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퍼머스는 콜 맥그라스(Cole MacGrath)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개방형(open world) 게임이다. 콜 맥그라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택배기사와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우연히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도시의 절반을 파괴한 폭파현장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그에게는 죽음대신 전기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임한다.

그래서 그는 절친한 친구 제크(Zeke), 여자친구 트리시(Trish)와 함께 그에게 일어난 이 이상한 현상을 파헤치러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의 새로운 힘을 이용해 그들을 도울 수도, 조정할 수도 있게 된다.

요즘 들어 게임의 퀄리티에 반해 현기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얼마나 되었던가? 너무나 잘 만들어진 게임의 특정 요소들을 놓고 경이에 찬 넋을 놓아본 적이 있었던가? 인퍼머스가 바로 그런 게임이다.

인퍼머스를 시작하면 플레이어들은 곧장 콜 맥그라스의 퍼스나로 흡입된다. 그리고 크고 작은 도덕적 딜레마에 부딪힌다. 이때 당신의 결정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에 따라 게임의 스토리는 크게 달라진다. 그래픽적으로도 인퍼머스는 훌륭한 게임이다. 전체적으로 다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는 대폭발 후 살아남은 자들이 사는 붕괴된 도시의 분위기를 더욱 실제적으로 묘사한다.

모델링도 아름답다는 말밖에 어울리지가 않을 정도인데, 게임 제작에 참여한 모델러들과 텍스처 맵 아티스트들의 뛰어난 역량을 엿볼 수 있다. 환경을 보자면 대부분이 회색톤을 유지하는데 장면 장면에 따라서 미세하게 변화한다. 게임의 가장 핵심요소인 전기는, 그 비중에 걸맞는 디테일을 보여준다. 콜이 선한 길을 걸어가면 그가 쏘는 전기는 파란 색을 띄게 되고 악의 길로 들어서면 빨간 색이 된다. 색이야 어떻든 전기 효과와 함께 나타나는 입자 효과나 주위의 연기 및 스파크 그래픽은 깜짝 놀랄 정도의 수준이다.

전기는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템들을 통과하여 충격된다. 이를 본 플레이어들은 직관적으로 아이템들을 통한 전기 충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실제로 콜은 이런 ‘충전’이 가능한 물체들로부터 전기를 흡수해야만 공격한다던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콜의 체력은 따로 치료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회복되기는 한다.

이런 식으로 환경 속에 놓여진 물체들로부터 전기를 충전할 때 전기의 파장이 물체로부터 팍 튀어나가는데, 이 전기의 모양이 하나도 겹치지가 않는다. 개발자들이 이런 전기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모양을 랜더마이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게임에서 전기가 등장하는 부분 모두에 적용되는 사실이다. 전기가 콜의 손에서 쏘아지던지, 수면 위에서 튀는 전기던지, 방금 전기 충격을 맞은 적의 몸 주위에서 일어나는 작은 전류든지, 모두 다른 번개효과를 보인다.

그밖에 콜의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렸을 때 발 부근에 일어나는 작은 먼지구름이나 로켓이 지나간 자리에 흔적처럼 남는 불의 잔상이나 연기의 끝물에서는 뛰어난 입자 효과를 볼 수 있다. 시각적으로 가장 멋진 공격 패턴 중 하나는 보스급 적인 콘두잇(Conduits)의 기술로써, 쇼크 웨이브라고 불린다. 지면을 가르며 파장이 나아가면 작은 먼지들과 돌부스러기들이 꼬리처럼 일어나고 다양한 색의 빛이 지면 위에서 곧장 하늘로 쏘아 올려 지게 된다.

적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인퍼머스에는 세 개의 지역이 등장한다. 각 지역에는 지역 고유의 적들이 살고 있는데 리퍼들은 네온 디스트릭트(Neon District)에서 살고 더스트맨(Dust Men)들은 워런(The Warren)에, 가장 강력한 퍼스트 선(The First Sons)은 최초의 대폭발이 일어난 히스토릭 그라운드(Historic Ground)를 지배한다. 이 중 리퍼들이 가장 디자인적으로 훌륭하다. 캐릭터 자체의 디자인도 훌륭하지만 리퍼들이 입고 있는 해골모양 로고야 말로 기억에 선명히 남는다.

그밖에 엠파이어 시티(Empire City)에 거주하는 다른 인간 캐릭터들도 디자인적으로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이런 류의 게임에서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처러, 아무리 지역을 돌아다녀도 쌍둥이들을 만나는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음악은 그러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콜이 적과 싸울 때나 미행할 때나 가끔 나올 뿐이다.

인퍼머스를 놀랍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로는 표정 애니메이션이다. 콜은 다양한 감정을 얼굴을 통해 드러내는데 대부분 상황과 설정에 딱 들어맞는다. 게다가 이런 표정 애니메이션이 콜에게만 국한돼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친구인 제크나 트리시, 어쩌다 마주친 NPC들마저 각기 표정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게임은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인퍼머스는 뛰어난 리얼타임 렌더링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프레임레이트가 굉장히 일관적으로 유지되며 끊기는 일이 거의 없다. 카메라가 폴리곤이 두껍게 깔린 곳을 집중하고 있지 않은 이상 인퍼머스는 대체적으로 60fps의 비율로 돌아간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굉장히 자유로우며 게임 플레이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

다만 가끔 자기 마음대로 시점이 조정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가 하필 전투 중에 발생하면 상황이 곤란하게 돌아갈 수도 있다. 인퍼머스에서의 전투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스템으로 진행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카메라 때문에 전투가 곤란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얼른 생각하기에 전기로 할 수 있는 일이야 적을 감전시키는 것밖에 더 무엇이 있을까, 의심스럽겠지만, 역으로 개발자들의 놀라운 창의력을 엿볼 수 있다. 일단 전기로 적을 감전시키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 콜에게는 수많은 ‘전기 응용형’ 무기가 옵션처럼 주어진다. 여기에는 수류탄, 로켓, 칼(블레이드), 스나이퍼 총, 쉴드 등이 있다. 또한 콜은 물체를 따라 전류처럼 슬라이딩도 할 수 있게 된다.

스토리 상 콜은 자동차에 탈 수가 없다. 그가 만지면 죄다 폭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얼마든지 뛰고 올라가고 돌아다닐 수 있다. 이는 어새신 크리드에서의 그것과 대단히 흡사하다. 거기다 더해 인퍼머스에는 스냅 시스템이란 것이 있는데, 콜이 점프할 때 가장 가까이에 있는 면에 찰싹 붙는 기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적당한 곳에서 콜을 점프시키면 저절로 사다리가 잡히거나, 가장자리에 매달리게 하거나 가느다란 레일이나 케이블 위로 까치발을 든 채 착지 시킬 수 있게 된다. 이 기능은 굉장히 유용하다.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만약 이런 다양한 형태의 착지 면들이 많은 좁은 공간에 콜이 몰렸을 때, 스냅 시스템은 어떤 곳에 콜을 붙여야 할지 헤매게 된다. 이런 경우 플레이어가 의도하지 않은 곳에 콜이 붙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그렇게 되면 갑자기 카메라가 다른 시야나 위치로 튀어버린다.

게임은 전체적으로 메인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부분과 선택미션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선택미션은 콜의 선악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메인 스토리의 주요 미션들이 끝날 때마다 아름답게 2D 렌더링 된 컷씬(cut scene)들이 등장하고, 이 이미지들을 통해 플레이어는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져 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 2D 컷신들은 대부분 스틸 이미지들이지만 콜이 말할 때 입이 움직이는 등의 소소한 애니메이션도 포함되어져 있다.

게임의 비주얼이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라면 이 2D 이미지들은 무척이나 예술적이고 스타일리시하다. 서양식 만화책의 스타일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으되 훨씬 더 디테일하고 풍부하다. 잉크가 번진 자국이나 연필로 낙서한 자국 등이 이미지들 사이사이에 배치되어 있어 스토리 구성상의 드라마틱한 느낌이 깔끔하게 살아난다.

게임 전체의 스토리도 훌륭한 편이다. 콜의 나레이션 외에도 많은 캐릭터들이 그와 라디오를 통해 교신을 한다. 이 때 성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이야기의 반전이 꽤나 급박하게 전개되는 통에 다음 이야기를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야기의 결말이 더더욱 강력하게 와 닿는다.

결국 인퍼머스는 게임으로서는 극한의 경지까지 다다른 작품이다. 훌륭한 스토리와 흡입력 강한 게임성, 훌륭한 아트웍 등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온라인 혹은 멀티플레이어 모드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실 그렇다고 그것이 큰 감점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 분명히 어색한 애니메이션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 3를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 분명하다.

기사: Peter Rizkalla

번역: 문가용

출처: www.cgsociet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