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어떤 애니메이션이 있나? 2002년 <마리 이야기>가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에서 그랑프리를 받으며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해, 그 당시 국내 애니메이션으로는 최고의 제작비인 60억 원이 투여된 <원더풀 데이즈>가 저조한 흥행으로 그 기대에 찬 물을 끼얹었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역시 한국 애니메이션은 시나리오가 약하다, 그림이 조잡하다, 뚜렷한 캐릭터도 없고, 성우의 연기도 어색하다 등등의 부정적인 관객반응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대작 애니메이션의 실패로 투자 환경도 많이 위축됐다. 일본의 지브리, 미국의 픽사, 영국의 아드만 스튜디오가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서 극장에 개봉하는 동안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계는 거의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 <로봇 태권 V>가 디지털로 복원되어 돌아왔다. 어린 시절, 태권 V를 보고 열광했던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아이와 함께 다시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성강 감독도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를 내놓았다. <로봇 태권 V>는 전국 70만, <천년여우 여우비>는 전국 5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은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애니메이션센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으며 힘겹게 그들의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들은 안시, 히로시마 등의 세계 유수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새로운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또 다른 도약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그 새로운 가능성의 중심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의 애니메이션연출 전공이 있다. 99년부터 애니메이션연출 교육을 시작한 아카데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35mm 필름 애니메이션 작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올해부터는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 교과 과정

“아직까지는 산업 구조가 취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화 분야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늘어가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그런 박차고 나가는 힘을 가진 창의적인 작가를 배출하는 것이 아카데미의 교육 목표이다.”

아카데미 애니메이션연출전공 조득수 책임교수는 힘주어 이야기한다.

이러한 교육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아카데미에서는 작품 연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수업이 마련되어 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사실적인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배우나 무용수를 섭외해서 라이프 드로잉 수업을 진행한다. 자신의 연출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을 보며 학생들은 필요한 움직임을 잡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위해 성우를 섭외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은 성우와 함께 작업하며 연기를 연출하는 나름의 방법을 익히기도 한다. 그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수업도 있다.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가와 함께 하는 마스터 클래스 수업도 있다. 작년의 경우 헐리우드에서 스토리보드 작가로 활동하는 크리스 초이와 함께 장편 애니메이션 스토리보드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의 토대가 되는 스토리보딩 작업을 하면서 학생들은 장편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까지 일정 부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득수 교수는 아카데미 교육의 가장 큰 장점으로 학생들의 작업 순서에 따라 교육이 진행되는 방식을 꼽는다. 작품을 만드는 동안 학생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야의 강사를 학교측에 신청하면, 학교 측에서 그 강사를 섭외해 수업을 진행하는 ‘멘토링 수업'이 그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학생 수가 6~10명 정도이다 보니, 아무래도 교수진과 학생 사이가 밀착되어 있다. 그 만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타 전공과 연계해서 교육이 진행되는 것도 다른 학교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작품마다 프로듀싱전공, 촬영전공 학생들이 참여하므로 전공 사이의 관계가 상당히 유기적이다.”

학생들은 1년 동안의 정규과정에서 이러한 교육을 받으며 개인 각자의 창의성을 개발하고, 그러한 결과물은 러닝타임 3분 정도의 35mm 실습작품으로 만들어진다. 실습작품의 러닝타임이 짧은 것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이 없느냐고 묻자, 조교수는 그래서 ‘제작연구과정'이 마련되어 있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제작연구과정에서는 5명의 애니메이션 연출자가 1명의 프로듀서와 함께 60분 분량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1년에 걸쳐 만들게 된다. 이 과정은 올 해 신설되었으며 현재 이적의 단편 소설 <제불찰씨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예전에 한 사람이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역량을 얻는 데 10년이 걸렸다면, 우리 학교에서는 1~2년 안에 이 과정을 완성하려고 한다. 여러 명이 모여 공동의 힘으로 얻는 시너지 효과로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매년 한 편씩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나올 테고, 이 작품들이 쌓이게 되면 산업의 판도도 변할 거라 믿는다.”

올해 아카데미 애니메이션전공 신입생 원서 접수는 10월 1일 부터 8일까지 진행된다. 예년과 달리 올해 1차 전형은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 평가로 이뤄진다. 참고로 10월 6일 오후 3시에는 아카데미에서 ‘오픈 라이프 드로잉 스튜디오' 가 열린다. 학생들이 배우나 무용수들의 동작을 보며 크로키하는 과정에 학교 외부인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카데미 애니메이션연출전공 수업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 애니메이션연출전공 동문 인터뷰

유진희 (15기) : 언년이(00), 낮잠(03), 호박전(06)

유진희 감독은 애니메이션연출전공이 생긴 첫해에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1999년 애니메이션아카데미는 영화아카데미와 별도로 분리하여 설립되었으나 2001년에 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연출전공으로 흡수 통합되었다.) 졸업작품 <언년이>는 안시, 클레르몽페랑,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작년에는 러닝타임 40분의 <호박전>을 극장개봉하기도 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비온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Q.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A. 그 당시에 애니메이션을 공부할 수 있는 데가 아카데미밖에 없었다. 그래서 왔고... 들어와서 공부하면서는 광고나 미술 쪽에 계신 선생님들의 수업이 좋았다. 각자 다른 분야에 있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도 많은 걸 배웠다. 기획이나 제작 쪽 수업도 재밌었고.

유진희 -『호박전』

Q. 졸업 후 지금까지의 과정은?

A. 세 개 정도의 대학에서 5년 동안 강의를 했다. 그러다 보니 애니메이션 작업과 너무 멀어지는 것 같아 불안했다. 그래서 강의를 그만두고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했다. 그래서 작년에 <호박전>을 개봉했고... 지금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배급이나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고, 그런 일을 하는 전문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업계에 좋은 프로듀서나 기획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Q.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전망은?

A.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음반산업이 활황이었고, 요즘 영화산업이 각광받는 것처럼 애니메이션도 분명히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Q.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의 계획은?

A. 지금은 운영하고 있는 비온뒤 스튜디오에서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앞으로는 장편 애니메이션이나 시리즈물을 하려고 노력중이다.

정우열 (16기) : <올드독의 고충상담실>, <올드독의 TV노트>, <올드독의 영화노트>, 카툰 <Old Dog> (거북이 북스) 등

정우열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시사만화가로 활동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했으나 게으른 탓에 졸업 작품을 완성시키지 못했다. 졸업 이후 시사만화를 그만두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드독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 카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재작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단편 애니메이션 <올드독의 다이어리> 세 편을 만들기도 했다.

Q. 어떻게 시사만화를 하게 됐는지?

A. 대학 때, 학보사에서 만화 그리는 일을 처음 시작했다. 그 당시에 박재동 화백이 한겨레 신문에 시사만화를 했었는데... 그런 영향을 좀 받은 것 같다. 내가 91학번인데 그 때만 해도 데모를 꽤 했었다. 삼당합당이나 강경대 학우의 죽음 같은 이슈들이 있었고... 그림을 좀 그리니까 선배들이 대자보에 들어갈 그림 같은 걸 시켰다. 그런 일을 하다 학보사 일까지 하게 됐다. 시사만화는 그 때 그렸던 만화들을 신문사에 보내서 시작하게 된 거다. 주간 신문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정우열 -『Old Dog』

Q. 아카데미에 들어 온 계기는?

A.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 당시 실기 시험 없이 들어갈 수 있는 학교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뿐이라서 거기 지원했었다. 거기 떨어지고 난 뒤에... 아버지가 영화감독이 되려면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라고 하시더라. 철학이나 문학 쪽의 전공을 택하라고... 그 말 듣고 국문학과에 들어갔다.

대학 들어간 이후에는 시네마테크 활동을 했었다. 성남 시네마테크 ‘시선'이라고... 우리가 문화학교 서울보다 시설이 더 좋았다. 극장 하나를 통째로 빌려 썼으니까... (웃음) 영화에 관심이 있으니까 영화잡지도 꾸준히 봤는데, 그 때 아카데미에 대한 기사도 보게 됐다. 그런데 거기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대 출신이고, 들어가려면 영어 시험도 봐야 되고... (웃음) 그래서 포기를 했다.

세월 흐르다 보니 영어 시험이 없어지고, 애니메이션연출 전공도 생기더라. 그 전에 애니메이션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있어서 세종대 영상교육원에서 애니메이션 만드는 걸 6개월 동안 배웠었다. 그 때 만들었던 작품을 포트폴리오로 해서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Q. 아카데미 교육 과정 중 기억에 남는 건?

A. 해외 애니메이터가 와서 진행한 워크샵이 재밌었다. 우리 때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장 플로가 왔었는데, 많은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졸업학기에 있었던 기획수업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광고회사에서 프로듀서로 있던 분이 와서 강의를 했었는데... 학생들이 조를 짜서 애니메이션 기획서를 만드는 과정이 수업의 주내용이었다. 학생들이 기획서를 가지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면 선생님은 ‘그거 쓰레기다. 그딴 걸 누가 돈 주고 사냐?'라고 말하며 학생들을 채찍질했다.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강했던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을 포기했지만...(웃음) 우리 조는 열심히 했다. ‘당신은 나이 먹어서 감이 떨어졌다. 우리 기획 좋은 거다.' 이런 말로 끝까지 우겼다. 뭐, 결국... 프로젝트는 산으로 갔다. (웃음) 그런 과정을 한 번 거치고 나니까 뭔가 피비린내나는 날 것의 느낌을 받았다.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는... 그 과정이 지금 만화를 하고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애니메이션 작업하는 사람들은 책상에 앉아서 맨날 자기가 하는 것만 들여다보고 있어서 자기 객관화가 잘 안 되는 경우들이 있다. 작품에 자신은 만족해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유치한 경우도 있고... 기획 수업을 하면서 자기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Q. 아카데미 졸업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일을 하게 됐는지?

A. 졸업 이후에도 돈이 필요하니까 시사만화 일을 계속 했다. 그런데... 내가 일하던 신문이 타블로이드판이라... 만화 뿐 아니라 각종 삽화까지 내가 다 그려야 했다. 남성 성기능 장애, 해구신, 강간마 출몰 그림을 그리고 있으려니 짜증이 많이 났다. 그러다가 홧김에 때려치웠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러니까... 데스크와의 의견차이로... (웃음) 아카데미 동기들이 영진위, 서울애니센터,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품을 만드는 걸 보고는 나도 지원신청을 했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가 변변찮은 게 없으니까 안 되더라.

모아놓은 돈도 없고 해서 막막하던 차에 집주인이 전세금을 좀 깎아줬다. 보증금 차액으로 생활을 연명하며 블로그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평생 돈에 끌려왔으니까 이젠 진짜 하고 싶은 걸 해보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애들이 좋아하는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가 아니라 쿨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개를 보면 표정이 없는데, 들여다보고 있으면 귀엽지 않나? 그런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올드독이란 캐릭터를 만들었고, 마침 부천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 내 블로그가 링크되면서 방문자수가 급증했다. 그런 식으로 알려지면서 일거리가 차츰 늘어갔다.

Q.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A.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진정성. 작업을 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마다 항상 초심을 다시 떠올린다. 원래 내가 하려던 게 뭔가? 물론 엄격한 자기 검증도 필요하겠지만... 두 번째는 시의적절성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이때는 미련 없이 아이템을 버려야 된다. 세 번째는 오락성. 재미가 없으면 안 된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작품을 본 사람들 마음에 무언가 남아야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올드독은 캐릭터고, 캐릭터는 원소스 멀티유즈다. 해외에서도 별 이질감이 없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문화 컨텐츠 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러닝타임 3분의 <올드독의 다이어리>를 세 편 제작했다. 이건 파일럿 프로그램이라 투자를 받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그 뒤로 투자가 안 되고 있어서... (웃음)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앞으로는 스토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을 해보고 싶다. 출판만화나... 어른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시트콤을 좋아한다. <심슨 가족>처럼 어른의 유머를 구사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장형윤 (18기) : 편지(03), 아빠가 필요해(05), 무림일검의 사생활(07)

장형윤의 단편 애니메이션 <편지>와 <아빠가 필요해>는 서른 개가 넘는 해외영화제에 상영되었고, 열 개가 넘는 상을 받았다. 현재 35mm 필름 애니메이션 <무림일검의 사생활>(25분) 후반작업 중이다. 이 작품은 9월 13일 ‘2007 인디 애니페스트'에 개막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Q. 아카데미에 지원한 계기는?

A. 대학 1학년 때 누구나 그런 것처럼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장형윤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나중에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돈 버는 게 목표가 될 것 같았는데... 돈은 작은 실수에도 금방 없어지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빚보증을 잘못 선다든가... (웃음) 원래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었다. 나중에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되면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작품은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노량진에 있는 학원에 가서 애니메이션 만드는 걸 공부했고, 아카데미에 지원했다.

Q. 기억에 남는 아카데미 수업은?

A. 일단 아카데미에 들어오니 너무 좋았다. 돈 걱정 없이 작품을 만들 수 있고... 당시 책임교수이던 안종혁 선생님이나 이성강 감독님의 수업이 많은 자극을 주었다.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안목이 많이 넓어졌다. 시나리오 수업도 도움이 많이 됐고.

장형윤 -『아빠가 필요해』

Q. 작품들을 보면 공통된 부분이 있다. 추구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A. 난 이를테면 왕가위 세대다. 20대 초반에 본 <열혈남아>, <중경삼림>이 아직까지 마음 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팍팍한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귀여운 사랑, 언제나 뒤늦게 도착하는 사랑, 사랑하는 사람들의 엇갈리는 마음... 이런 것들을 내 작품 속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Q. 졸업 후 지금까지의 과정은?

A. 지금 애니메이션 산업은 문제가 있다. 메인 스트림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는 신인감독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장편 애니메이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거다. 하지만 장편 애니메이션은 1년에 한 편 만들어질까 말까다. 사실 성공하는 확률을 보면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나 비슷한데... (웃음)

졸업을 하고 나서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기 위해 제작사를 차렸다. 그러다보니 제작사 사장이 하는 일, 프로듀서가 하는 일을 혼자서 다 한다. 기획서 만들고, 예산 짜고, 재무 관리도 하고... 다행히 졸업할 즈음에 각종 지원제도가 많이 생겼다. 지원금으로 지금까지 작업을 해왔다. 앞으로는 상업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투자를 받고 싶다.

Q. 작업을 하면서 부딪치는 문제점과 해결책은?

A.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그나마 돈을 좀 벌 수 있다. 교육을 위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좋은 일이지만, 돈을 위해서 애들한테 뭐가 먹힐 지를 고민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럼 내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이유가 없어지니까. 그리고... (웃음) 그림을 너무 못 그린다. 한 때는 그게 너무 답답했다. 내가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퀄리티보다는 아이디어와 정서로 승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해도 안 되서... (웃음) 지금은 하던 거라도 열심히, 잘 하자... 뭐, 이런 마음이다.

장형윤 -『무림일검의 사생활』

Q. 앞으로의 계획은?

A. 일단은 신작 <무림일검의 사생활>이 인디 애니페스트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그거 말고는... 2009년 여름까지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완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장편 아이템을 구상중이다.

<출처 :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www.kofic.or.kr) 'KOFIC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