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으로 삼성이 몰려 왔다. '몰려왔다'는 표현, 강남역 4번출구 근방의 이전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빌딩이 서고, 땅값이 오르고(소문은 그렇다), 길도 새로 생기고, 지하철역 공간도 삼성의 새로운 캠페인으로 따뜻해졌다. 이 캠페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완성한 황희정 일러스트레이터와 이야기를 나눴다. 

CGLand _ 제일기획에서 어떻게 작가님을 컨택한 건가요?

황희정 _ 제가 산그림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그렸던 작품들을 보고 좋게 보셨더라고요. 특히, 제가 색연필로 아이의 느낌을 낸 작품을 좋아하셨습니다. 사실, 이 캠페인에 쓰인 작품들 모두 색연필로 수작업했거든요.

CGLand _ 평소에도 색연필로 작업을 많이 하시나요?

황희정 _ 아니요. 평소에는 컴퓨터로 작업합니다.

CGLand _ 의뢰한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요?

황희정 _ '가족의 느낌이 나는 그림'을 정해준 카피에 맞춰 그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박하사탕, 수면양말, 김치통 같은 아이템도 정해줬고요. 나머지는 제가 상상해서 그린 것입니다.

CGLand _ 어떤 점이 작업하는데 제일 힘드셨나요?

황희정 _ 색깔을 정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어요. 컴퓨터로 작업하는 게 아니라 색연필로 하는 것이어서 연습장에 아주 많이 실험해 보았죠. 또, 3일 정도의 기간 동안 다섯 작품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배경 칠할 때는 남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수면양말의 경우, 색깔 고민이 제일 많았어요. 보통 수면양말은 단순한 색으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촌스럽지도, 고상하지도 않은 느낌을 내기가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네이버에서 이미지를 검색해서 여러 가지 수면양말 이미지를 찾아냈어요. 그 중 흰바탕, 까만 줄무늬, 핫핑크 하트가 마음에 들었는데, 최종 작품에선 제일기획에서 색을 바꿨더라고요.

CGLand _ 그럼, (처음에 의도됐던 것과 달리) 또 바뀐 것은 없나요?

황희정 _ 박하사탕도 그들(제일기획)이 준 제안은 봉지에 싸여 있는, 까먹는 박하사탕이었어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제가 예전에 병에 든 박하사탕을 받은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로 바꿨죠. 제일기획 쪽에서도 좋아했고요.

CGLand _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어떤 작품이에요?

황희정 _ '목욕탕 이야기'요. 먼저, 카피를 읽고 상상을 머릿속에서 했어요. 자매들이 목욕탕에서 나올 때는 어떨까.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다시 카피를 읽었는데, ‘돌아올 땐 팔짱을 끼고 옵니다’라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못 보고 지나친 거죠. 그래도 우연찮게 스케치를 팔짱낀 것으로 그렸기 때문에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수정이 필요 없으니까요. 색감도 제 취향에 가장 맞게 나왔고요. 다른 아이템은 모두 사물인데 여기만 인간이 들어가는 것이라 더 정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