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AR 공식 포스터

지난 7월 23일,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2007년 8월, 대한민국 SF의 새로운 신화를 목격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D-WAR. 대한민국에서 가장 웃기는 사람 중의 한 명이라고 본인 스스로를 소개하는 심형래 감독의 최신작이기도 한 D-WAR는 여러 의미에서 관객과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널리 알려졌듯이 영구아트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인 CG가 3,800컷이나 삽입되었다고 한다. SF의 새로운 신화가 될 것인지는 다소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국내 CG의 새로운 기술혁신을 이뤄낸 점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그런 D-WAR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D-WAR 언론 시사회 입장 전 모습

러닝타임은 90분 정도. 본래 상영시간이 더 길었으나 소니 측의 요구로 1시간 30분 분량으로 편집했다고 한다.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심형래 감독은 DVD로 출시할 때는 직접 넣고 싶은 장면을 새롭게 편집하여 러닝타임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CG에 대한 평가와 스토리라인에 대한 평가, 두 가지로 나뉘었다. 물론 CG부분은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얻었고, 반면 스토리라인은 다소 미흡했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상영 내내 영구 시절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부활한 듯한 컷이 간간히 보였다는 점과 상영 끝부분에 풀 오케스트라로 연주된 ‘아리랑’이 슬프고 웅장한 사운드로 대미를 장식했다는 점이다(물론 CG의 훌륭함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헐리우드 영화와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이뤄냈다).
영화 상영이 끝나자, 보기 드물게 심형래 감독의 사진과 ‘후기’가 ‘감독의 변’을 통해 올라왔다.

D-WAR 언론 시사회에 등장한 심형래 감독

D-WAR는 다소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 힘든 작품이었다. CG는 뛰어났지만 스토리라인은 매끄럽지 못했다. 기술력의 발전을 칭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가진 고유의 미덕을 칭찬하려면, 심형래 감독의 말마따나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달라. 다음부터는 더욱 잘하겠다”는 말의 격려차원에서 칭찬해야 할 것 같다. 이는 대부분의 취재진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었는지, 여러 차례 ‘스토리’에 관련된 질문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기자 회견은 먼저 심형래 감독의 소감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용가리 이후 7년 만에 매스컴이 다 바뀐 것처럼 모르는 기자분들이 대다수이군요. 고맙습니다. D-WAR를 만들면서 욕도 많이 듣고, 무모한 짓을 한다고 걱정 많이 끼쳤습니다. 고생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서글서글한 표정의 심형래 감독은 이어서 D-WAR가 이뤄낸 부분을 언급했다.

“처음에는 500개 상영관만 헐리우드에서 개봉해도 우리나라에서 깜짝 놀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1700개 이상, 일본에서는 500개 상영관으로 개봉될 예정입니다. 또 100% 대한민국 기술로 만든 CG로 완성했습니다.
CG가 겉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실사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영구아트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고, 미국에서 많은 스텝을 구성해서 드라마를 찍는 것도 매우 힘들었습니다. 힘든 얘기를 꺼내면 끝이 없죠.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이 격려해줘서 오늘까지 온 것 같습니다. 피터 잭슨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을 때 '투자자 2분이 없었다면 이런 날이 올 수 없었다'고 얘기했듯,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광민 회장 등의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D-WAR가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또 쇼박스 관계자분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이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작.

질의응답 중인 심형래 감독

취재진: D-WAR는 이무기라는 한국 고유의 콘텐츠가 등장한다. 하지만 적의 이미지가 유럽 중세시대의 기사들 같다. 이무기에 대한 전설은 한국 콘텐츠이면서도 적은 유럽 기사의 모습을 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또 영화를 만들면서 영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심형래: 일단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적 이미지를 선택을 했고 또 선과 악의 대립을 이끌어내기 위해 부라퀴와 추종 세력들을 만들어냈다.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셈이다.
영어소통 부분은, 나는 영어를 매우 잘하는데 그쪽에서 매우 어려워하더라. 자기들이 알아서 잘 했다. 난 편했다. 전 세계에서 80% 이상의 영화를 헐리우드가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잔인할 정도로 흥행에 참패하고 있다. 이제 지금부터는 우리가 직접 배급하는 시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세계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직접 배급을 하여 돌파구를 찾기 위해 ‘영어’를 선택했다. 난 영어를 잘 못하지만, 전 세계인들이 보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 영어로 제작했다.

취재진: 영화 후반부에 아리랑이 나온다. 의도된 것인가? DVD에 수록될 버전에는 상영 화면 이외의 장면이 삽입되는가?

심형래: 의도적으로 아리랑 음악을 넣었다.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다. 직원들조차 반대했다. 베토벤, 모차르트 음악만 훌륭하고, 우리나라 음악을 저질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웃기다. 아리랑을 풀 오케스트라로 연주해서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마침 음악 감독인 자브론스키에게 아리랑을 들려줬더니, 매우 좋아했다. 이후 150인조 풀 오케스트라와 90명의 합창단을 동원해서 음악을 만들었다. 슬프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살렸고, 가사와 마지막 장면도 매우 적절했다. 선곡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또 DVD로 출시될 때는 내가 넣고 싶은 컷을 포함시킬 생각이다.

취재진: 감독 스스로 아쉬웠던 부분은? 또 잊혀지지 않는 순간은 언제인가.

심형래: 항상 아쉬운 부분이 있다. 특정 컷을 더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매번 있었다. 영화를 찍다가 두 번 울었던 적이 있다. 한번은 미국에서 14살 정도로 보이는 어떤 교포 소녀가 저를 보고 ‘아저씨, 파이팅’이라고 외치면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겠다고 했을 때였고, 두 번째는 영화 안에서 ‘이것이 바로 한국의 전설이다’라는 부분을 찍었을 때였다. 우리의 영화를 많이 찍어야겠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우리 한국의 이미지가 영화 속에서는 ‘어글리 코리안’이질 않는가.

취재진: 상영 끝에 감독의 소감과 의지가 섞인 ‘감독의 변’ 멘트가 올라갔다. 이는 세계 상영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인가? 또 스토리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코미디언 출시 감독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도 궁금하다.

심형래: 심형래가 만들었기 때문에 반감되는 부분이 많다. 우뢰매, 빨간내복과 오토바이 헬멧 등을 생각하기 때문에 고정관념이 깊은 것 같다. 마지막에 올라간 멘트는 나의 의도가 아니라, 이화경 사장(오리온그룹 엔터테인먼트 그룹 총괄)님의 의도였다. 외국에서는 삽입되지 않고, 음악으로 끝난다. 스토리 부분이 아쉬웠다는 지적은 공감한다. 하지만 1시간 30분으로 맞춰달라는 소니의 주문이 있었고, 편집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는 선과 악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심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취재진: CG가 잘됐으므로 박수를 쳐야 마땅하겠지만, 스토리 부분의 오점이 아쉽다. 더 자랑하고 싶은데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다. 감독으로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심형래: 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나도 스파이더맨이 개봉했을 당시에 배급하는 친구에게 ‘스토리가 왜 저렇게 매끄럽지 않냐?’하고 물었더니 반응이 ‘SO WHAT?’이었다. 10억불을 벌었으니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이었다. 천리길도 한걸음이니까, 2탄부터 잘 만들겠다. 미흡하더라도 귀엽게, 너그럽게 봐줬으면 한다. 이후에 <라스트 갓파더>라는 영화를 기획 중이다. 마론브란도(보스)가 사고 쳐서 낳은 아들이 한국에 있는데, 그 녀석이 영구라는 컨셉으로 기획하고 있다. 이번에 슬랩스틱 코미디로 미스터 빈과 붙어보려고 한다(웃음).

인터뷰 내내 고난을 극복한 장인의 모습이 엿보였던 심형래 감독은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여유롭고 유머러스한 답변으로 일관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에 필자는 심형래 감독과 영구아트의 '무모한 도전'이 분명 큰 성과를 이뤄낼 것이라는 사실을 이번 언론 시사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