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위치한 아시아 루카스필름은 우수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아시아에서 업계 선두가 될 Tv와 영화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전초기지를 목적으로 세워졌다. 그리고 이런 루카스필름에는 한국인 아티스트들을 포함 세계 각국 유수의 인재들이 모여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이중 영화 제작팀인 Ilm Singapore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기범 아티스트를 CGLAND에서 만났다. 그의 근황과 루카스필름 싱가포르의 영화 팀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CGLAND : 루카스 필름에서 하는 일과 본인 소개 부탁 드립니다.

루카스필름 싱가포르에는 게임, TV, 영화, 애니메이션의 4개 분서가 있습니다. 전 그 중에서 영화 팀인 ILM Singapore에 소속되어있습니다. 즉 영화 들어가는 CG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디지털 아티스트로 근무하고 있지요. 현재는 룩뎁 작업에 집중하고 있고요. <아이언맨 2> 이후로는 주로 라이팅 업무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CGLAND를 통해 인사하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CGLAND : ILM Singapore 이전의 궤적들이 궁금합니다. 해외 진출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제 첫 직장은 디지스팟(DGspot)이였습니다. 운이 좋게 신입 시절부터 라이팅을 시작 할 수 있었고, 그 당시 파이프라인이 상당히 잘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7~8년 전에 현재 제가 매일 경험하고 있는 데일리 업무시스템을 미리 경험을 했었지요. 이 부분은 현재 제가 이곳에서 일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영화 작업에 욕심이 더 생겨 영구아트무비에 입사했습니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크롬 볼 제작부터 쵤영 엑스트라, 그리고 마지막 렌더링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작업에 참여해 함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CGLAND : 국내에서 활동하다 해외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영화 CG쪽으로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 공부의 필요를 느껴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학업을 시작한 초반에 우연히 이곳에 잡포스팅을 보고 입사 목적이기보다는 인터뷰 연습을 하기 위해서 데모릴을 보냈습니다. 인터뷰 중에 지금 바로 영화작업을 할 수 있다는 말 한마디에 학업을 미루고 2008년 4월경에 제다이 마스터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당시에 미국에서 일하시던 선배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어요. 
 
CGLAND : ILM Singapore팀에 근무하며 참여한 프로젝트 중 가장 재미있거나 보람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면요?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은 아니고 기억에 남는 일은 첫 프로젝트인 ‘해리포터’입니다. 딱 2개 샷으로 1초 정도밖에 안 나오는 찰나였고 DVD 상에서는 어두워서 제가 작업한 렌더링을 확인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제 스스로에게 무언가 시작되고 있다는 계기를 주었던 일이기에 가장 설렜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번 영화 작업이 끝날 때마다 회사에서 영화관을 대여해 자체 시사회를 갖습니다. 끝나고 엔딩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 모든 작업자들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는데 그 때의 카타르시스는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가장 보람 있었던 적은 <아이언맨2>를 작업하면서 벤스노우(Ben Snow)라는 비쥬얼 이펙트 슈퍼바이져가 저의 작업 성과물을 늘 마음에 들어 했었어요. 그런데 작업이 끝난 지 반년이 지난 시기에 싱가포르 프로덕션 쪽으로 차기 프로젝트에 제게 참여 제의를 건냈을 때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CGLAND : 포지션이 Light and Technical Director로 알고 있는데 프로젝트내의 파이프라인상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시는지요?
 
ILM 싱가포르만의 특징이긴 한데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2가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메인으로 하는 일은 라이팅이고 프로젝트 스케줄에 따라서 매치무빙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아이언맨2> 이후로는 라이팅의 비중이 더 높아졌어요. 
특정한 샷의 경우 텍스처링과 이펙트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데 주로 이런 샷들이 제 업무에 주를 이룹니다. 또한 프로젝트기간 내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 중 ATD들이 해결하는 문제들 외에 기술적인 문제와 샷 작업과정에서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경우, 어떻게든 되게 만드는^^ 한국식 해결법을 제공하지요(웃음).
그리고 그밖에 회사 인하우스툴에 대한 이해도가 적은 매트페인팅 아티스트들이나 합성작업자들에게 좀더 좋은 솔루션을 제공하기도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새로 합류한 슈퍼바이저나 시니어 아티스트들의 멘토링과 내부 트레이닝을 맡고 있습니다. 동시에 내부적으로 업데이트 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리포팅 하는 등 여러 업무들을 하고 있어요.

CGLAND : 최근 참여작인 <아이언맨 2>에서는 그럼 구체적으로 어떠한 작업들을 진행하셨나요?

프로젝트 초반에 1주정도 매치무빙을 한 후에 바로 라이팅으로 투입이 되었어요. <아이언맨 2>에서는 다른 라이팅 아티스트들이 라이팅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시퀀스 전체에 걸쳐서 사용되는 시퀀스라이팅셋업을 미리 진행 했습니다. 제가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하고 미국에 리포팅을 하기도해요. 특정시퀀스의 경우 제가 셋업 후에 해당되는 샷들을 모두 퍼스트패스를 걸고 승인을 받은 후에 개별 라이팅 TD들이 작업을 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후에 계속해서 작업자들이 샷작업을 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시퀀스셋팅 업데이트 작업을 했습니다.
영화를 주의 깊게 보신 분들이면 기억을 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도넛가게가 나오는 장면들, 주인공인 토니가 술에 취해서 행패를 부리는 장면들 그리고 영화의 엔딩 샷에 나오는 장면들에서 시퀀스 셋업을 했고 라이팅 샷작업은 <아이언맨 2>에 투입 되었던 라이팅 TD중에 가장 많은 샷을 작업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비공식적으로 전세계 라이팅 TD중에 최다 샷을 한 영화에서 파이날 낸 기록을 갖고 있어요.^^ (영화 디워에서)
 

Iron Man 2 . credit: © MVL Film Finance LLC & Marvel Entertainment LLC.

Iron Man 2 . credit: © MVL Film Finance LLC & Marvel Entertainment LLC.

CGLAND : 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과 재미있었던 일은

<터미네이터 4> 당시에는 새로 도입이 된 라이팅 방식으로 고생하긴 했지만 아이언맨에서는 초반에 두샷의 매치메이션과 라이팅을 동시에 진행했었습니다. 실제로 여러 샷의 라이팅을하는 경우는 많지만 매치무빙도 아닌 아이언맨의 매치매이션을 계속 수정하고 동시에 라이팅 데일리도 만드는데 많이 힘들었던 만큼 기억에도 많이 남습니다. 그리고 여러 명의 합성작업자와 작업할 때 각각의 작업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순간이 힘이 들긴 해요.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서로 출신 나라는 달라고 생각하는 이미지가 일치하는 순간은 같은 팀으로서 그 어떤 팀보다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CGLAND : 오랫동안 일을 해오시면서 부딪히는 한계가 있다면요.
 
한계이자 고민인데 어느 정도로 테크니컬을 해야 되는 지에 대한 고민과 다른 파트의 일을 어느 정도 알아야 될지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따라다닙니다. 이점에 있어서 주위에 있는 슈퍼바이저들을 눈 여겨 보며 좋은 점들을 벤치마킹 하려고 하지요. 그 외에 한계라기보다 영어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간혹 듭니다. 그러면 더 많은 작업을 더 높은 퀄리티로 마무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CGLAND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있는지요 있다면 그 이유는

영화도 물론 좋아하지만 게임 시네메틱을 챙겨서 보는 편입니다. 특히 헝가리에 위치한 디직픽쳐스의 작품들을 즐겨봅니다. 볼 때마다 짧은 동영상 속에서 많은 자극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거든요. 동료 중에 그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온 친구가 있는데 듣기론 인원이 많지 않다고 하는데 볼 때마다 놀라운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CGLAND : 아시아에 설립된 루카스 필름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루카스필름은 어떤 곳인가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작업할 수 있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ILM에는 지금까지 제가 한 실수들이 앞으로 제가 할 실수를 이미 모두 경험한 시니어아티스트들로부터 직업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같은 프로젝트에 있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어요.
최근 일인데 슈퍼바이저가 제 눈치를 살피면서 너를 이 프로젝트에 이런 이런 이유로 참여시키고 싶은데 네가 원하지 않으면 그 결정을 따르겠다고 하면서 말을 걸어왔습니다.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작업자의 의사를 중요시하고 최대한 반영 해주려는 노력과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프로덕션 막바지에 야근을 해야 되는 경우 현재의 작업진행상황에 대한 메일을 보내주면서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야 함을 사과하는 메일을 보내주죠.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서 형식적일 수도 있고 프로덕션의 노하우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황을 납득할 수 있고 내가 프로덕션의 명령에 따른다라는 느낌이 아닌 프로덕션의 요청에 응한다라는 기분으로 업무에 임하게 되어 업무 능률을 고취시켜 줍니다.
업무적인 것 이외에도 교육에 대한 기회가 늘 열려있고 개별 아티스트의 커리어 및 스킬 업그레이드에 대해 회사에서 늘 신경을 써주고요. 리뷰를 할 때마다 입에 붙어있는 말이 고맙다라는 말과 조금만 결과가 좋게 나와도 호들갑을 떨며 정말 잘했다는 말을 해줍니다. 사실 평생 살면서 들었던 칭찬보다 더 많은 칭찬을 이곳에서 많이 듣고 있어요. 너무나 유쾌하고 자신감 있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Terminator Salvation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Image Courtesy Industrial Light & Magic

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Courtesy of Paramount Pictures

CGLAND : ILM Singapore에서의 한국인 아티스트들의 활동은 어떠한가요? 평가나 시선이 궁금하네요.

저희 부서에는 저를 제외하고 한 분의 한국 분이 일하고 계십니다. 현재 본 업무 외에도 매치무빙 관련해서 해외 메이저 업체에서 온 친구들을 멘토링 할 정도로 프로덕션에서 큰 인정을 받고 계시지요. 사실 두 명 뿐이어서 시선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나쁘지 않다는 건 확실한 듯 합니다. 참고로 이름은 이 재욱이고 특히 cg이론에 관해서는 시니어아티스트들도 자문을 얻을 정도로 상당한 실력을 갖고 계세요. 제겐  좀더 깊은 이론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한국말로 물어볼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시죠.
 
CGLAND : 타지생활(오랜 외국생활)로 인한 고달픔과 한국에 대한 향수로 인해 힘들지는 않은지요. 언제 가장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요

외국생활을 정말 오래하신 분들도 많으실 테지만 기간과 상관없이 한국에 대한 향수는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각자의 외국회사생활에 대해서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가까운 친구가 있어요. 서로 업무적으로도 도움을 주고 받는데 저와 같이 사는 제 와이프입니다.^^ 와이프도 싱가포르에 있는 건축관련회사에서 전공을 살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회사생활이나 외국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제 와이프이자 베스트 프렌드에요. 그리고 그 밖에 한국이 그리운 순간들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일을 하면할수록 부족함을 느끼는 게 더욱 커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뒤로하고 일에 더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의 거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가깝기 때문에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CGLAND : 루카스필름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궁금합니다.

어떤 특정한 인재상 이런 건 제가 주의 깊게 듣지 않아서 모를 수도 있지만 그런 것보단 제가 실제로 겪었던 슈퍼바이저들의 실례를 근거로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한 명은 나이젤섬너(Nigel Sumner)이고 다른 분은 덕서튼(Doug sutton)입니다. 두 사람 다 각각의 스타일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장점이 기술적인 면과 예술적인 면 두 가지에서 모두 강점을 갖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역시 상당히 합리적이면서 실제 샷작업 또한 꾸준한 분들이지요.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같이 일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좋은 조언을 합니다. 또한 다른 아티스트를 대함에 있어서 상당히 겸손합니다. 그런 면들을 본받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명을 더 언급하자면 현재 비쥬얼 이펙트 슈퍼바이저인 브래넌 도일(Brennan Doyle)인데 cg에 관한 지식 이외에도 카메라나 실제 촬영에 관한 지식이 해박하며 오랜 슈퍼바이저로서의 경험으로 샷의 파이날 퀄리티를 높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한마디로 작업과정에서 기술적인 면들 혹은 관련되는 지식들을 계속해서 습득하고 꾸준히 많은 작업을 통해서 경험을 많이 갖고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CGLAND : 이후 아티스트로서 목표와 비전이 있다면요

현재는 제가 ‘만족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제가 스스로 ‘감동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같이 일했던 분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이로운 제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