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권 기념행사’ 기사를 기억하는가.(관련 기사 링크)
그때 만났던 ‘슬기와 민’은 민음사에서 뽑은 10명의 디자이너 중 한 팀이었다. 두 사람 모두 디자인학과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교수다. 그들의 그래픽 작품과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CGLand _ 안녕하세요. 두 분이 일단 부부는 맞으시죠?
네. 성이 같아서 오해가 많으시더라고요.

CGLand _ 그럼, ‘슬기와 민’은 브랜드인가요?
아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팀명이죠.

CGLand _ 어떻게 그 이름이 나오게 되었나요?
저희가 처음 만난 것은 대학원 시절이었어요. 학교 선후배로 만나서 졸업전시 때 우연히 작업을 같이 한 것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죠.
CGLand _ 두 분 스타일이 잘 맞으셨나 봐요?
네. 그랬나 봐요. 그러니까 서로 간에 공식적으로 팀을 맺자는 말도 없이 여기까지 흘러온 거겠죠. 둘 다 서로의 스타일을 무척 존중합니다.

CGLand _ 민음사 디자인 작업은 어떻게 하셨나요?
예전부터 ‘희극 텍스트’에 대한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어요.
CGLand _ 왜 하필 희극이죠?
희극은 보통 산문과는 달리 많은 기능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사처럼 모든 문장 앞에 등장인물의 이름이 나오고, 괄호 안에 지문도 들어가며, 밑에는 주석도 포함되기 때문이죠. 디자인적으로 풀어야 할 요소들이 무척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CGLand _ 그래서 이번에 ‘햄릿’을 하셨나 보죠? 그런데 햄릿은 비극인데요?
네. 사실은 ‘고도를 기다리며’를 선택했는데, 그건 안상수 교수님께서 가져가셨더라고요. 그래서 희극과 가장 비슷한 비극, ‘햄릿’을 선택하게 되었죠.
CGLand _ 이번엔 문제를 어떻게 푸셨나요?
전화번호부처럼 온전히 기능적인 측면에만 주력했습니다.

CGLand _ 작년에 어느 미술관 CI 작업도 하셨죠?
대학로에 있는 아르코미술관이었습니다.
CGLand _ 알 수 없는 문자가 굉장히 모던하던데요.
기존 CI를 없애지 않는 선에서 좀 더 현대적인 느낌만 가미해 달라는 의뢰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내놓은 시안 중에서 저희가 만든 ‘당벳체’가 뽑혔습니다.


CGLand _ 그럼, 통째로 폰트를 만드셨나요?
네. ‘ART’라는 글자가 제일 많이 나오므로 ART로부터 시작해서 가장 많이 나오는 ‘E’라는 글자까지 모든 모양과 글자 사용 빈도수를 고려해서 통째로 폰트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여러 명언들을 그 폰트로 적었죠. 의미야 알 수 없지만 현대적이고 고풍스런 느낌을 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CGLand _ 과학적이군요, 디자인이란...
그렇다고 실험실에 들어가서 비커에 용액을 붓거나 슈퍼컴퓨터에 여러 가변수를 집어넣어 통계자료를 수치적으로 뽑아내는 것은 아닙니다. 디자인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긴 해도 분명 감각적인 분야이니까요.


CGLand _ 다른 그래픽 분야의 작품들도 공개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블로그(www.sulki-min.com/)에 오시면 더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