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300」의 VFX
300대 100만의 신화를 스크린에 재현하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프랭크밀러의 걸작
영화『300』은 기원전 480년에 제 3차 페르시아 전쟁시 테살리아 지방의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일어난 전투로,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페르시아 군에 대항한 300명의 스파르타 정예부대의 전투를 다룬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페르시아 전쟁 승패의 분수령이 되었고 이후 동서양 역사를 뒤바꿔 놓았으며, 동서양의 구분에 대한 개념 또한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게 된 시초가 되었다.

이 전설 같은 역사상의 전투는 이미 1962년『300명의 스파르탄(원제 : The 300 Spartans)』이라는 작품으로 영화화 된 적이 있었으며, 이미『신시티(Sin City)』로 뛰어난 극적 연출을 인정받은 프랭크 밀러가 어린시절 보았던 영화에 영향을 받아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한『300』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강한 콘트라스트와 극적인 화면연출에 의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빛을 발해 책이 발간 되자마자 마니아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라 그에게 수많은 상을 안겨주었다.

프랭크 밀러는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신화처럼 만들고, 또한 신화를 실제처럼 현실로 끌어왔다. 마치 누군가가 전투현장에서 모든 것을 목격했다가 다시 그 장면을 고스란히 되풀이해 말해주는 것 같은 생생한 전개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열정적이며 초현실적이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재현해낸 것이다.

5년 전, 『300』을 처음 접한 제작진은 이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하지 않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잭 스나이더 감독에게 책을 건넸고 잭 스나이더는 책을 읽는 순간, 전투 장면부터 인물들까지 모든 요소 들을 정확히 꿰뚫어 보기 시작했다. 원작에 가장 적합한 감독을 찾던 제작진은 프랭크 밀러를 설득하기에 나섰다. 『신시티』의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자신을 설득하는 제작진에게 프랭크 밀러는『300』의 영화화를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화에 착수한 제작진은 현실적인 영화 제작의 전형을 피하는 대신‘스크린에서 살아 숨쉬는’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이에 잭 스나이더가 직접 영화의 스토리보드 작업을 맡고, 프랭크 밀러가 영화의 총 제작 지휘를 맡아『300』을 영상으로 옮겼다. 특히 잭 스나이더는 원작에 묘사되어 있는 모든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크러쉬 기법”이라는 컬러 밸런스 조작법을 고안했다. 크러쉬 기법이란 특정 이미지가 가진 어두운 부분을 뭉개서 영화의 콘트라스트(대비)를 바꿔 색의 순도를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영화 속의 모든 이미지는 이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이 크러쉬 기법으로『300』은 기존 영화들과는 전혀 색다른 화면으로 완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은 프랭크 밀러의 회화적 상상력만큼 시적 감성을 내포한 대사까지 보존해 영화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나레이터라는 역할을 등장시켰다.

이들의 이런 노력으로 정지된 사진 같은 화면이 아닌 프랭크 밀러가 창조해 놓은 그래픽 노블의 세계로 관객들을 고스란히 데려다 놓는 영상의 새 장을 열었고, 『300』은 배경, 전투, 액션, 건물 등에 상관없이 모든 장면이 마치 특수효과 같이 완성되었다.

스타일 가이드를 이용, 4개국 10개 VFX업체 참여
현실적이기보다는 환상에 가까운 스파르타를 재현하기 위해 미술팀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해야 했다. 특수효과를 이용한 배경은 물론, 프랭크 밀러가 원작에서 보여준 비주얼한 면도 충실히 반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감독이 만든 스토리보드를 출발점으로 3D작업 환경을 만들고 스파르타와 그리스 지형, 전투의 현장이었던 테르모필레에 대한 구상 작업에 착수했다. 지형 세트는 추상적이어서 카메라 앵글을 바꾸거나 소품을 더하는 식으로 다른 장면에 여러 번 활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레오니다스 왕의 300명의 군대가 그리스를 건너 행군하는 장면과 스파르타와 뜨거운 문, 크세르크세스 황제의 야영지 등 3개의 세트만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영화속 유일한 야외촬영은 페르시아의 사자들이 카메라를 향해 달려오는 장면뿐이다.

모든 장면의 배경은 3D로 처리되었고 키 프레임 일러 스트레이션으로 색이 입혀졌으며, 대부분 특수효과를 이용한 장면이었지만 기술적으로 부족한 장면은 없었다. 모든 특수효과 장면은 프랭크 밀러가 원작에서 보여준 스타일과 미학을 반영하면서도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상상력을 곳곳에 집어넣어야 했다. 거의 모든 세트와 장소가 특수효과 처리되었기 때문에 모든 팀은 디자인과 기술이 잘 결합되는지 확인해야 했다.

영화의 시각적 질을 높이는 방법의 일환으로 특수효과팀은 불의 형상과 스파르타인의 망토, 상처, 무기, CG로 그린 피와 진짜 비교 등 영화에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험했다. 몇 달에 걸친 비교실험을 통해 의견 일치된 작업과 세부 사항은‘스타일 가이드’로 정리되었고, 이 가이드는 4개국 10개의 특수효과 회사에 전달되어 영화의 완성에 사용되었다.

감독과 VFX 수퍼바이저의 비전
연출을 맡은 잭 스나이더 감독은 좀비가 나오는 공포 영화의 고전『새벽의 저주』의 리메이크판을 연출한 감독으로 장편에 입봉한 신인감독이다. 그는 영국의 <British Communication Arts magazine>에서 가장 유능한 광고 감독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영상 연출 감각을 가졌다. 『새벽의 저주』도 그렇지만 유명한 작품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그만큼 감각적인 영상 연출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300』은 작품의 스케일면에서부터 상당히 도전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여러 업체가 참여하게 되었고, 그것을 다시 퍼즐 맞추듯이 재조합시키는 것도 감독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스나이더 감독은『300』의 제작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대작이기 때문에 완성하기까지 무척 힘들고 지쳤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300』의 제작에 참여했던 아티스트들의 대부분이 원작 그래픽 노블의 팬들이었기 때문에 연출하면서 의사소통을 하는데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특히, VFX를 총괄했던 크리스 씨와 미술감독인 그랜트 씨에게도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스나이더 감독은 원작의 비주얼을 극적으로 재현한 어린 레오니스 왕이 커다랗고 검은 늑대와 대결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세 번째 전투가 끝나고 스파르타 군의 기세가 등등할 때 장군의 아들인 아스티노스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적군에게 머리를 잘리기 바로 전 장면이라고 한다. 이 장면에서는 스테디카메라로 360도를 돌며 잔학한 전투 장면들을 보여주었는데, 그 연결된 장면들의 코리어그래피(안무)를 연출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특수효과를 담당한 VFX 수퍼바이저인 크리스 와츠는 영화『투모로우』, 『해리포터 아즈카반의 죄수』등의 제작에 참여한 베테랑이다. 2005년 여름, 몬트리올에서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스나이더 감독은 직접 크리스를 지명하고 연락해서『300』에 합류하길 권했다. 그는 작품의 스크립트와 프로덕션 디자이너 짐비셀과 특수효과 감독인 그랜트 프렉켈톤의 오리지널 컨셉 아트를 보고 매료되어 VFX 수퍼바이저의 자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크리스와 제작에 참여한 VFX 하우스들이 첫 번째로 풀어야 했던 숙제는 그래픽 노블을 영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사실감의 레벨을 맞추느냐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원작의 그림들을 각각의 VFX 하우스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결코 정확한 방향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컨셉을 담당했던 그랜트와 함께‘스타일 가이드’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10개의 VFX 하우스들
영화『300』은 1,500개의 컷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VFX샷은 1,306개이다. 영화의 촬영은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오래된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곳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로케이션은 하루만에 진행되었는데, 야외에서 말을 타고 적들이 달려가는 장면을 촬영했다. 블루스크린은 90%, 그린스크린은 10%를 사용하였는데, 블루가 그린보다 라이팅 패러다임이 잘맞았다. 그 이유는, 그린은 너무 밝은 느낌이었고 스파르탄들의 빨간 망토가 블루일 때가 더 보기 좋았기 때문이었다.

2K로 뷰와 필름 레코딩을 했으며, Avid에서 편집하고 Final Cut Pro에서 HD컷들을 다루었다. 3D는 Maya, XSI, Lightwave 3D를 사용하였고, 2D 합성은 Shake, Inferno, Digital Fusion, Combustion 등을 사용하였다. 제작 플랫폼도 OS X를 선호했으나 Linux에서 대부분 작업하였고, 약간은 Windows에서 진행되었다. 정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한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 대부분의 영상은 50과 150 fps의고속 촬영이 필요했기 때문에 디지털이 아닌 필름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필름은 HD SR 테이프와 Quicktime으로 전송되어 HD Quicktime을 기반으로 HD프리뷰를 했다.『 300』은 HD영상을 활용하여 아이맥스용으로도 개봉될 예정이다.

VFX에 참여한 10개 업체는 Hybride, Buzz Images, Pixel Magic, Screaming Death Monkey, Technicolor Creative Services, Scanline, Amalgamated Pixels, Hydraulx, Meteor Studios, Animal Logic이다. 이 중에 대표적인 회사들과 그들의 역할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Hybride라는 회사는 95명의 인원이 16개월 동안 영화『300』에서 45분에 달하는, 가장 많은 540개의 샷을 만들어냈다. 촬영지와 같은 퀘벡 주에 위치했기 때문에 세금의 혜택도 있었지만, 『신시티』에서 보여준 그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한, Hybride에서는 XSI와 Lightwave 3D, boujou 및 Autodesk 사의 영상합성툴들을 사용하여 초기에 나오는 커다란 늑대를 CG로 만들었고, 잉크처럼 튀는 피, 눈, 비, 진흙들을 연출하였다.

영화『포세이돈』에서 인하우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하이 퀄리티의 바다를 CG로 연출했던 독일의 Scanline에서는 페르시아 군이 상륙하면서 폭풍우 때문에 수 척이 좌초되는 크고 다이나믹한 장면을 연출하여 원작에 충실 하면서도 더욱 강력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인『해피피트』를 제작했던 호주의 Animal Logic은 이미 수준 높은 광고 동영상 제작능력을 인정받고 있어서 프리프로덕션에서부터『300』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본 작업에서는 8분에 176개의 VFX샷으로 구성되어 있는 스파르탄의 초기 전투장면을 연출하였다.

Animal Logic 소속의 VFX 수퍼바이저 크리스티 밀라가 이끄는 영상합성팀은 블루스크린으로 촬영된 필름을 기반으로 CG배경과 CG더블(대역)을 첨가시켜 스파르타군에 밀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페르시아 군사들의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었다.

미국의 베니스에 위치한 Screaming Death Monkey는 작품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인“오라클”의 연출을 담당하였다. VFX 수퍼바이저인 제레미 헌트는 제사장들에게 바쳐진 처녀 오라클의 환상적인 비주얼을 연출하는 것에 도전하였던 것이다. 매트페인팅 배경을 준비한 후, 여배우를 블루스크린 배경의 물탱크에 잠수시켜 무중력의 몽환적인 몸동작을 만들어 추가적인 CG 요소들과 함께 합성을 했는데, 오라클을 감싸고 있는 연기를 연출하는데 고심을 하였다. CG와 실제 연기를 번갈아 테스트해 보다가 결국 3D 지오메트리에 bone chain을 통해 변형되는 cloth 시뮬레이션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파티클 스모크 요소를 붙여서 전체의 느낌을 살렸다.

에디터_주자덕

본 내용은 월간 아이콘 2007년 4월호 특집 기사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