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서의 게임 아티스트를 바란다

글. 김원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게임시장은 질적,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속에서 2003년부터 화두로 떠오른 것 중 하나가 ‘게임 그래픽’이었다. 처음엔 기대가 넘치는 화두였는데… 지금은 잘 하고도 부끄러운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06년까지 마치 그래픽 지상주의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줄만큼 게임성이 완성되지도 않았지만 ‘뽀대’라 일컫는 그래픽을 멋지게 보여주는 것에 열중했고 많은- 아니 대부분의 게임이 100억이란 돈을 넘어서는 제작비용을 들이고도 실패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 블록버스터게임 타이틀들은 이빨은 이쁜데 음식을 씹을 수 없는 것처럼 모양만 냈지 실제 필요한 게임의 컨텐츠를 확보하여 완성하지 못했다는 따가운 화살을 받았다.

그래픽을 위한 개발을 한 것이고 게임개발을 위한 개발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해까지의 과오가 오히려 그래픽 작업자에게는 커다란 축복과도 같았다. 그것은 많은 그래픽 인력을 채용했고 최신 게임 엔진으로 실력만큼 비주얼을 뽐낼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최첨단의 엔진과 환경을 경험하는 축복 속에 한국의 그래픽 아티스트는 세계적인 인정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웃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00억이 우습던 ‘튼실한 회사’가 휘청하며 ‘불안한 회사’로 넘어가고 있으며 같이 했던 개발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른 회사에서 다시 꿈을 꾸러 들어갔다.

"우린 뭐가 문제였지? 우린 참 멋진 실력자인데 말야 ㅎㅎ. 참여한 게임은 벌써 두 번째 망했자나. 그 동안 우리들은 약 1백46억3천8백4십원을 까먹는 프로젝트들에서 꾸준히 월급을 챙긴 거야. ㅎㅎ"

"그래도 뽑아주는 회사 많잖아. 첫 프로젝트는 경쟁작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무너졌던 것 같고, 두 번째는 솔직히 내가 해도 재미없는 게임이었어. 차라리 사천성이나 하겠다"

"그래. 맞아… 근데 아저씨. 우리가 프로젝트 운이 없는 걸까 아니면 그 회사들이 운이 없는 걸까? ㅋㅋ"

"우리가 운이 좋은 거지. ㅋㅋㅋ"

"하긴 ^^; 월급 받으며 포트폴리오 채운 거지. 첨 회사에서 6개월 월급 밀린 거 생각하면 쩝.."

유쾌한 대화라고는 할 수 없는… 우스개 소리처럼 가볍게 하게 되는 고민의 흔적 이랄까.

두 사람이 함께 했던, 월급이 언제 끊어질 지 모르던 불과 몇 년 전에는 이런 질문들도 나누곤 했었다.

“아저씨는 한 오 년 후엔 뭐 할거야?”

"난 피규어가게^^"

“난 게임 계속 만들고 싶은데ㅜㅜ… 망하면 피규어 가게나 같이 할까? 내가 영업 뛸 테니, 돈만 대라 ㅋㅋ”
(피규어 판매업체들도 많이 망했다-.-;;)

게임이 성공하고 산업이 안정적인 시대가 되었지만 성공한 프로젝트에서 개발을 경험한 아티스트는 그리 많지 않다. 실패해도 산업 전체로는 안정적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고 월급 밀리는 것 고민하는 시절 지났다고 생각이 느슨해진 부분도 나름 있을 것이다.

운이 좋은 회사나 개발자는 실로 많지 않다.
다들 지금까지 힘들게 쌓아온 게임 산업이며 그 성장이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준비된 인프라가 있었고 기회도 있었기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회사와 개발자가 쌓은 경험들은 단지 지난 역사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기 위한, 책으로도 배울 수 없는 훌륭한 재산이다.

회사는 아티스트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하지 말고 실패의 경험까지도 성공을 위한 자질로 바라보고 키워나가며 좀 더 장기적으로 성공 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충실하게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아티스트는 개인의 만족을 위한 개발을 할 것이 아니라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확히 공유하고 창의적이면서도 게임에 최적화 된 리소스를 제작하여 회사의 경쟁력으로 자리 메김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같이 성공하고 발전해서 하얀 수염이 멋지게 자랄 때까지 개발자로 남을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이젠 자신의 만족을 위한 작가가 아닌 게임개발을 아는 개발자로서의 게임아티스트가 되었으면 한다.

2007년 4월 단동에서 압록강을 바라보며

글. 김원태
caress@wemade.com


현,㈜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개발3 본부장
『카일라스팀』, 『네드팀』, [엔진개발팀], [사운드팀] 감독
『미르의전설 2』, 『미르의 전설3』제작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