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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관

http://studio.cgland.com/purplest
purplest@lycos.co.kr

pin-up (pnp) n.

A picture, especially of a sexually attractive person, that is displayed on a wall.
A person considered a suitable model for such a picture.

pin-up, 넓게 보면 인물을 묘사한 모든 그림들은 모두 pin-up의 범주에 속합니다. 매력이라는 관점은 사람들마다 다르니까요. 오재관 작가(purplest@lycos.co.kr)는 pin-up을 통해 회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cgLand는 오재관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과 세계관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작가 오재관

cgLand(오현택) - 오재관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Purplest(오재관) - 안녕하세요...여기는 제가 사는 곳입니다. 좋은 음악도 나오구요.(Anywhere Is - Enya) 창 밖에선 좋은 냄새도 나는 것 같네요. 요즘 날씨가 너무 좋죠? 아주 오랜만에 서울의 맑은 하늘을 보네요. 여러분들도 맑은 하늘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공짜거든요.^^

cgLand - 하하, 그런 소개 말고 다른 측면도 보여주시죠?
Purplest - 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삽화, 초상화, 인테리어용 액자그림, 벽화도 그렸었죠. 아니 ‘다양한 방법’이 아니라 ‘닦치는 대로’가 좀 더 맞는 표현이겠네요..

cgLand - Purplest? 가장 진한 보라색 이란 뜻인가요?
Purplest - Purple과 보라는 아주 틀립니다. Purple은 단지 Purple일뿐이죠. Purple은 많은 성격을 가진 색입니다. 아니 Purple은 색이 아니고 빛입니다. 아주 다혈질적인 성격과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기도 하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느낌이기도 하구요. Purplest 는 힘든 시련을 이겨낸 아주 여린 한 여성의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사전 찾아보지 마세요. 안 나오니까…

cgLand -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십니까?
Purplest - 맘 다스리고 있습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흐트러져 있거든요…그 어떤 이유를 찾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공짜 하늘도 도움을 주네요.

cgLand - 혹시 과거에 미술을 전공하셨나요?
Purplest - 미술에 대한 이야기 하자면 이분을 빼놓을 수가 없네요. 디자이너 백기태 님과의 만남이 저에겐 아주 소중한 부분으로 차지합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항상 지켜봐 주시며 디자인적인 정신을 만들어 주신 분입니다. 지금의 제가 가진 표현력의 힘을 전수해주신 싸부님이죠. 백기태님은 광고 일러스트레이터 였구요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cgLand - 학창 시절은 어땠습니까?
Purplest - 뒤에 앉아서 말 안듣는 그런 학생있잖아요…? 다들 아시죠…?^^ 대한민국의 아주 정석적인 교육과정을 밟아온 저로선 여러분들과 다른 점이 없네요.^^ 학과도 지금 하는 일과는 상관없는 학과였습니다.

cgLand - 컴퓨터 그래픽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Purplest - 언젠가부터 극장간판도 출력물로 떡 하니 붙여 놓더군요. 아마 그때 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컴퓨터는 저에겐 아주 힘든 도구였습니다. 단지 그림을 그리는 도구치고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많은 지식을 요구했으니까요. 3D를 처음 만난 건 CAD를 하면서부터 입니다. 지금의 작품과는 어울리진 않지만 제가 건축 일을 많이 했었죠.

pinup 1

cgLand - 다른 아티스트들과 자주 만나십니까?
Purplest - 보통 때는 거의 연락을 못 드리구요. 모두들 너무 바쁘시니까…마침 오늘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에가서 조철희님과 좋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잠시 저를 다시 생각하게 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을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 무척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조바심만 내는 것 같고 속상하기도 하고 그런 만큼 노력하는게 보이는데도 너무 아쉬워하니까…… 제게는 그 노력이 아주 가볍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cgLand - cgLand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Purplest - 음…… 언제더라…… cgLand로부터 이런 저런 소식을 접하고 처음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 땐 아마 김형준 씨와 이소아 씨 두 분이 계셨던 걸로 생각이 나네요. 저의 보잘것없는 실력에도 작가란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셨구요. 그때부터 cgLand도 저의 즐겨찾기 란에 멋지게 앉아있습니다.

cgLand - 그림을 그리는 이유도 묻고 싶습니다.
Purplest - 궁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고, 전 그림 그리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재주 있는 사람이 그림 그리는 것만큼 당연한 게 있을까요? 그림이라는 넘(?) 아주 오래 전부터 해오던 습관처럼 저에겐 소중한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를 업으로 삼으며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도 저에겐 상당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 저에겐 아주 소박하고 담백한 맛이 납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끝없이 그렇게 살아가는…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cgLand - 그럼, 그림을 그리지 않고 쉬실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Purplest - 전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무조건 만납니다. 그리고 신나게 놉니다. 시원한 맥주도 한 잔씩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눕니다.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집 청소도 하고… 밥하려면 장도 봐야 하고… 밥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얘긴데요. 이 세상 최고의 디자이너는 우리들의 어머니가 아닌가 싶네요. 어떻게 그런 요리들을 맛깔스럽게 해내는지…… 예전엔 몰랐습니다. 전 작업하고 있을 때도 그렇게 힘든 것 같지는 않아요. 며칠 정도의 시간이 허락된다면 고향에 갑니다. 고향가면 사랑하는 어머니와 이쁜 여동생이 있지요. 자주 만나지 못하는 분들도 만날 수 있고요.

작품

pinup 2

cgLand - pin-up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정물일 수도 있고, 꼭 사람을 그리자면, 굳이 여인이 아닌 남녀노소 다양한 얼굴을 그릴 수 있는데…
Purplest - 그 어떤 고집을 피운 것도 아닌데 여인을 그리게 되었네요. 정물도 그리고 그 어떤 제품 디자인도 하고 때로는 풍경화도 그리는데 말이죠. 언젠가부터 인체에 대한 그 매력을 느끼고 나서부터일 겁니다. 여인의 얼굴이란 정말 아름다운 곡선을 가집니다. 남성이 가진 그 힘의 곡선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죠. 여성의 자태와 그 표정에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감히 아름다운 여인에 도전합니다.

cgLand - 인체를 실제와 가깝게 묘사하고 싶다면, 인체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Purplest - 이 질문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해부학적 지식 없이 인체를 묘사할 수 있을까요? 당연 해부학적인 면을 알고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캐릭터의 특징은 인체를 기준으로 한다고 봅니다. 저도 많이 부족하여 공부하는 학생 입장입니다만, 감히 말씀 드리자면 인체만큼 신비감을 가지는 그 무엇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메카닉 디자인도 인체의 알고리즘을 무시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잘 모르는 메카닉적인 면도 있겠지만요. 전 손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너무 신기해서 웃음이 납니다. 사람의 손…… 그림 그리기 딱 좋게 생겼잖아요.

cgLand - pin-up 시리즈는 왜 요즘에 안 올라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Purplest - 하나씩, 하나씩 올린게 시리즈라는 표현을 만들어 버렸군요. pin-up 이라는 부분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2000년이 시작되면서 입니다. 제가 속해있는 이 한국이라는 나라엔 그때만해도 자체적인 공정은 하나도 없었거든요. 무조건 선진 기술의 겉핥기라는 느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아마 그때 즈음에 인체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부분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3D나 2D나 인체가 가지는 그 부분을 무시할 순 없었고 아마 국내에선 pin-up이라는 장르도 거의 생소한 고기집에 걸려있는 야한 달력 정도로 치부되는 정도였죠. 오래 전부터 정해찬님의 작품이 저에겐 아주 많은 부분의 영향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꼬마 아이처럼 마냥 좋아했었거든요. 지금도 그렇지만… 적어도 테크닉적인 면으로는 현존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는 감히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pin-up 작품은 현재 pin-up 작품이 완성되는 날이 아닐까요?

cgLand - pin-up 시리즈말고 공개할 수 있는 작품도 볼 수 있을까요?
Purplest - 저에겐 아주 소중한 그림들이 있긴 하지만 공개할 만큼의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뵙기를 스스로 기대해봅니다.

cgLand - 그럼, 언제쯤 다음 작품을 볼 수 있을까요?
Purplest -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 끝나면 볼 수 있겠죠……?

cgLand - 어떤 작업을 진행하고 계십니까?
Purplest - 작년부터 HDR image 를 사용한 환경셋팅을 연구중입니다. Pinup 일러스트도 HDR 환경의 맛을 좀 보지 않을까 싶네요.

pinup 3

cgLand - 작품을 할 때는 무슨 생각하세요?
Purplest - 아무 생각도 안 합니다. 저의 5감은 단지 그 인물을 향해 있습니다. 외람된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가끔 작품 속의 인물이 웃기도 합니다.

cgLand - 다른 작가들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 있다면 소개 바랍니다. 어떤 느낌을 주었다던가, 동기가 되었던….
Purplest - 스머프와 로드러너를 좋아했었습니다. 스머프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의 개성을 좋아했었습니다. 가가멜도 좋았고 아지라엘도……^^ 모두들 잘 아시죠?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작가라면…… 음……지금은 김형준 작가님이 생각이 나는군요. 강한 설득력과 마인드를 가지신 분입니다. 인상도 무척 좋구요.

cgLand - 그림을 그리다가 막힐 때는 어떻게 하세요?
Purplest -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이것 저것합니다. 사람들 많은 곳에 가서 사람 구경합니다. 사람들 속에 부대끼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서점에 들러 이것저것 책도 보구요.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가 있지요. 그러다 보면 긴장이 풀리더라구요.

cgLand -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오재관 작가님만의 기법이나 방법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Purplest - 많이 보고, 듣고, 말하고, 읽고, 쓰고, 느끼고, 닦고, 조이고……^^ 모든 분들이 가지는 독특한 자기만의 방법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전 마우스보단 연필에, 모니터보단 스케치북에 친합니다. 제 자신을 맘대로 콘트롤 할 수 있기도 하구요.

cgLand - 실력향상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Purplest - 영화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같은 영화를 몇 번씩이나 보고 그러죠. 사운드 없이 영상만 보기도 하구요. 반대로 소리만 듣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느낌과 색다른 부분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재미도있구요.

cgLand - cgLand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오재관 작가님께 도움을 드리고 있다면, 어떤 도움을 드리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Purplest - cgLand의 성장속도를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탄젠트곡선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알찬 내용과 그 소식들도 아주 빨리 접할 수 있게 도움을 주지요. 현재 국내외 많은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도 있구요. 요번처럼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항상 발전하는 cgland 가 되기를 바랍니다.

cgLand - cgLand말고 자주 방문하는 싸이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Purplest - 제가 들르는 C.G. 관련 사이트는 여러분들도 잘 아실 거구요. 음…… 전 딴지일보 자주 갑니다. 볼 것도 많고 재밌는 내용도 많고 시사적인 부분도 있구요. C.G. 관련기사도 몇몇 있던데요…하여튼 제대로 까발리는 게 맘에 들더라구요.^^

미래

cgLand - “한국에서 C.G.를 한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Purplest - 누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던 그건 그 사람의 몫이 아닐까요? 윗사람은 당기는 힘이 있어야 되고 아랫사람은 따라갈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인력도 부족하고 지금도 시행착오를 거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 상황이 나빠질 것 같진 않습니다

pinup 5

cgLand - 손에 스케치북과 연필이 있고(혹은 휴대가 간편한 그림도구)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비행기 표가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Purplest - 디즈니랜드 가고 싶어요. 구경도 하고 싶고 놀고도 싶고…… 현대디자인의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젖소가 딸기를 먹으면 딸기우유가 나오고, 초콜릿을 먹으면 초코우유가 나올까요? 디즈니의 거대한 힘을 몸으로 느끼고 싶네요. 혹시 다녀오신 분 있으시면 이야기 좀 해주세요. 전 외국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네요…

cgLand -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으세요?
Purplest -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님 되지 않을지도…C.F.나 영화의 영상 쪽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회가 오겠죠?

cgLand - 인터뷰를 읽고 있는 cgLand 회원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Purplest - 제가 여러분들에게 무슨 말을 할만큼의 위치는 아닌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귀나 한편 소개할까 합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칼릴 지브란

모두 파이팅 입니다.

cgLand - 작품 활동으로 바쁘신데, 귀한 시간 이렇게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즈니랜드와 스머프를 좋아하는 오재관 작가. 하지만, 그와의 대화를 통해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대 타협하지 않는 강한 면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작품을 언제쯤 다시 접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멋진 작품을 기대하며 차분히 기다려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