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에 멈췄던 지구를 현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다시 한 번 멈추게 하는 것은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그리고 이 까다로운 임무는 VFX의 대가인 제프리 오쿤(Jeffrey A. Okun)과 웨타 디지털(Weta Digital)에게 주어졌다. 이들이 풀어야 할 수많은 난제 중 그 으뜸은 바로 지구를 침공하는 구들을 만드는 것이었다. '간단한 작업 아니냐고?' 모르는 소리.

이 ‘구’들에 대한 컨셉은 사실 오쿤이 합류하기 전에 이미 결정이 되었다. “처음 스콧 데릭슨(Scott Derrickson)과의 인터뷰에서 ‘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속으로 ‘젠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는 정말 골칫거리거든요. 직접 해보기 전까진 무슨 말인지 모를거예요.”

오쿤이 최초로 구에 대한 공포를 가진 것은 1998년에 나온 영화 <스피어(Sphere)>의 VFX 총감독을 맡으면서였다. “그래서 스콧 감독에게 세 가지 가장 커다란 문제점을 말씀드렸죠. 첫 번째로 구는 어떤 각도에서 봐도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확연히 구분이 가는 원근감을 형성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구에는 어떤 고유 스케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옆에 비교할 무언가를 놓지 않는 이상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세 번째로 그 반사되는 현상도 무척 희한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 구들의 내부는 빅뱅 이론에 근거한 입자 시스템 - 구름, 가스, 움직이는 빛 - 으로 꽉 채워져 있었을 뿐 아니라 다른 장면과 환경에 따라 알맞게 반응해야 했다. “영화를 보시면서 구를 자세히 보시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구들은 다른 행동을 취하며 다양한 빛, 시간, 날씨에 의해 조명되죠. 하지만 그래도 결정에는 변함이 없었고, 아무리 어렵다고 말해 봤자 스콧의 반응은 한결 같았어요. 잘 알고 계시니 처리법도 알고 계시겠죠.” 물론 이 어려움은 오쿤의 책임이었지만 그가 데리고 작업할 VFX팀 전체가 지고 가야할 짐이기도 했다.

곧장 여러 조사와 회의가 시작되었다. 주인공인 클라투(Klaatu)는 왜 지구에 와야 했나? 이런 미션에 ‘구’를 사용할 만한 문명은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을 것인가? 빛의 근원은 무엇인가?

“계속 논의와 연구를 하다 보니 어떤 생명체가 우주선을 타고 백만 광년을 건너와 다만 지구를 침략하려거나 경고를 한다는 것이 억지스러웠어요. ‘시간의 주름(The Wrinkle of Time)’이란 책을 봤는데, 테서링(tessering)이란 개념에 대해 나오더군요. 시간과 공간이 접혀 주름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4차원이라는 것이죠. 책에 설명을 인용하자면, 어떤 개미가 양팔을 크게 벌린 채 줄을 양손으로 잡고 있는 사람의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가려고 할 때 가장 가까운 경로는 바로 그 줄을 통해 움직이는 것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 손이 서로 닿는다면요. 천 걸음 갈 것이 한 걸음으로 줄여지죠. 이런 개념을 테서링이라고 하더라고요. 수학의 테서랙트(tasseract: 4차원 정육면체)에서 나온 말이래요. 일종의 뒤집힌 4차원, 이런 개념이랄까요. 그리고 구는 일종의 문,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런 가설을 세웠습니다. 외계인들이 이 문들을 먼저 보내놓고 시간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 클라투를 보내 그저 문만 살짝 열고 통과시킨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