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브라더스, 한국영화 CG를 이끌다'
VFX 포스트 프로덕션 - 'EON Digital Films'

‘포 브라더스'(Four Brothers, 2005)는 살해당한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모인 형제 네 명의 이야기를 다룬 존 싱글톤(John Daniel Singleton)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네 명의 형제들은 태어난 곳과 피는 달라도 진한 의리로 뭉쳐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우리 한국영화 CG분야 에도 이처럼 네 명의 친구들이 뭉쳐, 피보다 진한 우정으로 ‘동거동락' 하며 10년째 한국영화 CG를 이끌어온 영화전문 시각효과 회사가 있다. 한국 영화의 VFX 포스트 프로덕션인 EON Digital Films 이다.
한국영화 CG의 '산증인'인 EON Digital Films 최재천 실장을 만나 EON의 ‘포 브라더스'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한국영화 CG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재천 실장
“영화CG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벌써 10년”
CGLand_조영만 : 우선 EON 회사소개를 부탁드립니다.
'EON Digital Films'는 영화전문 시각효과 회사입니다. 1997년 『박대박』, 『패자부활전』을 시작으로 1999년 『자귀모』, 『주유소 습격사건』, 『간첩리철진』, 『플란다스의 개』, 『공포택시』, 『시월애』, 『무사』, 『조폭마누라』, 『킬러들의 수다』, 『공공의 적』, 『결혼은 미친 짓이다』, 『굳세어라 금순아』, 『올드보이』, 『화성으로간 사나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쓰리몬스터』, 『아는 여자』,『너는 내 운명』, 『친절한 금자씨』, 『남극일기』, 『주먹이 운다』, 『미녀는 괴로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다세포소녀』, 『사랑따윈 필요없어』, 『괴물』, 『사생결단』, 『뚝방전설』, 『그놈 목소리』의 CG를 제작해왔습니다.
영화 CG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벌써 10년째 되어가는 군요.
CGLand_조영만 : EON을 설립한 배경과 CG영역 중에서도 영화CG를 선택한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또한, 회사 명칭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습니까?
경희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출신인 동기생 네 명이(EON 공동대표: 이전형, 정성진, 한영우, 최재천) 대학시절 디자인 작업실을 함께 시작하면서 EON이 시작되었습니다. 네 명 모두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인과 영화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공통된 분야의 수업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네 명 모두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화를 즐기며 영화CG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영화CG의 세계로 뛰어들은 때는 군대 제대 후였습니다. 군대를 가지전에는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제대 후에는 컴퓨터 그래픽의 세상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신문광고, CF분야의 일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매체보다 영화CG에 가장 큰 매력과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영화CG의 선봉인 박관우 실장님을 만나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박관우 실장님은 영화제작회사 신씨네에서 영화CG를 담당하시며 ‘은행나무침대', ‘구미호' 등의 CG를 제작하셨고 저희들의 ‘사부님' 이셨습니다. 처음에 박관우 실장님과 같이 영화 ‘박대박', ‘패자부활전'의 CG를 제작 하다가 EON으로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EON이란 회사 명칭은 공동대표 네 명의 영문 이름에서 공동된 알파벳 E, O, N을 찾아 회사 명칭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학교근처 작은 작업실에서 출발한 EON 이지만 지금은 자체 사옥에서 공동대표 네 명과 팀장 2명 그리고 팀원들로 구성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친구 네 명이 지금까지 서로를 믿고 힘이 돼 주며 함께 일해온 것이 가장 큰 자부심이며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CGLand_조영만 : 영화CG를 제작하실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며, 아이디어와 영감은 어디서 얻으십니까?
저희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1순위가 ‘퀄리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퀄리티는 실물과 구별하기 힘든 CG와 CG라는 인식을 하면서도 멋있다고 느끼는 CG를 포괄하는 ‘퀄리티'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 회사가 발전해온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고, 지금까지 CG때문에 문제가 제기된 작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이디어와 영감은 우선 시나리오를 읽고 내용 파악을 시작으로, 그동안 축척된 영화, 영상물에서 얻습니다. 학창시절 일본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았습니다. 항상 열린 사고로 영상물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것 작업한 노하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괴물』
CGLand_조영만 : 10년 전 처음 영화CG를 할 때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한다면 어떻게 변화되어 왔습니까?
예전엔 제작 사전계획을 잡을 때 CG부분에 대한 염두가 매우 적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CG를 염두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도 많이 생겨났고, 프리프로덕션 회의 때 CG팀의 아이디어와 컨셉 반영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또한 CG를 이해하고 중요성을 인지한 감독님들이 많아 지셨습니다.
이렇게 발전한 부분이 늘어나면서 영화CG제작에 더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여 촬영을 마쳐도 항상 돌발 상황이 발생하게 마련입니다.봉준호 감독님의 『괴물』을 제작할 당시 촬영과 편집을 마치고 시사를 하는 도중 현장에서 통제를 잘했다고 생각했으나, 영화내용과 관계없는 사람이 카메라를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경우, 예상치 못한 배경, 사물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화면이 발견되면 고생스럽지만 한컷 한컷 CG로 지우는 작업을 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를 해왔지만 돌발 상황이 없던 영화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이러한 작업을 염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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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원동력은 공동대표 네 명의 힘이 크다”
CGLand_조영만 : 지금까지 영화CG만 고집하며 꾸준히 작업한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분명히 영화CG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항상 새로운 시도의 컷이 생기고 반복되는 작업이 없습니다. 물론 배우 몸에 부착된 와이어 지우기 같은 일명 ‘노가다' 작업이 있으나, 항상 새로운 시도에 가치를 느낍니다.
1997년 영화 ‘박대박'을 제작할 당시 야구공 하나 날아가는 장면이 최고의 작업 이였으나, 최근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주인공 얼굴이 열리는 장면같이 점점 퀄리티와 테크닉이 올라가며, CG컷의 양적 증가와 컴퓨터 속도의 개선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물론 EON의 가장 큰 원동력은 공동대표 네 명의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도 경제적 위기가 많이 있었습니다만 그때마다 공동 대표들은 각자 말은 안했지만 스스로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며 지금까지 이기고 성장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CGLand_조영만 : 영화CG제작시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영화는 다른 많은 스텝들과의 협동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현장에서는 대기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형, 동생 하면서 굉장히 친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CG를 하는 사람들 중에 성격이 약간 폐쇄적이거나 외골수인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성격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인 것 같습니다. 영화 CG 작업은 사람들과의 융화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수평적인 관계의 많은 팀들과 협동하며 작업하는 부분이 많고 이를 위해 성격적인 부분을 개선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화와 설득의 능력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CGLand_조영만 : EON이 제작한 영화『무사』CG중 화살이 사람 몸에 명중하는 장면이 훌륭하게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노력들이 있었습니까?
방금 말한 것처럼 영화에는 여러 팀들이 있습니다. 『무사』에서 화살, 칼 등이 몸에 박히는 CG표현 같은 경우 CG만 잘한다고 훌륭하게 표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화살이 리얼하게 박히는 표현을 특수효과팀이 담당하고 특수분장팀의 리얼한 분장과 배우들의 액션연기 그리고 CG팀의 실감나는 무기 표현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가장 멋진 장면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장면을 위해 CG팀도 현장에서 반복적 촬영을 지켜보고 직접 판단하거나 상의합니다. 그 결과 여러 팀들의 호흡이 서로 일치하는 순간 좋은 영상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영화『무사』
CGLand_조영만 : 영화 『괴물』은 EON과 오퍼니지가 함께 작업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영화『괴물』작업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 작품을 통해 여러 가지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메인은 외국회사에서 하고 괴물 CG 이외의 부분을 EON이 담당해서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외국회사의 시스템 운영방식과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여 작업하는 노하우를 보면서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대작 CG를 만드는 노하우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외국에 비해 규모도 작고 CG의 경험이 부족하지만, 우리는 점점 발전하고 있으며 순수한 우리 기술로도 훌륭한 CG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영화『괴물』, 와이어 삭제, Before & After
CGLand_조영만 :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배우 임수정이 자신을 싸이보그라고 상상하며 손에서 총알을 발사하는 장면은 어떻게 제작하신건가요?
우선 배우 임수정의 턱과 몸에 마킹 포인트를 세팅하고 촬영했습니다. 촬영된 것을 가상 트래킹을 잡아서 하나 하나 어색하지 않도록 많은 시간을 들여 작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배경에만 CG가 들어가는 장면도 표현하는 방법은 똑같이 어렵지만 이런 장면은 공정단계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죠.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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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관객들이 CG라고 생각지 못한 부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CGLand_조영만 : 영화 『미녀는 괴로워』, 『그놈 목소리』에서 사용된 CG부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특히 영화 『그놈 목소리』에서 유괴된 아이 몸에 벌레들 모습과 배우 설경구와 전직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 이외의 CG가 사용된 곳은 어느 부분입니까?
영화『미녀는 괴로워』에서는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pre-visualization)'으로 불리우는 디지털 3D 스토리-보딩(story-boarding) 기술을 사용하여 촬영할 영상을 미리 3D로 만든 다음 현장에서 스텝들에게 보여주면서 작업했습니다. 이 영상을 통해 현장인원들에게 자신들이 제작할 영상에 대한 사전 정보와 연출방법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영화 『그놈 목소리』는 영화 배경과 같은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도심의 많은 간판들과 기타 자동차, 도로 등등을 CG로 표현했야만 했습니다. 어떤 부분은 일반 관객들이 CG라고 생각지 못한 부분들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은행 로고를 당시 사용하던 로고로 바꾸거나, 차량의 수를 늘리는 작업 등이 있었으며 모니터를 표현한 CG 효과 등은 대부분 CG 느낌을 최소화하려고 했습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영화 『그놈 목소리』
CGLand_조영만 : EON에서 사용하는 시스템, 하드웨어는 무엇이며 현재 제작중인 영화CG는 무엇입니까?
지금은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하루가 다르게 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EON에서는 특정 제품보다는 여러 제품을 골고루 사용하여 최상의 퀄리티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 영화CG를 시작할 당시에는 어떤 영상물이던 눈으로 보면 CG부분이 어딘지 쉽게 알아보았지만 지금은 저희 스스로도 국외, 국내 작품들 중에서 설명을 듣지 못하면 알아보기 힘든 CG부분이 많이 생겼고 그만큼 기술이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최신 버전에 대해 습득, 공부가 필요하며, 이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항상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작 중인 작품은 김성욱 감독의『못말리는 결혼』,임필성 감독의『헨젤과 그레텔』, 에그필름에서 제작중인『매스』등이 있습니다.
CGLand_조영만 : 한국영화 CG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우수한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게임분야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집중된 것 같습니다.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며 영화 CG를 하고자 하는 분들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영화 CG에 시간을 투자하며 노력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CG 효과에 대한 정당한 투자들이 더 많이 활성화 되어져야 그에 상응하는 발전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GLand_조영만 : 오랜 시간 인터뷰에 협조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취재. 조영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