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꿈꾸는 듯한 표정과 몽환적 분위기로, 때로는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으로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며 고정관념의 지배를 받지 않는 작가 윤종태. 그를 만나기 위해 젊음의 거리 홍대 앞을 찾아가 보았다. <춘희>, <블루>, <김홍도>, <파우스트>, <백경> 등의 작품들을 보면 과연 다 같은 사람이 그렸나 싶을 정도로 다채롭다. 풍부한 감성을 담아내는 작가 윤종태를 만나서 그의 작품과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CGLand: 독자분들께 본인 소개를 해달라.
저는 주로 출판 작업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출판 일러스트레이터 중에 디지털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진 않지만 일을 진행하다 보면 디지털 작업이 아니면 진행 자체가 안 되는 일들도 있습니다. 광고, 포스터가 그 예죠. 그렇다고 디지털 작업이 수작업보다 뛰어나다는 말은 아니고요. 그래서 디지털 작업으로 하다 보니 출판까지 아울러 범위가 넓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출판 쪽에 뜻을 두고 시작했던 것은 아닙니다.
CGLand: 그렇다면 처음 출발은 무슨 일로 시작했는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전에 애니메이션회사인 에이콘 프로덕션에 다녔습니다. <심슨 가족> 등의 OEM 작업을 하고 <왕후 심청>을 제작한 큰 회사죠. 기획실에 캐릭터 디자이너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기획실 시스템이 에이콘 뿐 만이 아닌 다른 회사들도 시스템 확립이 되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각각의 분야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야 마땅하지만 그럴 여력이 안되 이것저것 다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며 아트디렉터라는 직책도 맡게 됐죠. 왕후 심청의 작업은 다 못 마치고 회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CGLand: 그럼 더 거슬러 올라가서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나?
어렸을 때부터 계속 그림만 그렸습니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거쳐서 대학을 들어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군대를 다녀왔더니 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더군요. 그때 당시 생각에선. 그림만 그려왔던 제가 사회에 나가려고 하니 막연하기도 했고요. 작가로서도 막연하고, 사회원으로도 막연하고. 그런 혼란 속에서 그림을 그리면 그나마 제가 어떤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시간이 굉장히 고맙고 소중했습니다. 그렇게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갔고 성실히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고민이 또 들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그냥 막연하게 좋다 라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지 꿈이 감독이나 그런 건 아니었어요. 단지 내 작업하며 그림 그리는 사람이었거든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남아있는 그림들을 보니 내 색이나 맛이 나는 작업들을 하고 싶더군요. 내 그림인지 누구 그림인지 모르겠고, 물론 열심히 했고 좋은 작업이지만 내 것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게 된 배경 중에 50%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CGLand: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한 시기는 언제인가?
출발은 회사를 그만둔 시점부터입니다. 보통 출판 일러스트레이터나 게임 콘셉트아트를 하는 사람들은 대학 때 충분한 준비시간을 갖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나오는데, 저는 준비하고 고민하고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 절박하더군요. 일러스트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왔으니까요. 그림 그리는 일이면 다했던 시기에요. 서른 살에 회사를 그만 두니 나이로도 불안하고, 참 절박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찾아오더군요.
CGLand: 주로 하는 일이 출판물인데 출판물을 고집하는 이유는?
일러스트 영역 중에 출판이 차지하는 영역, 덩어리가 큽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 열 가지 중에 일곱 가지 일이 출판 일이 되었습니다. ‘출판 일러스트를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작해 굉장히 고생을 했죠. 출판 일러스트는 한 장, 두 장 호흡이 짧은 작업이 아닌 한 권, 많게는 수십 권 적게는 열 몇 페이지가 그 책에 맞게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해서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작업입니다. 다른 일들도 많이 하지만‘출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작가로서 자존감도 있고, 앞으로 욕심도 많습니다.
CGLand: 출판 일러스트는 어떤 것인가?
출판 일러스트의 개념은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 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광고 일러스트에 적합한 포맷이 있는가 하면, 책이나 컵, 신문, 테마파크, 백화점에 들어가는 그 모든 것이 일러스트입니다. 어수선하게 이것저것 하다가 출판일러스트를 주로 하게 되면서, 자연히 생각이 출판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출판 일러스트레이터로 좋은 작업을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요. 예전엔 책 작업이 하나의 일이었고, 제 스스로가 만족해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원고를 받으면 제대로 해석해서 전체적으로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걸 파악해서 일러스트를 그려야 합니다. 그런데 예전엔 그리고 싶은 부분만 집어서 표현해 책의 균형이 무너지는 일도 초래했었습니다. 그런 아찔한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지금은 성숙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CGLand: <블루>나 <춘희>의 몽환적이고 장식적인 느낌부터 <김홍도>, <이중섭> 작품에 이르기까지 느낌이 모두 다르다. 작품 세계에 대해 말해 달라.
제 그림이 장식적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블루>는 무용공연 <여자의 일생> 포스터 작업을 의뢰받고 그렸습니다. 여자의 인생을 블루 컬러로 주문하셔서 너무 막연했습니다. 나머진 제가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었고요. 여자를 볼 때 여러 가지 시각이 있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화려하고 감성적이며, 꿈꾸는 동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여자의 표정 속에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원하거나 원치 않거나 보편적으로 흘러가는 그 모든 것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일러스트는 일반적으로 목적성과 대상이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화가들은 목적성과 대상이 없는, 작품성이 짙은 그림을 많이 그리죠. 그러다 보니 자기 내면의 모습을 많이 들여다보고 그 자아를 그리게 됩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힘든 점도 있고, 편한 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러스트라는 건 목적성과 대상이 너무 분명합니다. 그래서 일러스트레이터는 화가이면서 목적성과 대상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늘 경계해야 하면서도 힘든 것이 목적과 대상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자기 색에 도취되어 그림을 그리면 일러스트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또 활용성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작업적으로 아무리 좋은 작품 이어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림 속에서 각자의 바람을 찾고 그것을 보게 됩니다. 대상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을 하고 작업을 해야, 이 모든 요소들의 균형이 유지되며 완충될 수 있습니다.
CGLand: 어떻게 하면 상업적으로도 인정받고 작가로도 성장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면 분명히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그림이 존재합니다. 작품도 사랑 받고 작가도 사랑 받겠죠. 그렇다고 누구나 보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으니까요. 제 작품을 예로 들어 말하자면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적인 성향으로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말씀 드리는 겁니다. 어떤 작품을 분석해서 나도 이렇게 그리면 사랑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입니다. 분석을 하는 것뿐이지 그 작업을 내가 실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 사람의 작품을 따라 그릴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그 작가가 시간을 통해 쌓아온 스킬이나 느낌을 담아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정해서 가야 합니다. 남이 잘 그린 것 가지고 고민하며 가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느리게 천천히 차곡차곡 쌓여가며 그리는 그림에 감동이 있고, 거침없이 빠르게 그린 그림도 나름의 감동이 있습니다. 보통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나같이 안 그리는 것에 놀라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고민하죠. 그렇기에 출발할 때 나를 알아야 합니다. 나를 분석해야 합니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이 결국 이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랑해주고 인기 있는 그림 스타일을 분석해서 따라하기 보다는“내 것”을 찾으세요.
CGLand: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끼는 점은?
이런 사설 교육기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학원에선 얻을 수 없는 것들, 이를테면 작가들만이 갖고 있는 스킬, 그림 그리는 방식의 노하우 그런 걸 취하려고 옵니다. 좋은 생각도 아니지만 나쁜 생각도 아닙니다. 문제는 거기에만 포인트를 둔다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저도 3개월 단기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매뉴얼적인 부분을 가르치게 됩니다. 그러나 나머지는 브러시 위주의 수업으로 진행하죠. 수채화는 물을 섞어서 종이에 그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수채화여도 작가들마다 다 그림의 스타일이 다릅니다. 보는 만큼 경험한 만큼 실력이 늘고,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머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험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브러시 수업을 할 때 여러 가지 브러시가 조합되어 나오는 것들. 단적으로 말하면 스킬이지만, 경계해야 하는 것은 브러시를 이용해서 나무나 돌을 그리는 법이 아니라, 그것들을 조합해서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오게 됩니다. 그 현상들을 보여주기 위한 소재로 나무나 돌을 택한 것이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방향으로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작가로서 살다 보면 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가로서의 생명력을 잃게 되죠. 잘 그리려고 하는 점은 베이스가 되어야 하고, 내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 그림인데, 이런 부분을 놓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 한 그루를 그려도 작가들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 다르죠. 실제로 사진으로 보는 나무와 동떨어지게 생긴 나무 그림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무가 그렇게 생긴 지 몰라서 다르게 그린 건 아니겠죠. 자기가 그리다 보면 그 방향에 맞는‘조형성’이라는 게 생깁니다. 스킬도 거기에 어울리는 스킬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은 막연하게‘좋은 집을 지어야지’라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위험합니다. 좋은 집은 좋은 재료가 필요하죠. 그림에서는 그 재료가 스킬이 될 테고요. 누가 봐도 좋은 스킬을 알았지만, 정작 본인한테 아무런 도움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그 기술을 습득한다 한들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쓸모 없는 기술이 되어버리죠. 스킬보다는 더 본질적으로 접근해서 조형성을 갖춰야 합니다. 좋은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그런 것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좋은 스킬을 배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본이 없이 배우게 되면 본인을 망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CGLand: ‘스킬’이란 부분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요즘 그림들 중 기교와 테크닉은 있는데 깊이가 없는 그림들이 많이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어린 학생들이거나 그림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그림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만화 캐릭터나 게임 캐릭터를 많이 그리더군요. 라인 작업을 열심히 하면 캐릭터가 나오고, 채색을 밀도 있게 합니다. 그리고 계속 밀도를 더해서 채색을 하다 보면 그림은 당연히 좋게 보이겠죠. 그런데 나중에 어디선가 본 것 같고, 안 보아도 본 것 같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방향성을 잃은 그림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그림을 그린 사람들을 비난하는 게 절대로 아닙니다. 아마추어나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좋은 사람들은 절대로 비난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작가라면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되겠죠. 작가라는 집단에서도 그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조형적인 고민을 많이 했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붓을 놓아야 되는 시기가 고민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작가라면, 엄밀히 얘기해서 분명히 그 시기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붓을 놓아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줄 알아야 하죠. 조형의 논리라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누피를 보면 선 맛을 제대로 살려서 아주 심플하게 그린 그림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털을 더 추가하고, 이것저것 기법을 추가한다면 선에서 충분히 전달했던 스누피만의 귀엽고 좋은 요소들이 훼손되어 버립니다. 보는 대로 느끼는 겁니다. 사람들은 스누피를 단순히 개를 본 느낌이 아닌 깜찍하고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보았을 때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적합한 조형의 요소를 취한 것입니다. 거기서 손을 놓아야 합니다. 더 그리거나 밀도 있게 그린다고 완성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사람을 사람답게 밀도 있고 단단하게 그리면, 물론 잘 그린 그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 그림은 재능이 있고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그렇게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거죠. 감흥이 없고 크리에이티브적인 요소가 없는 그림이 되어 버립니다. 작가라면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형적인 논리가 안 잡혀 있으면 이런 그림들이 나오게 되겠죠.
CGLand: 개인적으로 작가의 이름을 건 단행본 계획이나 작품 계획은 없는지?
이게 내 책이라고 말하려면, 책 자체를 같이 기획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내가 다 기획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런 형태의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년엔 제 나름대로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림에 대해 고민하고 작업하며 살아왔는데, 어디 가서 이건‘내 그림이다’라고 선보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해선 제게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 저만의 휴식공간에서 그런 구상들을 하면서 기획하고 있습니다. 수작업으로 수채화를 그리면 종이 종류에 따라서 물과 종이 재질, 안료가 섞여서 나오는 미묘한 시각적 변화가 자연스럽게 생성되지만, 디지털은 그것을 인위적으로 다 조작을 해줘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도구를 취하는데 있어서 효율적이어야지, 내가 디지털작가여서 디지털만 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 일러스트의 특성을 잘 살려서 작업하시는 작가 분들도 많지만, 저는 그런 걸 지향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에 있어서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들어가야 해서 아마 병행된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CGLand: 출판시장이 침체되었다고들 한다. 체감해본 출판 시장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특성상 출판 시장의 90퍼센트 이상이 학습시장입니다. 이러한 직업적인 관점에서만 보자면 출판시장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을 하기에 앞서서 작업자이기 때문에 작업이 근본이 되어야 하고, 정보를 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프리랜서들에게는요. 일러스트라는 게 이런 그림, 저런 그림 그냥 그림으로 보았을 때는 이것도 한 장 저것도 한 장이지만, 이 그림이 쓰임새에 따라,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릅니다. 진행되는 프로세스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프로작가로 살아가려면 작업은 기본이 되어야 하고, 속속들이 프로세스를 알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모르면 불이익을 당하며 살 수도 있으니까요.
CGLand: 여기저기 외도를 안 하고 한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저력은?
작업을 보여줘야 합니다. 좋은 작품을 보여줘야 합니다. 물론 고비도 찾아옵니다. 저는 작업할 때마다 고비였습니다. 제가 제대로 된 투자를 못하고 나오는 그림들을 봤을 때, 사생아를 무책임하게 만들어놓은 그런 기분까지도 듭니다. 본인이 원하는 작업을 많이 해야 하는데, 원치 않는 작업을 하게 될 때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게 자양분이 되어, 훗날 폭발적인 에너지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시기를 올해로 잡고 있습니다. 다른 작업들을 많이 줄이고 제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윤종태 작가가 아이디어의 영감을 얻는 풍경
CGLand: 작품의 소재나 영감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혼란 속에서 얻습니다. 생활 속에서의 혼란과 내면에 내재된 자아의 혼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생활 속은 제 주변의 일상 풍경들 속에서 얻고, 영감보다는 아이디어에 가까운데 소재의 조형성을 가지고 재질이나 형태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는 정도입니다.
국내 최고의 일러스트 작가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겸손 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 윤종태 작가. 디지털 기계 내음이 아닌 아찔한 물감 향기가 강하게 배어 나오는 그에게서 미래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왜 최고로 꼽고, 닮고 싶어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짓말을 안 했던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앞으로의 작품 활동을 기대해 본다.
글 : 최시내 기자 media@cgland.com
ⓒ 디지털브러시 & cgland.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