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용 칼럼] 온라인게임의 성공요소에 대한 위험한 전망 (2부)

그래도 그래픽의 발전은 이어진다. 단 그 속의 코드를 간과하진 말자. FPS 의 대세

어느 순간 몇 명의 대학생들이 게임엔진의 전설을 만들기 시작했던 아이디소프트의 울펜슈타인이 생각난다. 지금까지도 게임인들 간에 회자되는 퀘이크엔진, 언리얼엔진, 리스텍엔진은 현재 국내시장을 이끌고 있는 온라인 FPS 시장의 초석을 마련한 역사적 기념물들이란 생각을 한다.

아주 오래 전 학창시절 밤을 지새우며 이 고전명작의 엔딩을 보기 위해 밤을 지새우던 기억이 아마도 이 글을 읽은 몇몇 분들에겐 있을 것이다. 그때 그래픽은 중요하지 않았다. 게이머의 로망은 게임 그 자체였다. 역시 역사의 시작은 언제나 작은 것, 기본적인 것에서 비롯된다. 자주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이 게임이 성공할 것 같은가에 대한 질문을..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과감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온라인 게임은 철저하게 패키지 게임들과는 다른 관계형 게임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온라인 FPS 는 액션보다는 전략이라는 코드가, 홀로 즐기기(Stand Alone)보다는 다대다 대전(多對多 對戰)이라는 지극히 온라인다운 코드들이 성공을 일구어나가고 있다. 여기에 위에 언급한 기념비적인 게임엔진들은 그 게임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다. 즉, 관계형 게임성이라는 FPS 게임의 러브마크를 더욱 멋지고 값지게 포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게임성은 맛 좋은 요리와도 같다. 그래픽을 비롯한 사운드, 마케팅은 이를 담는 식기이고 서빙이며 보기 좋은 인테리어라 할 수 있다. 어떤 미식가가 식기를 하찮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서비스와 인테리어, 청결함 등에 대해 누가 부인하겠는가? 물론 항상 예외는 있다. 삼청동 욕쟁이 할머니 집처럼 이러한 모든 것들을 무너뜨리는 예외는 있다. 하지만 그 예외 속에도 맛은 가장 중요한 고객들의 선택사항인 것 만은 분명하다. 이젠 그 음식과 음식이 담긴 식기를 누가 먹는가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

그래픽 발전의 상당부분 큰 역할을 해왔던 FPS 게임, 그리고 그 FPS 게임의 제품개념을 또 한번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국내 온라인 FPS 게임. 이제 그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는 게이머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온라인게임의 성공요소, 관계형 게임성

일반적으로 남자는 수리지능이 뛰어나고 여자는 관계지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시어머니와의 통화 후 슬퍼하는 어머니를 보고 딸과 아들은 각각 이렇게 반응한다.

딸, “왜 할머니가 서운하게 했어? 섭섭해 하지마” 어깨를 두드려주며 위로하는 딸...

아들, “지금 축구중계 봐도 돼?” 그 어머니 앞에 넓은 등판을 보이며 TV 앞에 않는 아들.

지극히 극단적인 예이지만 쉽게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항상 예외도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축구중계를 좋아하는 멋진 여성분들, 드라마를 좋아하는 멋진 남성분들도 많이 계신 것으로 생각된다.

드라마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배경과 이야기들에 몰입하는 여자와 도저히 그 인물들을 복잡성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프라이드 중계방송을 보려고 하는 남자. 관계성에 더욱 발달한 여자보다 교차로의 교통사고 사망률에 있어서 남성이 더 높은 까닭이라고도 한다.

지금까지의 온라인 게임은 수리지능이 뛰어난 남자들의 시장이었다. 특히 초기 패키지 게임이나 콘솔게임에서는 더욱 명확한 시장 구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특히 관계지향적 게임성을 갖춘 게임의 경우를 살펴보면 향후 우리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공요소는 물론이거니와 성장코드까지도 살짝 점쳐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국내 새로운 게임시장의 지평을 열고 있는 T3 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에서 더욱 확고해진다. 이 게임에서의 여성 게이머는 분명한 러브마크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향후 지켜보아야 할 우리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공요소 중 충분한 한 요소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캐릭터의 이쁨과 귀여움만으로 여성 게이머가 움직였을까 에 대해서는 단정지을 수 없을 것이다 . 하지만 라그나로크의 전설은 캐릭터나 그래픽의 아기자기함보다 라그페스티발과 같은 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오디션의 중요요소인 채팅시스템 ,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 커플시스템과 같은 커뮤니티 요소 , 관계지향 요소 . 이것은 우리가 다시 한번 심도 있게 지켜보아야 할 부분으로 생각된다.

온라인게임시장의 러브마크 + 그래픽

이와 같이 게이머의 요구에 맞게 만들어진 게임성이 동반된 그래픽의 화려한 부활은 언제 올까? 이는 게임개발사만의 몫은 아닌 것 같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선호게임을 즐길 줄 아는 게이머의 보편화도 필요할 것이며 이를 색안경 끼고 보지 않는 사회적 시선도 필요할 것이다.

대한민국 게임시장은 아직 테스트 중이다.

전세계 온라인 게임시장 역시 아직 테스트 중이다.

이제는 관계지능이 발달한 다수의 남성 게이머가 존재하는 게임시장, 수리지능이 발달한 다수의 여성 게이머가 존재하는 게임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계, 수리 지능이 복합적으로 공존하는 게임시장까지도. 더 이상 섣불리 뒤로 간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게임시장이 곧 도래할지 모른다.

필자가 노력하고 있는 마케팅 영역에서도, 그리고 게이머의 첫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게임그래픽 영역에서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리란 예상을 해본다. 우리 게임시장을 유심히 관찰해 보자.

첨언
지금까지 짧지 않은 글임에도 필자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다소 괴변 식의 주관적 해석과 전망도 포함되어 있지만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한 민초의 생각이라 여겨주시고 많은 이해를 부탁 드립니다. 더불어 칼럼에 언급된 회사와 게임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인 견해이오니 관계자 분들의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물건을 연구하지 말고, 물건을 사고, 쓰고, 버리고, 부수는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연구하자. 쏟아지는 놀라운 아이디어를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 디자이너 폴 스미스 (Paul Smith) -


글. 박세용
위즈위버 커뮤니케이션즈 / CEO
채널커뮤니케이션 AE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장
다음커뮤니케이션 / 다음게임 마케팅 본부장
(사)한국게임마케팅포럼 회장
(재)한국게임산업개발원 자문위원
대한민국게임백서 편집위원
온라인광고대행사 위즈위버 마케팅 이사
現 ㈜위즈위버 커뮤니케이션즈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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