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라는 직업에는 ‘카리스마’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만족감’을 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선 까다롭고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디자인 매직박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기성에게는 ‘과장된 카리스마’보다는 나긋나긋한 말투와 직원들과 함께 호읍하는 감성이 엿보인다.

‘좋은 디자인이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디자이너는 누군가에 만족감을 주기 위한 직업으로 남들의 평가를 통해 성장할 때 비로소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됩니다.”

디자인 매직박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기성 이사. 덥수룩한 수염과 강렬한 눈빛이 영락없는 디자이너의 모습이지만 그와 그가 이끄는 팀이 만드는 디지털 기기는 결코 유행에 민감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의 후덕한 미소 때문일까. 인터뷰는 늘 어색하기 마련인데 그가 내놓은 차처럼 우리의 첫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다자이너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대학 시절 PC통신 동호회 ‘컬러랜드’를 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XT 컴퓨터로 간단한 이미지를 만들면서 ‘컬러랜드’라는 동호회를 알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디자이너가 되리라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디자인에 대한 애정은 놓칠 수 없었다. 국내에서 3D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대학 2학년,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한 발 빠르게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3D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꿈을 키워 나갔다. “컴퓨터 그래픽에 대해 알고 싶어서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PC잡지에 마우스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프로그램을 기고하면서 차츰 전문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어요.”

그의 말처럼 수순한 마음으로 시작한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이제 송기성이 평생 걸어갈 모습이다. “따로 미술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의 생각을 모니터 화면에 그려내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어요. 디자인에 대한 욕심이 점점 많아지고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다보니 지금의 크리에티브 디렉터라는 위치에 서게 됐네요.”

디렉터란 ‘카리스마’를 앞세워 팀원을 억누르는 것이 아닌 쉴 새 없이 토론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쳐 디자이너 자신과 클라이언트 모두가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조언자라는 그의 말에서 오늘의 자리가 철저한 자기 관리에서 비롯됐음이 느껴진다.

 

매일 시험 보는 느낌으로 회사일과 개인 작품을 활동을 하는 그. 그의 일정은 온통 디자인으로 가득 차 있다. 개인 홈페이지 ‘개코디자인’(www.gekodesign.com) 운영과 함께 무보수로 소셜 네트워크 뮤직 사이트 ‘큐박스’(www.qbox.com)의 디자이너로 참여하고 있다.

왜냐는 질문에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투자하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내뱉는 그는 무언가 간절히 하고 싶으면 반드시 그 소망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크레에이티브 디렉터 혹은 디자이너란 취업의 벽이 높고 길이 좁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꾸준한 개인 활동으로 남들에게 평가를 받고, 그것을 발판삼아 한 걸음씩 내 딛는다면 반드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홀로 방에 틀어박혀 디자이너를 꿈꾸기 보단 보다 넓은 우물 밖으로 나와 자신의 앞길을 닦아 나갈 것을 권했다. 개인 활동이든 공모전이든 그리고 그것이 좋지 않은 평가로 되돌아오던지 간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흔히 말하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전반적인 것을 다 아울러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저의 바람은 누군가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그런 디자이너, 아티스트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시잔, 영상 촬영 및 편집 :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