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물의 인기는 2009년에도 쉽사리 끊어질 것 같지 않다. 올해 첫 테이프를 끊는 대형 블록버스터도 바로 영웅물이다. 작품성 높은 영웅물이라는 원작에, 영화 <300>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라니... 상반기 최대 기대작인 것이 그리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스파~~르타!')
그래서 그런지 영화시사회도 3개 관에서 동시에 진행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덩치 큰 보안요원들이 핸드폰 카메라 렌즈에 스티커까지 붙이는 등 사뭇 삼엄한 분위기였다. 아니, 도대체 저 대형 암실에 무엇을 감추어 놓았길래? 기대감은 증폭됐다.

(카메라 들고 들어오면, 알지?)
혹시 인공적인 눈을 가진 기기가 있을까, 가방이나 주머니 안을 기계적인 심안으로 들여다보는, 공항 검색대에서 볼 듯한 장치를 지나 온종일 돌아다닌 기자에겐 은행털이 영화에 꼭 등장하는 지하금고문의 무게를 가진 육중한 문을 열고, 고대 회당에서 성스런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쳐놓은 두꺼운 수제 장막처럼 무겁고 어두운 커튼을 젖히고 들어간 그 대형 철통보안 암실에서 뒤척이며 본 <왓치맨>은, 그러나, 지금 이 부적절하고 수사문구가 덕지덕지 붙은 만연체처럼 불필요한 특수효과가 난무한 ‘VFX 기술을 최대한 보여주기’에 치중한 작품이었다. 마치 잭 스나이더 감독이 영화를 만든게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다는 느낌이랄까.

(내 여자 친구 머리 크기 가지고 놀리면 혼난다!)
<왓치맨>이 그리는 세계는 <300>과는 너무나 다른 시대, 환경이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 감독 특유의 신체해부적 묘사와 ‘몸짱’ 사랑 만큼은 그대로 계승된다. 계속 벌거벗고(100%) 등장하는 인물, 쓸데없이 자세하고 리얼하게 묘사된 신체가 부서지고 잘려지고 베어지는 장면의 연속에 조금 거부감이 느껴졌다면, 혹자는 ‘그럼 가서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보세요’라고 할런지?

(Shall we dance?의 특수복장 버전)
하지만 이는 기자의 사견일 뿐이다. ‘난무’하는 VFX 효과라면 그만큼 볼거리가 많긴 하다는 것이다. 기자보다 안목이 훨씬 깊을 서양의 일부 언론에서는 이 영활르 극찬했을 정도로 비주얼적으로 뛰어난 면도 없지 않다. 영화적인 측면에서 봐도 어떤 상황과 적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기존 히어로물과는 사뭇 다르다. 이미 웬만한 극장가에는 이 영화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다. 3월 5일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