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어디에 떠있는가>, <피와 뼈>, <수> 등을 작업하며 깊은 인간 묘사로 정평이 나있는 일본 영화계의 귀재 재일동포 출신의 최양일 감독이 이번엔 아시아 전역을 눈물에 빠트린 맹인 안내견 ‘퀼’ 의 일생을 다룬 영화 <퀼>(1월 7일 개봉)을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

한편, 최양일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Q. <퀼>을 만들기까지 오랫동안 많은 고생을 하셨을 것 같은데, 영화 개봉을 앞둔 심정은 어떠신지?
이 작품만큼 여러 가지 의미에서 힘든 작품은 없었다. 이때까지 몇 번이나 긴장된 개봉 첫날을 맞은 적이 있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나 갖가지 감정이 뒤섞인 느낌이 든다. 뭐라 형용하기 힘들다.

Q. 지금까지 만드신 영화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일 것도 같은데 어떠신지?
맞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객들과의 만남을 목표로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최양일이 만드는 영화의 폭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다. 지금껏 만난 적 없는 관객들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기합(?)도 많이 들어가 있었고 새로운 즐거움도 있었다. 많은 관객들이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주 강하게 갖고 만든 영화였는데,만들면서도 ‘영화를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Q. 특별히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것이 있는지?
모든 컷들에 깊은 추억이 있어서 고르기가 참 힘들다. 특히 ‘퀼’ 역을 반 이상 연기했던 래피에 대한 추억이 많은데 보기엔 아주 평범한 컷이긴 하지만 내 속에서는 매우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퀼’이 비 오는 날 가출을 하는 장면, 그 장면은 무지하게 힘든 촬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편집하여 완성된 걸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Q. 개의 눈빛이나 연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물론 현장에 트레이너 미와씨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어떠했는지?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알게 된 것이 관객들이 개의 표정, 리액션, 감정표현 같은 것을 아주 즐겁게 봐준다는 사실이었고 그 점은 나로선 매우 기쁜 일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상 속의 개의 행동을 일상답게 찍어내는 것이 무지하게 힘들었다. 묘기를 부리거나 액션 같은 부분, 일종의 법칙이 있는 움직임은 어느 정도 훈련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물론 알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이 일상생활을 하는 개의 동선에 관한 것이었다. 극영화에서 개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는 것의 어려움일 것이다. 매 순간마다, 래피의 건강상태, 기분 등에 맞추어 찍을 수 밖에 없었다.

Q. 독 트레이너 미와 씨도 현장에 계셨다고 하던데?
미와 씨는 정말 일본 최고의 독 트레이너다. 영화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연출가와의 대립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런 것 때문에 현장에서 뜨겁게 논쟁한 적도 있었다. 역시 서로가 맡은 바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발전적인 관계형성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미와 씨와의 관계는 좋았던 걸로 생각한다. 미와 씨는 이 영화를 통해 일본 최고 독 트레이너에서 전세계 최고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집이 세지만 처음 하는 일에 도전하는 정신도 있는 사람이라 그 정도로 의욕적인 사람은 아주 드문 것 같다.

Q. 이 영화를 만들면서 맹도견에 대한 의식 같은 것에 변화는 있었는지?
물론 변화가 있었다. 도쿄에 살아가면서 아주 가끔 맹인안내견을 보게 되는 일이 있었다. 역시 내 속에도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시선이 있었던 것 같다. 나와는 뭔가 다른 구별된 세계의 것이라는 의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은 옳지 않다. 내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면, 맹인안내견과 대중적인 장소에서 함께 있게 되는 일은 많이 있다.

예컨대, 영화관이나, 카페, 전철, 버스, 동네의 길, 주택, 혹은 정원 안에서 내 얼굴을 보거나, 또는 길을 걷던 내가 뜰에 있는 맹도견과 그 사용자를 보게 된다거나,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만남이 있을 텐데, 그것을 특별한 일로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사실을 강하게 깨달았다. 시각장애자나 맹인안내견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역시 ‘함께 살아간다’는 것, 건강한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모두 함께 살며 같은 공기를 마시며 남다를 바 없이 언어를 갖고 있다는 것, 물론 장애로 인해 건강한 사람처럼 언어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까지 포함해서 ‘모두 다 함께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Q. 최양일 감독에게 있어 <퀼>이란?
이 영화도 ‘퀼’ 역을 맡았던 개들도, 서포트해 주었던 많은 개들과 많은 연기자들, 많은 스태프들을 포함해서 아마 나도 포함된 얘기겠지만, 이 영화와 관련된 것을 계기로, 우리들 앞에는 천사와 악마가 둘 다 있다는 것을 매우 강렬히 실감했다.

영화 <퀼>은 실제로 있었던 래브라도 리트리버 <맹인 안내견 퀼의 일생>(문예춘추사 간행)이란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일본 개봉 당시 약 30억엔 이상의 흥행 수익과 홍콩 박스오피스 1위,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릴 정도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애완동물 중 하나인 강아지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태어나서부터 삶을 다할 때까지의 모습이 스크린에 가득 담겨 있는 가족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