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는 관객 1,100만 명을 불러 모으며 국내 영화 역대 흥행순위 4위에 오르면서 국내 영화시장의 침체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잠재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해운대>에서 보여준 CG는 세계시장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재 영화의 본고장인 할리우드에서 영화 VFX 분야의 CG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아, 신동엽 씨를 통해 올해 최고의 VFX 영화 중 한 편으로 손꼽히고 있는 <해운대> 제작 과정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Brush _ 본인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 김지아 _ 폴리곤 엔터테인먼트에서 <해운대> 리드 라이팅 TD& 컴포지팅을 담당했던 김지아라고 합니다.

■ 신동엽 _ <해운대> 작업시 CG 수퍼바이저를 담당했고, 2000년부터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신동엽이라고 합니다.

Brush _ 현재 한 분은 폴리곤 엔터테인먼트에 계시고 또 한 분은 ILM에 계시다고 들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 궁금합니다. 또,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 김지아 _ 한국에서 조각을 전공한 후, 영화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고 Visual Effects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AAU(Academy of art University)로 오게 되었구요. 졸업 전부터 인턴과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점차 경험을 쌓아가다 졸업 후에는 폴리곤 엔터테인먼트에서 라이팅 TD/컴포지터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컴포지터나 TD 포지션은 보통 시니어 레벨 잡(Job)으로, 졸업 전부터 쌓은 이력들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 신동엽 _ 저는 이민으로 미국에 오게 되었구요. 처음 포토샵을 접한 이후에 컴퓨터 그래픽 쪽에 관심을 갖게 되어 대학에서도 그 분야로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 강사로 취직하게 되었고, 그 후에는 와일드 브래인이라 회사에 취직해서 캐릭터 쪽으로 일을 했습니다. 당시 박재욱 씨가 근무하던 올파나지로 회사를 옮기게 되면서 영화 쪽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Brush _ 현재 일하고 회사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미국 VFX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분들의 현황도 알려주시죠.

■ 김지아 _ 요즘 미국의 어떤 VFX 스튜디오를 가더라도 꼭 한국인 아티스트들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 외국인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것이 언어의 장벽을 포함해 많은 제약이 있는 것을 제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 아티스트들이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 감각적으로 절대 뒤지지 않는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Brush _ 한국에서도 VFX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해운대> 제작에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걸로 아는데, 어떤 파이프라인으로 작업이 이루어졌고, 어떤 작업에 주로 참여하셨나요?

■ 신동엽 _ 처음 영화 내용을 접하고 폴리곤에서는 물에 관련한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물은 일단 SPH 시뮬레이션과 디포머 형태로 나누어 따로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갔습니다. 디포머는 크게 두개로 Erik Krumrey가 쓰나미 디포머와 오션 디포머를 프로그래밍 했습니다. 오션 디포머와 쓰나미 디포머 둘 다 지오메트리를 변형시키는 기능 외에 여러 가지 텍스처를 랜더해 주었습니다. 그 맵들은 나중 디스플레이스 먼트에 마스크로 또 파티클 마스크로 사용했습니다. 오션 세이더는 Ken Wesley가 렌더맨 쉐이더로 제작했구요. 여러 AOV 패스가 나올 수 있게 만들어서 컴프에서 포스트 작업을 더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SPH 시물레이션은 아예 다른 파이프라인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오션 디포머처럼 실시간으로 변형된 형태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김준영 씨가 파이썬 스크립트로 제어를 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제작되어 갔습니다.


<그림> 도시를 덮치는 해일 장면은 여러번의 레이아웃과 LookDev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폴리곤에서 만든 파이프라인 중에 좀 특별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마도 파티클 파이프라인일 것입니다. 파티클 양의 단위가 몇 백만 개가 아니라 몇 천만 개의 파티클을 스프라이트로 렌더를 걸어야 했는데요. 그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하나의 파티클 시뮬레이션을 여러 컴에서 나누어 걸 수 있게 파이프라인을 짰습니다. 또, 그렇게 여러 개로 나뉘어 걸린 파티클 데이터를 다시 한 군데 모아서 렌더링을 할 수 있게 Ken Wesley가 렌더맨 플러그인을 짰습니다.

렌더맨에서 그 데이터를 렌더링 당시 양을 증폭시키기 위해서 렌더맨 플러그인을 짰고, 좀 더 효율적이고 메모리 사용 양을 줄이기 위해 Erik Krumrey가 바운딩 박스를 기준으로 그 데이터를 Voxel 단위로 자르는 프로그램도 개발했습니다. 그 파이프라인을 통해 시뮬레이션과 렌더링 모두 1~2시간 사이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 폴리곤에서 사용된 디스크 사용양은 약 1TB 정도였습니다. 그 외에 많은 부분을 자동화시키는 스크립트가 짜여졌습니다.


<그림> 도시를 덮치는 해일 장면은 여러번의 레이아웃과 LookDev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 김지아 _ 저는 주로 오션 디포머와 쓰나미 디포머를 이용하여 물을 재현하고 맵과 오션 쉐이더를 사용하여 물의 쉐이딩과 라이팅, 렌더링, 그리고 한 시퀀스의 Lookdev을 담당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들이 앞에 신동엽 씨가 언급하신 파이프라인과 툴들이 있었기에 훨씬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죠.


<그림> 히어로샷중의 하나인 이 해일 장면은 여러개의 파티클 시뮬레이션과 오션디포머 패스로 이루어졌다. 

Brush _ <해운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재난 영화들이 많았는데요. 혹시 작품을 만들 때 참고했던 작품들이 있었는지요?

■ 김지아 _ 이 영화에 참여하면서 물이 나오는 대부분의 영화들을 참고자료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나 <페펙트 스톰(Perfect Storm)> 같이 잘 알려진 영화부터 디스커버리 채널 다큐멘터리 <데드리스트 캐치(Deadliest Catch)> 등이죠. 그 외에도 실제 쓰나미 동영상 등을 물 재현에 참고했습니다. 매우 운 좋게도 매일매일 출퇴근 길에 금문교를 건너 다녔는데요. 그 곳에서 보이는 바다를 매일같이 보고 관찰하는 것만큼 좋은 자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신동엽 _ 영화 제작 당시 비주얼 타켓으로 잡았던 영화는 <투모로우>입니다. 영화 작업시 참고로 타 회사 영화를 많이 보긴 하는 데요. 작업 레퍼런스로 사용하진 않습니다. 작업 레퍼런스는 직접 가서 보던가, 직접 촬영을 하거나 아니면 다큐멘터리를 주로 보고 참고했습니다.


<그림> 해운대 골목으로 물이 휩쓸리는 장면들은 실사 건물구조를 기본으로 물 시물레이션과 CG 자동차와같은 잔해들로 완성되었다.

Brush _ 이 작품을 만들면서 어디에 주안점을 두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제작 과정 중에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기억나는 에피소드와 함께 들려주시죠.

■ 김지아 _ <해운대>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큰 영화인만큼 제 개인적으로도 물이라는 CG에 있어서는 결코 쉽지 않은 소재를 구현한다는 기대감과 또한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마음이 뿌듯했던 작품입니다. 다양한 샷들을 접하면서 때론 저에겐 어려운 도전도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 갚진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300프레임이 넘는 넓은 바다에서부터 클로즈업 되는 샷을 작업하면서 오션의 렌더를 최적화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슈퍼바이저와 의견을 나누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까지 겪었던 과정이 저에겐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 잔잔한 바다에서 CG기술로 해일이 밀려오는 거친바다로 재현된 해운대 바다와 광안대교 장면의 전후 그림.

■ 신동엽 _ 한 샷 한 샷 모든 인원을 다 동원하기엔 난이도가 높은 샷들이 많아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정해진 인원과 시간 안에서 클라이언트가 기대하는 비주얼 타겟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앞서도 설명을 드렸듯이 그 한정된 인원과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기 위해 최대한 파이프라인 작업에 신경을 썼습니다. 뭐~ 어느 영화 작업이나 그렇듯이 아쉬움도 또 성취감도 꽤 컸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림> 헬기구조 장면은 배우와 헬기내부를 제외하고 주변 바다와 헬기, 하늘 모두 CG로 재현되었다.

Brush _ 현재 자리에 있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도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조언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 신동엽 _ AAU에서 강사로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많은 유학생 분들은 만나고 가르쳤습니다. 저는 반대로 질문을 던집니다. 유학이 한국 내에서 교육받는 것과 어떤 점들이 다를까? 하는 겁니다. 때론 너무 큰 기대치를 가지고 오셔서 실망하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유학의 가장 큰 장점은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공부를 한다는 점입니다. 접할 수 있는 교제도 넓어지고 영어 회화 실력도 늘어나죠. 당연히 미국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확률도 한국에 있는 분들보다는 높아지겠죠. 하지만 미국에 유학을 온다고 해서 모두 취업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시간을 투자해서 남들보다 더 독학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면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좌우된다고 믿습니다.

Brush _ VFX 제작 일에 참여하고 계신데, VFX가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또, 현재 롤 모델로 삼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 김지아 _ 제게 있어서 VFX 아티스트로서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인 것 같습니다. 다른 프로젝트나 다른 샷을 작업함에 있어서 노하우가 쌓이지만 단 한번도 똑같을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매 샷마다 다른 도전이 있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면서 얻는 즐거움이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에너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신동엽 _ 저는 원래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어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는데요. 우연치 않게 이쪽 TD일을 접하게 되면서 현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분석하고 연구해 가면서 미술적인 감각을 동원해 3차원 그래픽으로 표현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롤 모델을 삼고 있는 사람은 너무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분야에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거겠죠.

Brush _ 작품 제작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고 있고,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 지도 궁금합니다.

■ 김지아 _ 가능한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려고 하고요. 특히 여행을 하면서 많은 아이디를 얻습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을 주의깊에 보고 관찰하면 좋은 눈을 가지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컴퓨터와 관련된 공부 외에 컬러나 사진에 대해 특히 관심이 많구요. 영화가 렌즈를 통해 보는 이미지인 만큼 사진에 대한 지식은 꼭 알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동엽 _ 바다를 가도 이제는 예전처럼 풍경을 즐길 수만은 없습니다. 파도를 보면 패턴을 찾아보려고 하고 분석하려고 하죠. 어떻게 보면 이제 직업병이기도 한데 이런 관찰이 제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오는 날 운전하면 짜증났던 것도 이제는 오히려 안 좋은 날씨가 제겐 큰 관찰거리가 되어 버린 거죠.

Brush _ 현재 어떤 작품제작에 참여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곧 2010년 새해가 밝아오는데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 김지아 _ 곧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2010년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늘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2010년도 바쁘게 보내게 될 것 같네요.

■ 신동엽 _ ILM은 워낙 보안을 중요시 하는 회사라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는 나중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 회사의 허락을 받고 얘기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후 새해 계획은 항상 같았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