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CT서비스연구팀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양선우 감독과 오랜 만에 인사를 나눴다. 그는 해마다 ETRI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어떤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을지 궁금했다. 디지털브러시에 <찰라와 묘로> 제작 과정을 소개해준 양선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Brush _ 현재 어떤 분들이 ETRI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지 본인 소개와 함께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ETRI의 CT서비스연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양선우입니다. ‘디지털 브러시’를 통해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서 언제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로 10여년 간 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운 좋게도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업으로 삼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ETRI에서는 2005년부터 6년째 근무하고 있는데요. 주로 CG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시범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시범콘텐츠의 일환으로 ETRI에서 개발 중인 CG 기술의 우수활용 사례를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주고 이 작품들을 통해 해당 기술의 우수성과 기술력을 세계시장에 홍보하고 있습니다.

Brush _ <찰나에서 온 묘로>는 ‘도깨비’라는 한국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CG기술을 활용된 것으로 압니다. 어느 정도의 제작기간이 걸렸나요?
<찰나에서 온 묘로>는 처음부터 세계시장에 한국에서 개발한 CG기술을 알리는데 그 주목적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한국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이야깃거리들을 고민하게 되었죠. ‘한국적인 소재와 기술로 만들어낸 콘텐츠’ 이것이 이 작품의 초기 컨셉이었습니다. 하지만, 컨셉 때문에 재미없고 지루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는 싫었습니다. 예전 작품들과 달리 대중적인 면도 고려해서 기획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많은 기간이 걸렸습니다. 보통 ETRI가 진행하는 사업은 1년 단위로 진행됩니다. 때문에 애니메이션도 1년 안에 시작부터 끝까지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 예전의 경우를 보면 보통 8개월에서 10개월 정도의 제작기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2개월을 꽉 채웠습니다. 여러 번의 제작기간을 연기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이 과정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드는 작품이 아닌 만큼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회사 차원의 손해가 생기게 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널리 양해해 주신 ‘이범렬, 이준우 팀장님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전합니다.(웃음)

Brush _ 이 작품은 몇 분짜리로 기획되었고 어떤 사람들에게 주로 공개할 예정인가요?
앞서 밝힌 것처럼, ETRI에서 제가 감독으로 제작한 작품은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이번 작품은 기존 세 개의 작품과 달리 힘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 때문인지 초반에 애니메틱을 만들었을 때는 12분 가량의 분량으로 출발했습니다. 나중에 편집과정에서 군살을 걷어내고 나니 정확히 9분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완성됐습니다. 이 작품을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이나 영화제를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트레일러 및 본편을 시기에 맞게 공개할 생각인데, 먼저 CGLand 사이트(www.cgland.com)를 시작으로 트레일러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올 하반기쯤이면 전체 작품을 온라인을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전에 영화제를 통해 가장 먼저 작품을 관람할 수 있을 겁니다.

트레일러 링크 http://blog.naver.com/archy77/90086276204

Brush _ 이 작품에서 ‘도깨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도깨비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중점을 둔 점은 무엇이고, 기존에 제작되었던 도깨비 애니메이션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도깨비’를 소재로 선택하는데 있어 갈등을 많이 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다름 아닌 기존의 도깨비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었죠. 대부분의 많은 젊은 사람들은 도깨비를, 지저분한 거적데기를 걸치고 머리는 산발을 한 채 수염은 덥수룩하며 머리위로 뿔 하나가 괴상망측하게 돋아나 있는 ‘지저분한 녀석’쯤으로 기억합니다. 다시 말해, 호감형이 아니며 시대 퇴보적인 된장냄새가 물씬 나는 구리구리한 캐릭터죠. 하지만, 도깨비에 관한 조사를 하면서 흥미로운 점들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각 캐릭터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역사 자료에서도 구체적인 형상묘사가 부족하다는 점이었죠. 한마디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만한 여지가 너무 많았습니다. 이러한 점들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사랑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디자인으로 도깨비에 대한 통념을 바꿔보자는 오기로 결집됐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디자인 과정이 가장 흥미로운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Brush _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제작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을 마치고 나서는 올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감독님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제작 기간이 길었던 만큼 작품이 끝난 지 겨우 이틀이 지난 시점인 지금(4월 19일)에서는 마음 한구석이 많이 허전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여자 친구를 잃었을 때의 공허함보다 더 쓸쓸하다는 얘기를 하곤 하는데요. 많이 힘들었던 제작 과정을 거친 만큼 막상 작품이 완성되고 나니 제 가슴에 작품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짧게나마 이별여행을 한 뒤, 작품을 알리는 일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출품이나 마켓 등에 진출하고 홈페이지나 DVD로도 제작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또 개인적으로 도전적인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찰나에서 온 묘로>를 만들면서 준비해 오던 것인데, ETRI 연구소 기업으로 창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캐릭터를 만드는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인데, 현재는 ‘찰라브로스(주)’라는 이름으로 법인이 나와 있는 상태이며 이곳에서 차기작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작품으로 일반 대중들과 곧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Digital Brush 5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