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쿵푸팬더'의 흥행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CG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A 티뷰론 스튜디오에서 텍스처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권세민 씨는 NFL, NCAA 등 유명 스포츠 게임의 배경 제작에 일가견이 있다. 대학 시절 그림을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일념하나로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컴퓨터 랩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의 세계화가 충분하다는 권세민 씨를 만나보자.

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플로리다 올랜도에 위치한 Electronic Arts, Tiburon Studio에서 텍스처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권세민입니다. X박스360, PS3용 NFL Madden 08과 NCAA Football 07 & 08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Central Football Environment팀에 소속되어 주로 배경이 되는 스타디움을 비롯해 다양한 텍스처 및 라이팅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다른 한국 유학생들처럼 컴퓨터 랩실에 가장 일찍 가고 가장 늦게 나오는 학생이었습니다(^^). 교수님이 랩실 비밀번호를 맡길 정도였죠. 제가 다닌 Florida Atlantic University(FAU) 대학원은 타 아트스쿨과 달리 학기마다 단편 애니메이션 한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토리 보드부터 모델링, 텍스쳐링, 애니메이팅, 컴파지팅, 음악 작업까지 모두 혼자 해야 했기에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다른 학교 학생들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불리한 부분이 많았죠. 그러나 2년 동안 4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각 분야의 지식을 넓히고, 각각의 작업들이 어떻게 맞물려 연결되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반적이고도 폭넓게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두 번의 인턴 과정을 경험했는데, 첫 인턴은 미네아폴리스에 있는 작은 애니메이션 회사였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단편 애니메이션과 forensic animation(재판 때 법정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실제 사건의 내용을 재현한 애니메이션)을 주로 제작했는데 직원이 10명도 되지 않는 소규모였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실력은 정말 우수했습니다. 모두 재미있고 좋은 친구들이었죠. 여기서의 인턴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수익은 미국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는 방법이었습니다.

완전히 오픈된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했고, 점심도 영화를 보면서 먹었으니까요. 그 시간들이 어학연수과정 없이 건너온 저에게 영어, 그리고 미국 친구들과 친해지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고 즐거웠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매년 여름 방학이면 시그라프(Siggraph)에 참가했는데, 다양한 세션과 전시들은 최신 기술이나 트렌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한편으로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Job Fair는 미국 내 유명 회사들의 recruiter와 직접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취업정보를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죠. 올해는 처음으로 싱가포르에서 '시그라프 아시아'가 개최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무척 기대가 됩니다.

두 번째 인턴은 EA recruiter의 아트 스쿨 방문이 계기가 되어 현재 근무 중인 EA- Tiburon에서 보냈습니다. EA 인턴 프로그램은 매우 체계적으로 짜여 있는데 실무에 바로 투입되어 아트 디렉터와 정기적으로 리뷰도 가지고, 파이프라인이나 툴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죠. 한편 EA University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수업을 제공해 실무 경험과 동시에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인턴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Art Director, Producer, Production Manager, Technical Director와의 미팅을 통해 실제 어떤 일을 하고, 게임이 만들어 지는지, 이러한 포지션에 오기까지의 과정이나 백그라운드를 경청할 수 있었다는 점, 전반적인 게임 인더스트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A에서 인턴으로 마지막 학기를 마친 후 풀타임 텍스처 아티스트로 일하게 되었고, 지금은 Madden NFL 09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EA-Tiburon은 EA-Canada와 함께 다양한 스포츠 타이틀을 개발하는 곳인데 지금까지 Madden NFL, NCAA Football, NASCAR, Tiger woods Golf, Superman Return 등 다양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텍스처 아티스트로 Photo-Realistic함을 추구하는 게임을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사진 자료의 해석능력입니다. 작업을 할 때 수많은 사진 자료들을 사용하는데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다른 시간대에 다른 카메라로 설정된 사진들을 보면 같은 콘크리트 벽이라도 다른 질감과 색깔을 가지고 있죠. 이런 자료를 가지고 본래의 텍스처를 찾아내고 해석해내는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페인팅 스킬과 사진을 다루는 능력 또한 중요해요. 미적인 안목과 함께 최소한의 budget으로 최대의 효과를 뽑을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성하고 셰이더를 짜는 아이디어 또한 아티스트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2. 미식축구는 어떤 게임인가요?

풋볼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슈퍼볼은 175개 이상의 나라에서 중계되고, 미국 인구의 45%가 시청하며, 구입자의 대부분이 슈퍼볼 경기 시청을 위해 HDTV를 구입할 정도로 인기 있는 스포츠죠.

풋볼은 15분씩 4번의 쿼터를 통해 한 쿼터당 10야드씩 전진하여 각 쿼터 별로 득점한 점수를 합하여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팀이 우승하는 영토, 전략 게임입니다. 팀당 11명의 선수가 뛰며, 한 쿼터당 10야드 전진을 위한 네 번의 시도를 하는데 그것을 fist down, second down, third down, fourth down이라 합니다. 경기는 매 down 당 멈추어 선수를 교체하거나 전략을 변경하는데, 각 팀은 약 100가지 이상의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플레이는 전략적으로 분석되고 기록되죠. 경기 전 코치와 선수들 간 리뷰를 통한 전략적 준비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일반적으로 경기는 일주일에 한번 열립니다.

NFL Madden은 이러한 풋볼 경기를 가장 사실적으로 만든 게임입니다. 그래픽은 실제 선수와 경기장을 그대로 표현하였고,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유니폼은 더러워지고, 경기장의 필드도 변하죠. 그리고 눈 오는 날과 비 오는 날의 경기를 맛 볼 수 있는 다양한 weather condition과 경기 시간 등을 선택할 수 있어요. 매년 새로운 선수들과 코치, 경기장뿐만 아니라 눈 위의 선수들의 발자국이나 입김, 빗방울이 튀는 등 다양한 그래픽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게임 플레이상으로 매년 실제 진행된 경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션캡처로 만들어지고, AI를 통해 선수의 플레이를 흡사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로써 게임을 통해 가장 리얼리스틱한 그래픽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3. 스포츠 게임의 장점?

현재 EA에서 개발하고 있는 스포츠 게임은 미식축구, 축구, 농구, 골프, 아이스하키 등 다양합니다. 이들 게임을 통해 실제 선수들을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고정 팬들을 확보했고 수익 또한 안정적입니다. 그리고 Madden은 매년 실제 게임 플레이 북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쿼터백 선수들의 트레이닝에 쓰일 정도로 게임 플레이의 정확성을 인정받고 있죠.

리얼리스틱 게임 외에도 아케이드/캐주얼 게임 장르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특히 닌텐도 플랫폼(Wii, NDS)은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게임 분야의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게임 개발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죠. 아울려 아시아 지역의 스포츠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화된 온라인 게임과 캐주얼 게임, 모바일 게임 또한 발전하리라 생각됩니다.

4. 한국에서는 게임이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인해 사회 문제가 제기되는데, 스포츠 게임 제작에 참여한 아티스트로써 소개하고픈 게임이 있다면?

우리나라 게이머에게 가장 유명한 스포츠 게임은 피파 시리즈가 아닐까요. 아마 축구에 관한 관심이 다른 종목 보다 높기 때문이겠죠. 축구 외에 아이스하키(NHL), 농구(NBA), 미식축구(NFL)도 추천하고 싶네요. 그리고 Wii 플랫폼의 Mario Strikers Charged도 친구,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용 게임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5. 스포츠 게임은 북미 지역과 유럽에서 인기가 좋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얼마 전 유로2008이 열렸고, NASCAR는 거의 매달 미국 각주를 돌며 개최되고 있습니다. 슈퍼볼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이곳에서의 스포츠는 단순한 시청을 넘어선 하나의 축제입니다. 어릴 때부터 이러한 문화 속에서 자란 탓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특히, 북미지역과 유럽에서 많은 스포츠팬을 낳았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스포츠 게임을 사랑하지 않나 싶어요. Football의 경우 슈퍼불경기가 열리기 전 Madden 게임으로 어느 팀이 우승할 지 시뮬레이션 해보는 문화가 생길 정도로 실제 스포츠팬과 스포츠 게임 팬들은 거의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6. 스포츠 게임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요?

판권 문제가 상당히 민감한 요소입니다. 판권이 필요한 인기 스포츠 게임은 기존 시장에 이미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부턴 다양한 스포츠 게임에 어떤 아이디어를 가미시키고 개발시키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특히 Wii게임 컨트롤러와 같은 차세대 게임 컨트롤러의 개발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면 스펀지 형태의 컨트롤러 또는 게이머의 얼굴을 트랙킹한다든지, 눈동자의 움직임과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해 게이머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기술 등 보다 직관적이고 인터렉티브한 컨트롤러의 개발은 스포츠게임의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 여성과 어린이들의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형태의 캐주얼 게임도 발전하리라 생각됩니다. 더구나 한국처럼 온라인 게임이 인기가 있는 곳에서 스포츠 게임 분야가 새로운 콘텐츠로 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EA가 온라인 게임 개발 파트너로 드림워즈를 선택한 것도 스포츠 게임이 온라인 게임 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7. 많은 아티스트들이 다른 작품에서 영향을 받는데 어떤 작가를 좋아하시나요?

주위의 모든 아티스트를 통해 영감을 얻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아요. 개인적으로 실방쇼메 감독의 벨리빌의 세쌍둥이(The Triplets Of Belleville)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spirited away)을 좋아하고, 뫼비우스(moebius)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SF영역에서 독보적 세계를 구축한 장 지로(jean Giraud)도 존경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다양한 작품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인 자극뿐만 아니라 소설, 음악 등 다양한 문화 현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 철학이 있다면?

철학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지만, 꿈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게임이든 애니메이션이든 나의 작품을 통해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아티스트로써 행복을 느끼죠. 개인적으로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항상 감상하는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9.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그러하듯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보는 것을 좋아했고,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삼촌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삼촌 작품과 전시회, 작업하는 모습을 많이 봤고, 그림도 배웠습니다. 그러다 고3이 되면서 정식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신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요.

대학교 때 제 머릿속을 항상 맴돌던 화두는 "지금 이 시대의 트렌드는 누가 만들고 이끌어 가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국내외 잡지와 일러스트, 광고, 영상 자료를 보면서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영감을 얻고 어떻게 살아갈까? 라는 원초적 질문과 동시에 나와는 너무 동떨어진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넓은 곳에서 배워야겠다고 결심했고, 대학교 3학년 때 유학을 준비했습니다.

10. 한국 학생들과 공부를 했을 텐데?

제가 다닌 Florida Atlantic University의 과내에는 아쉽게도 한국 학생은 없었습니다.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12명 남짓의 클래스메이트가 가장 좋은 선생님이자 친구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워크숍이 있었는데, 각자 일주일 동안 진행한 작업물을 통해 자유롭게 크리틱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이었죠. 한국 학교 시스템에 익숙한 당시에는 많이 어색했는데,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하고,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고작 한 학기 끝냈는데 10가지의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한 마냥 많은 경험을 했으니까요. 이러한 경험들은 작업이 분업화 되어있고 문제 해결에 있어 팀워크가 중요한 실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과장 Francis Mcafee 교수님과 학과 디렉터였던 edmund Skellings 교수님과 만남도 제게 큰 행운이었죠. 인간적으로도 정말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좋은 정보는 공유해서 함께 성장하는 게 미국의 가장 큰 장점이고 지금까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선 웹상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정말 많은 튜토리얼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CG 기술이 발전한 이유도 있겠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정보의 속도가 매우 빨라요.

11.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온라인 게임에 대한 생각은?

사실 한국 내의 게임 상황에 대한 이해는 많지 않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은 온라인 게임 분야에 있어 다른 나라엔 없는 노하우가 있고, 훌륭한 아티스트 또한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되는 것이 현실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현지 마케팅 또한 중요할 것입니다. 게임 자체는 분명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의 비중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리라 예상해요.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무선 인터넷 설치 사업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회사, 학교, 공공기관 등을 제외한 일반 가정에서는 여전히 일반 전화선을 이용한 모뎀을 사용하니까요. 그럼에도 콘솔을 기반으로 한 downloadable contents 시장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에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와 유럽을 타깃으로 한 세계화를 위한 준비가 필요할거라 생각합니다.

 

글 오준헌(CG 컬럼리스트,애니메이터)

2006_ 2k Sports ~ 현재
2005_신나는 동물동장 Barnyard Movie 3D Artist
2004_Acdemy of Art University Computer Arts -MFA
2000_홍익대학교 미술대학졸업(동양화전공 ,예술학과 부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