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CG 작업을 할 때 늘 아티스트들을 괴롭히는 것이 있다.
바로, 수염(혹은 털)과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몸의 선을 따라 흐르는 옷 등이다. 얄궂게도 머리카락과 옷은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대머리나 누드 등) 모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염은 힘들면 빼도 되지 않을까?

1. 좋은 놈, 나쁜 놈, 남성다운 놈의 상징

게임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CG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나쁜 놈이나 좋은 놈이나 남성다움을 특징으로 내세운 인물(?)들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가 있다. 바로 '수염'이다.
영화 <300>이 좋은 예가 되겠다. 무수한 식스팩과 검은 수염이 ‘수염 로망’의 정점을 찍은, CG계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지금 당신의 턱밑을 더듬어 보라.
'까칠까칠한가?' 그렇다면 당신도 어느 정도는 수염 마초임에 틀림없다. 그런 당신을 위해 게임 속에 등장한 마초 수염인(?)들을 10위부터 1위까지 꼽아보았다.

어떤 캐릭터들이 순위에 들었는지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고, 누구의 수염이 1위를 차지했을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전혀 CG적이지는 않지만 게임 캐릭터를 바라보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위: 골든 액스의 '난쟁이'

9위: 마계촌의 '아더왕'

8위: 카타마리 시리즈의 'King of All Cosmos'

7위: 모탈 컴뱃의 '샹충'

6위: 레지던트 이블의 '비트로스 멘데즈'

5위: 메가맨 엑스의 '라이트 박사'

4위: The End The Sniper

3위: 스트리트 파이터의 '장기에프'

2위: God of War의 '아레스'

1위: ???

10위: 골든 액스의 '난쟁이'

9위: 마계촌의 '아더왕'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한 마계촌. 재야의 고수들이 득실했던 동네 오락실에서도 이 게임을 끝냈다는 사람은 전설로만 남아있을 정도였다. 잡혀간 공주를 위해 창을 던지고 갑옷을 벗어젖히는 아더왕의 수염도 역시 게임 역사에 길이 남는다.

가장 웃긴 수염을 가진 캐릭터 중 하나는 바로 King of All Cosmo. 입술 밑, 턱수염 선을 잘 보면 엉덩이를 발견할 수 있다. 카타마리 시리즈 게임에 등장하는, 술에 취해 실수로 모든 우주를 박살내버리는 무심한 ‘남자다움’을 보여주는 이 왕의 수염은 왜 엉덩이를 닮았을까. 제작자의 의도가 심히 궁금하다.

7위: 모탈 컴뱃의 '샹충'

6위: 레지던트 이블의 '비트로스 멘데즈'
바이오 하자드로 국내에 알려진 레지던트 이블. 그 네 번째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인 비트로스 멘데즈 아저씨. 갑자기 주인공의 뒤에 등장해 목을 잡고 번쩍 들어올린다. 나중에 끔찍한 변신을 할 때도, 수염만은 간직하는 남다른 애착도 보여주어 끔찍함 속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5위: 메가맨 엑스의 '라이트 박사'

4위: The End The Sniper

3위: 스트리트 파이터의 '장기에프'

상위 3%에 제일 처음 등장하는 수염 멋쟁이는 바로 장기에프다.
이 남자는 얼굴뿐 아니라 정강이에도 털이 나있다(오래된 그래픽이므로 자세히 봐야 보인다). 털 없는 남자 뱀 같다며 멀리하는 여인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가끔은 자기 덩치의 반밖에 안 되는 여인네를 때리고는 좋아하는 남자답지 못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1위: ???

2. 맺음말
앞서도 말했지만, 머리카락이나 수염은 CG 아티스트들에게 언제나 한숨거리다. 그러나 수염은 언제까지나 수염. 기왕에 아티스트 스스로 모니터 속의 납작한 캐릭터에 생명을 부여하는 한 방법으로 수염을 선택했다면, 즐겁게 하자.

지금 마우스 포인터 끝에서 한 올 한 올 피어오르는 가닥의 '털들'이 다른 이에게 몰입감을 주는 것은 물론, 좋은 추억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수염은) 독특해 보이는 캐릭터들과 오래도록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