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우리 선조들의 비밀병기 '신기전'과 이를 탄생시킨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영화 '신기전'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김유진 감독의 '신기전'은 조선 역사 속에 실재한 세계최초의 다연발 로켓화포 '신기전'을 소재로 극비리에 신무기 개발에 착수한 세종과 이를 저지하려는 명과의 대결, 촌각을 다투는 신기전 개발 과정과 이를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팩션(팩트+픽션) 대작이다. 특히 "영화는 영화라는 생각으로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를 추구했다"는 김유진 감독의 말처럼 '신기전'은 민족주의 코드를 적절히 활용하지만 액션, 멜로, 코미디 등을 결합,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 완성됐다.
영화 '신기전'의 주인공은 위대한 성군 세종(안성기)이 아니다. 고려 말 화약 제조장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화약에 대한 전문 지식과 뛰어난 무예실력을 갖추고 있는 부보상단 행수 설주(정재영)와 명의 습격으로 자폭한 '신기전' 개발의 총 책임자인 아버지 최해산으로부터 비법을 전수 받은 홍리(한은정)가 그 중심에 있다. 특히 설주는 고려 유민으로 조선이란 나라에 대한 반감과 부정적 시선을 견지한 인물이다. 그런 설주가 조선의 명운이 달린 극비 프로젝트에 목숨을 걸고 참여하게 되는 계기가 바로 홍리다. 신기전의 완성은 곧 두 남녀의 멜로를 극적으로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위기도 닥치고 희생도 따르지만 조선의 명운이 걸린 신기전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이 두 남녀의 경쾌한 멜로 구도와 맞물리며 영화의 색이 좀 더 가벼워졌다.
103억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규모의 영화 '신기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완성된 신기전이 놀라운 화력으로 적들을 섬멸하는 장면이다. 특히 영화 속 CG 소스 촬영을 위해 야외에 설치된 대형 블루 스크린은 높이 8미터, 길이 70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사용된 것을 뛰어넘는 사이즈이기도 하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신기전은 단지 외형뿐만 아니라 발사까지 가능한 복원 과정에만 총 6개월이 소요됐다.
영화 오프닝에서 '발칙한 조선은 듣거라'로 시작되는 황제의 칙서를 읽는 명 칙사 앞에 머리를 조아린 채 엎드려 경청하는 세종의 모습은 상당히 굴욕적인 감정을 안긴다. 때문에 성군이자 현자의 이미지로만 그려졌던 세종이 영화 속에서 사대주의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던 작금의 상황에 대해 욕지거리를 내뱉는 파격적인 모습마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일정 부분 심정적 공감을 느끼게 한다. 역사를 재현하는 작품인 만큼 철저한 고증을 거쳐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었지만 역시 팩션의 성격이 강한 '신기전'은 세계 최초 다연발 로켓 화포의 계발이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 명과 조선의 관계를 판타지에 가까운 결말로 마무리한다. 역사적 시점에선 논란이 될 수 있는 결말이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관객들에게 일정의 통쾌함을 안길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