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인터뷰> 블리자드 시니어 아티스트 박재욱

‘캐리비안의 해적 3’, ‘수퍼맨리턴즈’, ‘킹콩’ ‘괴물’, ‘투모로우’의 공통점은? 한국에서 멀리 미국까지 다양한 국적과 콘셉트를 가진 영화지만 한국인 아티스트의 활약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달 국내 VFX 모임 참석자 방한한 박재욱 씨는 선임기술 감독으로 이들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했다.

박재욱 씨는 국내에서 여러 편의 영화에서 시니어 테크니컬라이터로 활동하다, 세계적인 영화의 크레딧에 자신을 이름을 올렸으면 하는 바람 하나로 199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AAU에 입학한 다소 엉뚱한 면을 지닌 인물이다. “한국에서 공과대학을 다니다 영화에 관심이 많아 무작정 미국 유학길에 올랐어요.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오로지 블록버스터 영화 크레딧에 내 이름 석 자를 새겨 넣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어요.”

AAU 입학 3년째 아르바이트 삼아 캐리비안의 해적 3편과 헬보이, 미녀 삼총사 등 그토록 바라던 블록버스터 영화에 기술 스태프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VFX 특수 영상과 3D 시네매틱까지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ILM, 웨타 디지털 등 영화 제작사에서 쌓은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얼마 전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로 유명한 미국 블리자드사로 자리를 옮겼다. “17여 편의 영화 제작에 참여하면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평소 관심 분야였던 게임 쪽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최근 게임 제작사들이 영화의 비주얼 이펙트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도 하나의 이유다.”라며 이직의 배경을 밝힌 박재욱 씨는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아티스트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원한다면 실력을 쌓아라

‘쿵푸 팬더’의 전용덕과 이재원, '돼지코 아기 공룡 임피의 모험'의 조상연 등 한국인 아티스트들이 국제무대를 누빌 수 있는 이유는 그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박재욱 씨가 말하는 성공적인 해외 진출 조건 역시 실력이다. 그들과 원활한 의사소통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실력이 뛰어나면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채용할 수밖에 없단다. 물론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언어의 중요함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처럼 해외에서도 인맥을 잘 활용하면 단기간 내에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맥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넓혀 남들 보다 먼저 관련 업계의 소식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게임 및 영화 제작사의 경우 공채보다는 사내 인맥을 이용한 채용을 우선시한다. 무엇보다 실력 위주의 채용이므로 재교육이 필요치 않은 인재를 원한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실력이든 인맥이든 자신만의 노하우가 많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렇게 박재욱 씨를 비롯한 한국인 아티스트가 외국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실력과 끈기, 미적 감각 등 한국인 특유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의 언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없더라도 자신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충분히 승부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와 게임,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CG에 대한 열정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실력을 갖춘다면 어디서나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박재욱 씨의 앞날은 그래서 더욱 더 기대가 된다.

 

사진, 동영상 촬영 및 편집 :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