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 '월·E' 등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제작에 참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의 활약상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여름 시즌 경쟁작 ‘쿵푸 팬더’는 'Head of Story'를 담당했던 제니퍼 여 넬슨을 비롯해 'Head of Layout'을 담당한 전용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최승영씨까지 많은 한국인 아티스트들이 대작 탄생의 한 축을 담당하였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열린 이번 세미나는 18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CGLAND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제작 시스템 이해를 돕고자 지난 11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애니시네마에서 드림웍스 모델링 아티스트 최승영씨를 초정 ‘드림웍스 모델링 기술 세미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해외 유수 스튜디오의 제작 시스템을 접할 수 있었던 이번 세미나는 180여명의 아티스트와 학생, 관리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스토리와 애니메이션의 상관관계

첫 세션의 주제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소개 및 애니메이션 영화사로서의 위치와 전망이었다. 1994년 디즈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음반산업의 거두 데이비드 게펜과 손잡고 드림웍스를 창립한 제프리 카젠버그가 “동화를 기초로 하는 디즈니의 전통과는 다른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말한 것처럼 드림웍스는 창립 14년 만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아성을 무너뜨린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이 같은 짧은 시간에 디즈니의 아성을 넘볼 만치 성장을 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보다 탄탄한 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다고 최승영씨는 강조했다.

“'산밧드‘를 비롯한 2D 애니메이션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꾸준한 기술 향상과 무궁무진한 스토리 발굴로 ’슈렉‘에 이어 ’쿵푸팬터‘까지 무수한 히트작을 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뚱뚱하고 게으르며 느려 터진 판다가 쿵푸의 전설적인 후계자로 거듭난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룬 ’쿵푸팬더‘는 드림웍스의 야심을 집결해놓은 작품이다. 여기에는 멋진 왕자와 예쁜 공주가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라는 디즈니의 뻔한 동화적 판타지도 없고, 선하고 잘생긴 주인공과 악하고 추한 적과의 예측 가능한 대결도 없다.

드림웍스 모델러 최승영 씨

두 번째 세션은 역할 모델링 관점에서 보는 파이프라인이라는 주제로 모델링 파트에서 관망하는 전체 파이프라인과 넙스 모델링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보통 3년에서 5년의 기간을 두고 350여명의 인원을 투입, 한 편을 제작한다. 여기에는 아티스트는 물론 프로덕션 슈퍼바이저, 코디네이터, 코디네이터 어시스턴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함된다.

실사 애니메이션 지향, 넙스 모델링이 대세

그는 애니메이션 모델링에서 직관적인 파이널 셰이프의 예축이 가능한 넙스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드림웍스는 넙스상에서 스티치할 수 있는 자체 툴이 있는데 스티치 작업을 거친 후 폴리곤으로 변환, 이를 다시 서브 디바이드 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세션인 만큼 참석자들은 기술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국내에선 캐릭터 제작에 넙스 모델링을 많이 적용하지 않은 탓이다. 드림웍스는 실사 같은 애니메이션을 지향하는 3D 기술을 일찍부터 받아들였다. 드림웍스는 2D 애니메이션이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등도 꾸준히 선보여왔지만 2009년 이후로는 모든 작품을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경쟁사인 디즈니나 20세기 폭스보다 훨씬 빠른 행보다.

이날 세미나의 마지막 세션에서는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민감한 주제, 드림웍스를 비롯한 해외 스튜디오 진출과 CG 계열의 유학을 다뤘다. 사용 언어가 다르니 해외 취업이 쉬울 리는 없다. 최승영씨 역시 쉽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해외 취업은 뜬 구름 잡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드림웍스 아티스트 인원 구성을 보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아티스트가 다수를 차지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모델러보다는 이펙트 분야가 유리하단다. 또 한국에서의 취업보다는 미국 유학이나 현지 생활을 병행하면서 지속적인 인터뷰 지원이 취업을 하는 빠른 길이라고 덧붙였다.

영어에 대해서는 인터뷰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하고 회사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정도면 된다.

최근 개봉되는 블록버스터 영화 대부분이 화려한 CG와 이펙트 효과들로 치장되고, 이러한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이어가면서 CG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대부분이 CG를 사랑하고 배우려는 열정 하나로 진출한 이들이다. 실력과 열정을 갖췄다면 영어는 작은 장벽에 불과하다. 이번 세미나는 총 3개 세션에 걸쳐 오후 일정으로 마무리됐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CG 기술과 해외 아티스트 활동기는 CGLAND 지면을 통해 계속될 것이다.

사진, 영상 촬영 및 편집 :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