은 작품의 이야기 조밀성을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습니다. 『오세암』 때 왜 그 이상성공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겠죠. 특히 우리가 <마고21>이나 <스튜디오 카브> 같은 곳의 행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TV 시리즈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국내애니메이션이 충분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때가 작년과 올해 초가 아닐까 하는데요. 오늘 이야기되는 훌륭한 말씀들과 지적들이 사장되지 않고 반성될 수 있다면, 미래는 어둡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강상균> 영화제작 측면에서 보자면 상업적이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막연히 상업적으로 돈을 벌려고 해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작품들이 사실많거든요. 그러나 박진표 감독의『그놈 목소리』가 개봉하자마자 200만명이 넘어갔구요. 그 전작인 『너는 내운명』의 경우도 상업적인 소재로 보긴 힘들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어요.

영화를 만드는 분들이 말하는 것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상업적인 것이지, 억지로 코미디, 멜로, 액션을 만든다고 해서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작품이 보다 더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가는 것 같아요. 우리 애니메이션도 이런 방향으로 발전되어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애니메이션이 테크니션 위주라는 선입견을 빨리 깨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시나리오도 전문 작가보다는 감독이 직접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영화 쪽을 보더라도 시나리오를 쓰지 못하는 감독은 입봉할 기회조차 적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라는 것이 단지 문서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영화가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기획과 영화 전체의 퍼포먼스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모든 요소들을 충분히 머릿속에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는 사전 자료들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크리에이터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그 전체 작품을 맡아서 운영해 나갈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많이 만들어지지 않다 보니 거기까지 검증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역할이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필요성도 못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획자, 감독, 작가, 애니메이터 등 모든 사람들이 시나리오라는 이름으로 보여지는 그 작품의 퍼포먼스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공부하고 익숙해져야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성욱>『장금이의 꿈』(감독 박병산)이란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보면, 일본에서 『터치』 극장판 작품으로 히트한 일본의 국민적인 감독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감독이 『장금이의 꿈』을 보고 이런 얘기를 했어요.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 볼만한 것이 나왔다.”

이 얘기는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이 볼만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에 대한 느낌이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장금이의 꿈』은 무엇을 봐야 할 지에 대해 집중할 요소를 갖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봤다는 것입니다.

박병산 감독은 『장금이의 꿈』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그동안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실패했던 이유가 돈을 내고 보는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김성욱

『아치와시팍』을 예로 들자면(물론 부족한 요소는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제작된 극장용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애니메이션이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관객들은 원하는 것이 있어요. 특히 자기 돈을 내고 보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고 봅니다. 『아치와 시팍』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다만, 그것이 관객을 납득시키는 부분에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결국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기에 바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구요.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는데, 그것을 만들어내는 능력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기가 만들고 싶어하는 것을 우선시 하는 것일 수 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강상균> 『아치와 시팍』에 참여했던 경험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전적으로 크리에이터가 만들고 싶은 것이 우선시된 것이었구요. 충무로의 경우는 그것을 우선시해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이제는 크리에이터들이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을 기본적으로 찾아내서 들어가고 있어요. 애니메이션 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이 없다 보니, 일단은 자기가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우선인 것 같거든요. 그런 결과들이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실인 것이죠.


강상균

<김성욱> 또 한 가지는 크리에이터는 애니메이션이 창작산업으로 성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소임에는 분명한데요. 그러나 그것을 포함한 엔터테이너들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자면 창의력 있는 엔터테이너 말이죠. 크리에이티브한 소양을 갖고 있으면서 그것을 이용해 관객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주는 사람 말입니다.

『천년여우 여우비』를 보고난 후 어떤 의미에서는 전작인 『마리 이야기』에서 지적받았던 부분에 대해서 대부분 반대로 하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마리이야기』가 내러티브 구조가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에『천년여우 여우비』에서는 스토리라인을 보다 쉽게 풀어줬다는 점이나, 비주얼 면에서 차분한 느낌이 있었지만 화려한 임팩트가 부족했던 것을 『천년여우 여우비』에서 능가해버렸다는 점, 캐릭터들을 전작에 비해 예쁘게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대상 연령층이 불확실했다는 전작에 비해 가족들 또는 아이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 등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이런 의미로 보자면 『마리 이야기』시절의 이성강 감독이 크리에이터였다면『천년여우 여우비』시절의 이성강 감독은 엔터테이너를 지향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입니다. 즉, 관객들이 원하는 것들을 반영했던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스튜디오에는 미래의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성강 감독의 색깔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미야자키 감독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성강 류도 필요하고 박병산 류도 필요합니다. 즉, 어떤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줘야 산업적인 미래가 보일 수 있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는 크리에이티브를 가진 엔터테이너들이 애니메이션 업계에 발을 끊는 순간,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없다라고 보는데요. 제2의 이성강이나 박병산을 꿈꾸는 분들이 아직 많다고 보기 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밝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재호> 한국 애니메이션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김성욱> 한국 애니메이션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 요소를 꼽을 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만드는 사람과 봐주는 사람입니다. 그 둘이 존재해야 투자가 되거든요. 만드는 사람들은 계속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보는 사람들은 계속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한국 애니메이션이 발전 이전에 생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생존을 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 것이 한국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도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야 할 것 같습니다.

<강상균> 소비를 할 때 돈을 주고 소비하는 부분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데요. 모든 대중문화라는 것이 사실은 소비를 통해 제작순환이 되면서 성장하는 것일텐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만들어놨는데 보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경우는 극장에 가서 본다는 것이 일종의 생활패턴의 이벤트로 자리잡은 것 같은데, 극장에 가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생활소비 패턴은 찾아보기 힘들죠. 앞으로는 제작 중심의 진흥 방향보다 소비 중심의 진흥 방향이 더 모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선정우> 창작제작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바꾸자는 것도 좋지만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성공한 작품들은 왜 성공을 했는지에 대해서 제작단계 때부터 고려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보는 사람들이 없다면 문제가 되는 거죠. 그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크리에이 터가 될 사람들은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되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자기 것을 봐줄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왜 자기 것을 봐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죠.

<강상균> 정책적으로 국민의 마인드를 바꾼다고 해서 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으면 안될 무언가를 던져줘야 하는 거겠죠. 물론 장르의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1,000만 부가 팔렸다고 하는 만화 『마법 천자문』의 경우는 그것을 돌려보거나 스캔해서 보지 않아요. 부모들은 돈을 주고 사서 자기 아이한테 줬을 때 나중에 더 큰 대가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분들도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피터 잭슨 감독이 ‘앞으로는 홈시어터 때문에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다.’라는 위기감을 가지고 킹콩을 처음 기획했다고 들었는데요. 당시 기획했던 내용이‘엄청나게 큰 스크린에 영화를 틀어서 실물 정도 크기의 킹콩이 눈앞에서 있는 듯한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보여주면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결국 일반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끝나긴 했지만, 하물며 피터 잭슨도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지 않으면 안 될 무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일단 잘 만들어 놓을 테니까 알아서 와서 보라.’라는 접근은 다소 무모하다 는 것입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엔터테인먼트 측면까지 고려해서 관객들이 경험하게 만드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찬휘> 한국 애니메이션은 현재 창구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TV 애니메이션이 활성화된 기반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나와야 한다고 보구요.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새로운 매체들이 많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김재호> 한국 애니메이션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이처럼 많기 때문에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가 필요하다는 것과 소비자를 만족시켜주는 작품들이 만들어질 때 우리의 앞날이 밝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들 감사드리구요.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CGLand와 월간 아이콘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에디터_김종원

본 내용은 월간 아이콘 2007년 3월호 특집 기사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