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기술
이제 산업성장동력화 되어야

글_이만재 ETRI 디지털 콘텐츠 연구단장

‘디워’, ‘트랜스포머’, ‘캐리비안의 해적’,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은 지난 해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들이다. 이들 영화에서 전설속의 이무기, 로봇으로 변신하는 고물 자동차, 심해에 사는 거대 문어를 보면서 “와~”하는 탄성과 저런 장면을 도대체 어떻게 제작했을까 궁금해 하기도 한다. 그 해답은 바로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CG 기술은 컴퓨터를 활용해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컴퓨터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를 이용하여 영상을 제작하는 첨단기술이다. 이렇듯 CG 기술은 영화(애니메이션 포함)·TV·게임 등 디지털영상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외국 제작사의 주문자제작(OEM)을 통해 디지털영상 제작의 노하우를 축적해 왔으며, 최근에는 자체 제작(창작)이나 외국기업과의 공동투자 제작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방송에 방영되는 등 성공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일본이 주도해온 세계 CG 시장에 대해 우리나라 기술력으로도 도전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자신감은 궁극적으로는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술로 제작된 CG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어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CG를 이용한 국내 영화의 성공에 힘입은 바가 크다. 영화 ‘디워’는 이무기가 미국 LA 도심을 휘젓고, 초고층 빌딩을 휘감아 오르는 등 CG로 제작된 정교한 장면으로 8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괴물’은 1,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으나, 괴물 등 CG 작업은 모두 미국 CG 스튜디오에서 이뤄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렇듯 국산 영화에 본격적으로 CG 기술이 적용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았으나 할리우드의 ‘반지의 제왕’이나 ‘스파이더맨’에 필적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CG 소프트웨어가 외국산이어서 자칫하다간‘재주만 넘는 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할리우드 대작을 만든 소프트웨어는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로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기술 장벽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즉, 미국 시장에 도전하려면 그에 맞먹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개발한 국산 CG 소프트웨어가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 하나가‘디지털 액터(Digital Actor)’. ‘반지의 제왕’의 골룸처럼 CG로 만든 가상의 배우이다. 디지털 액터 기술은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와 ‘한반도’에서 일부 선보였고, ‘중천’에서는 배우 정우성을 대신해 디지털로 만든 정우성 그래픽이 10m 상공에서 떨어지는 위험한 연기를 했다. 또 다른 기술은 물, 불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유체 소프트웨어다. 지난해 미국 샌디에고에서 개최된 시그라프(SIGGRAPH) 2007 행사에서 거품이 솟아오르는 맥주잔의 모습을 유체 소프트웨어로 완벽하게 구현해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미국보다 앞선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유체 중 가장 어렵다는 거품에 도전한 연구 성과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이미 국내 영화 CG 스튜디오에 기술 이전되어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NPR(비사실적 렌더링 기술), 디지털크리처, 고속렌더링 기술 등 CG 분야를 주도할 기술이 속속 개발, 혹은 개발될 예정이어서 조만간 순수 국산기술로도 CG 전반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CG 제작비는 전체 영화 제작비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나, 영화가 성공할 경우 CG로 만든 캐릭터가 게임·장난감으로 이어지므로 부가가치는 훨씬 크다.

이렇듯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일컫는 디지털영상 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 견인시킬 수 있는 CG 기술은 산업의 승패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만큼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정부와 산업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