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기사화 됐던 1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멤버들은 아직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서너 가지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준비하느라 매우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CGLand가 그들의 바쁜 일정 속으로 살짝(?) 들어가 보았다.

 

■ 취재 및 정리 _ 박경수 기자, 문가용 기자

■ 촬영 및 편집 _ 전정순 PD

 

각 프로젝트 팀에서 원화 및 일러스트레이션을 맡고 있는 이들은 동영상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설치하자 영~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린 ‘그림’에 대해서 말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게임분야의 일러스트레이터답게 예의 그 활달한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만의 그림 본능과 게임 본능이 궁금했다.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들춰낸(?) 그들의 이야기. 두 번째 버전을 공개한다.

 

CGLand _ 다들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있나요?

 

김범 _ 누구나 다 비슷할 것 같은데요. 영감을 얻을 때는 주로 웹사이트나 관련 여러 가지 화보 서적을 통해서 얻게 되죠. 그런 이미지 이외에도 문서 관련된 서적이나 잡지 자료들도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CGLand _ 주로 많이 보는 것이 있다면?

 

김범 _ 특별히 하나에 집중해서 많이 보진 않습니다. 사실 원화가는 상당히 넓은 시야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분야에 걸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CGLand _ 다른 분들은 어떠세요?

김진희 _ 저는 퀄리티가 좋은 다른 분들의 그림을 보다 보면 자극이 되어서 오히려 잘 그려지는 편이죠. 그 외에는 저희끼리 용어로 ‘갈망에너지’란 말이 있는데, 그림을 한 동안 안 그리다 보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오더라고요. 왜 그러냐 하면, 저희가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원화 같은 다양한 작업을 계속 소화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쪽에 집중될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이 한창 안 들어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들어오면 ‘와, 일러스트레이션 정말하고 싶었는데...’ 하고 반갑게 작업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한아름 _ 저는 부분부분에 따라 틀린 것 같아요. 발상할 때는 보통 소설책이나 영화를 보고서 그 여운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경우가 많아요. 특정 장면이 아니라 ‘이런 분위기 좋은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자료를 찾기 시작하면서 구상이 구체화 되고, 거기서 더 나아갔는데 또 그림이 안 그려지면 명화나 - 옛날 그림을 제가 많이 좋아해서요... - 오래된 그림을 보면서 완성시켜 나가는 편이에요. 그런 식으로 그림을 발전시키죠.

 

이근우 _ 다른 분들 말씀하신 것 하고 비슷하긴 한데, 평소에 여러 가지 콘텐츠 - 영화나 게임이나 - 를 접할 때 특별히 눈여겨 보는 그런 부분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계속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새로 발상이 필요할 때 그 동안 봤던 것 중에서 ‘아, 이런 것들이 좋았지’ 하고 떠올려보기도 하고... 안 떠오르는 경우 영화나 게임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보기도 하면서 새로 영감을 얻기도 하고 그럽니다.

 

CGLand _ 그러면, 진짜 고민했는데도 안 나오면(그림이 안그려지면) 어떻게 해요?

이근우 _ 디자인도 그렇고 일러스트레이션도 그렇고, 처음에는 항상 안 나온다고 생각해요. 고민을 하다 보면 어쩌다 잘 나오는 타이밍이 있는 거죠. 그걸 잘 캐치하면 되죠.

한아름 _ 저 지금 되게 안 나오는데요.

 

이근우 _ 물론, 보통은 안 나오죠. 운이 좋아야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쥐 열 마리가 지나가는데, 거기다가 계속 돌을 던지는 거죠’. 그러면 어쩌다 운이 좋으면 맞을 거잖아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CGLand _ 그럼,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고 있나요?

한아름 _ 전 술을 먹어요. 조금 마시면 안 돼요. 곤드레만드레 취해야 되죠.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주변 사람들한테 다 풀어야 돼요. 그렇게 위로의 말을 제 구미에 맞도록 강요합니다.

 

김범 _ 저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먹을 것으로 푸는 편입니다.

 

~~~ 다들 그럴 것 같은데...(웃음) ~~~

 

김범 _ 진짜요? 먹고 자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사실 술도 좀 먹고요.

 

김진희 _ 저는 주로 도망갑니다. 잠을 잔다던가, 한 시간 정도 일을 쉰다던가 해요.

 

이근우 _ 저도 먹는 걸로 해소하는 편인데, 최근엔 너무 먹어가지고 그게 다 몸무게로 가서 고민 중입니다.

 

CGLand _ 큰 조직에 있으면 조직 특유의 경직된 구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를 발산하기 어렵다는 소리를 하곤 하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해결하세요?

 

이근우 _ 그런 환경적인 요인은 어딜 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기 집이 아닌 한 말이죠. 회사나 조직에 있으면 환경이 크리에이티브에 영향을 주는 건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자기 스스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업무 환경에 적응을 잘 하면 그 환경에 또 익숙해져서 그 환경에 맞게 크리에이티브를 발산하는 방법을 구상할 수도 있죠.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어요. 오랜 시간 회사를 다니다 보면 오히려 집에서 작업할 때 잘 안 되는 경우죠. 어떻게 적응이 되느냐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한아름 _ 게임에 관련된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팀이 전부 다큐멘터리를 본다던가 그와 비슷한 영화를 본다던가, 아니면 팀장님께서 ‘이 책이 좋아’라며 책을 사다 주시기도 하고요. 제가 좋은 책을 발견하면 사주시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필요한 것을 회사에서 제공해 주니 저희가 알아서 잘 만들어 가야겠죠.

 

김진희 _ 앞에서 다른 분들이 다 말씀하셨지만 결국, 개인이 어떻게 적응을 하느냐인 것 같습니다. 전 회사보다는 조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더 그림을 잘 그리는 타입인 것 같아요.

 

김범 _ 넥슨 전체의 개발본부가 어떤 분위기인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데브캣 스튜디오는 제 기준으로 봤을 때 굉장히 화기애애합니다. 떠들고 어울리면서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하는 작업이라는 것 자체가 시간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여러 가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창작의 한계는 어느 회사나 똑같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틀 안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산해 내느냐가 훌륭한 원화가의 자질에 포함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CGLand _ 그럼,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해야 할까요? 아니면 클라이언트에 맞춰 스타일을 버릴 줄 아는 것이 필요할까요?

 

김범 _ 제가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견문도 짧지만, 스타일을 버린다고 표현하셨는데요. 제 생각에는 다른 스타일을 개척한다는 표현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작가 개인 스타일을 중요시하지 않고 작가가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고 만능이 되어야 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작가가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할수록 유리합니다.

 

한아름 _ 저는 맞추는 편입니다.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회사를 다니면 당연히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점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기본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기본기만 충실하다면 어느 그림에서나 자기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게 자신이 없거나 노력하기가 귀찮은 사람은 스타일 운운하는 것 같습니다.

 

이근우 _ 보통은 클라이언트나 프로젝트 매니저가 그 프로젝트에 맞는 스타일의 사람을 찾아 작업을 맡깁니다.

 

CGLand _ 넥슨에서는 어떤 인재를 원하하나요? 그림은 무조건 잘 그려야 하는 거죠?

 

한아름 _ 그건 기본이죠.

 

김진희 _ 포트폴리오를 볼 때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기본기와 센스입니다. 기본기란 사람을 딱 봤을 때 이건 노인, 이건 소년, 이건 소나무처럼 표현력이 있어야 하죠. 또,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걸 자연스럽게 포장하는 것이 센스겠죠.

 

한아름 _ 그림의 종류를 많이 보내는 것보다는 눈에 띄는 것을 몇 개로 압축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너무 많이 보내시면 곤란해요.

 

CGLand _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비전이나 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김범 _ 제가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가 21살이었어요. 나이가 어린 만큼 게임업계에만 끝까지 머물기 보다는 잠깐 다른 분야로도 견문을 넓히고 싶어요. 그랬다가 다시 게임계로 돌아오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김진희 _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경우에는 제가 원화가로 참여하는 첫 번째 게임이예요. 그 전에는 일러스트레이션 위주였죠. 그래서 저에겐 남달리 의미가 깊습니다. 이 게임의 런칭이 성공적이었으면 좋겠어요. 또, 앞으로도 계속 게임 원화 작업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아름 _ 저는 현재 일러스트레이션만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컨셉이나 원화작업의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서 좀 더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이루기 어려운 것 같아 보이지만요. 그림은 그릴수록 더 어렵잖아요.

 

이근우 _ 저 역시 게임을 개발할 때 전체적인 그래픽 부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포지션들을 심도 있게 두루두루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물론 제가 주력할 수 있는 부분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죠. 주력도 살리면서 전체적인 시야도 넓히고 싶습니다.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만났던 게임분야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원화가들과의 만남으로 즐거운 오후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앞으로도 좋은 그림과 작품들로 유저들과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