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구미호뎐1938>, <환혼>, <경이로운 소문2> 등 굵직한 K-콘텐츠의 시각적 완성도 뒤에는 이들의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 오랜시간 함께 일해온 시니어 아티스트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이오칠스튜디오(257 Studios)는 이제 합성, 3D, FX, R&D, AI 등 전 공정을 아우르는 완성형 VFX 스튜디오로 우뚝 섰다.
화려한 기술보다 '작품의 결'을 먼저 고민하고, 다가오는 AI 시대에 불안해하기보다 '아티스트의 안목'이라는 본질을 강조하는 이오칠스튜디오. 대한민국에서 가장 건강한 창의성이 역동하는 공간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씨지랜드가 들어보았다.

▲ 현업 베테랑 합성 아티스트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이오칠스튜디오(257 STUDIOS)의 입구 현판.
Part 1. 257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기본의 힘'
Q. 씨지랜드 독자분들께 이오칠스튜디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오칠스튜디오는 현업에서 발을 맞춰온 베테랑 합성 아티스트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곳입니다. 사명인 ‘257’은 저희 창단 멤버들이 합성 툴의 특정 노드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던 설정값에서 유래했습니다. 우연처럼 일치했던 그 숫자가 이제는 저희의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시작은 대한민국에서 합성을 가장 잘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합성 테크니컬 아티스트(Technical Artist) 출신으로서, 단순히 결과물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 과정까지 완벽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파이프라인 구축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습니다. 현재는 합성 파트를 넘어 3D, FX, R&D, AI 등 전 공정에서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합류하여 완성형 VFX 스튜디오로 거듭났습니다.
Q. <구미호뎐1938>, <환혼>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돌이켜보면 <환혼 1, 2>, <구미호뎐1938>, 그리고 <경이로운 소문2>를 동시에 수행했던 시기가 이오칠스튜디오 역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장르 색채가 강하고 기술적 난도가 높은 대작들을 한꺼번에 소화하느라 전력을 다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치열했던 과정이 결국 거대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일을 많이 하는 회사'가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최종 결과물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VFX 올인원(All-in-one)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체급으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어떤 어려운 장르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지도가 높아졌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Q. 수많은 VFX 스튜디오들 사이에서, 257스튜디오만이 가진 차별화된 강점(Core Competency)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는 작품을 처음 마주할 때 '어떤 화려한 기술을 쓸까'를 먼저 고민하지 않습니다. 대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연출자가 이 장면에서 전달하려는 정서가 무엇인지'를 깊이 파고듭니다. VFX는 결국 이야기의 몰입을 돕는 도구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민을 현실로 구현하는 힘은 저희의 뿌리인 합성에 있습니다. 수많은 VFX 스튜디오 사이에서 이오칠스튜디오만의 차별점을 묻는다면, 저희는 역설적으로 '기본의 힘’이라 답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나 도달하기 힘든 그 당연한 기본을 타협 없이 지켜내는 것, 그리고 그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가장 완벽한 합성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저희가 가진 가장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 스튜디오 복도에 전시된 참여 작품들. <환혼>, <구미호뎐1938>, <자백의 대가> 등 다수의 대작을 통해 올인원 솔루션 역량을 증명해 냈다.
Part 2. 프로젝트와 기술력 (Work)
Q. 최근 진행하신 프로젝트 중, 기술적으로 가장 도전적이었거나 공을 들였던 작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tvN <그 놈은 흑염룡>의 게임 속 크리처 구현입니다. 단순한 실사 구현을 넘어, '픽셀'로 이루어진 게임 캐릭터 특유의 질감을 VFX로 녹여내는 독특한 시각적 문법을 시도했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크리처 작업도 공을 들이는 분야입니다. KBS <남주의 첫날밤>에서는 호랑이와 쥐 크리처를 사실적으로 구현해 냈고,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에서는 거미 크리처와 광활한 절벽 환경(Environment) 작업을 통해 기괴하면서도 압도적인 공간감을 완성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협업 사례인 넷플릭스 <헤벨리우시>는 폴란드 VFX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광활한 해양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며 거대한 '물'의 리얼한 질감을 구현하고 렌더 타임을 최적화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Q. 하이엔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257스튜디오만의 파이프라인 특징이나 R&D 철학이 있다면요?
이오칠스튜디오 파이프라인의 핵심은 '글로벌 표준에 맞춘 고효율 시스템'입니다. 세계적인 스튜디오가 채택하고 있는 USD(Universal Scene Description) 파이프라인을 뼈대로 구축하고, 렌더러로는 RenderMan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스튜디오의 아티스트들이 각기 다른 파트에서 작업하더라도 데이터 손실 없이 실시간 병렬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효율이 뛰어납니다.
저희의 R&D는 화려한 기술 그 자체보다 '실질적인 작업 효율'에 무게를 둡니다. 아티스트들이 복잡한 기술적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본연의 작업인 '좋은 비주얼'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 오직 최고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몰입할 수 있도록 차분하고 집중도 높게 조성된 이오칠스튜디오 업무 공간 전경.
Part 3. 문화와 환경 (Culture)
Q. 실제 근무하는 아티스트들이 느끼는 257스튜디오의 사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크지 않은 규모의 정예 조직 특성상 모든 직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일하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은 곧 작품의 퀄리티와 직결됩니다. 이를 위해 명확한 R&R을 기반으로 한 보고 체계를 세워 효율을 높이고, 작업 과정에서는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고 수평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지향합니다. '어제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티스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Q.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 제도가 있다면 자랑해 주세요.
생일 반차 및 선물, 카페테리아, 건강검진비 지원, 9시~11시 시차출퇴근제, 반반차, 야식비, 매달 회식비 등 실질적으로 생활과 업무의 균형을 돕는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Part 4. [Special Theme] AI 시대, 아티스트의 길을 묻다
Q.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 속에서, 257스튜디오는 제작 환경에 어떤 변화를 주고 계신가요?
생성형 AI 기술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다만, 이오칠스튜디오가 바라보는 AI의 역할은 '아티스트의 대체'가 아닌 '창의적인 업무의 지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이 단순 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더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짧은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모델들을 파이프라인에 최적화하여 녹여내고 있습니다. 또한, 보안이 생명인 특성을 고려해 외부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추고 폐쇄된 자체 파이프라인 내에서 안전하게 접목하는 '기술의 내재화'를 최종 목표로 구축 중입니다.
Q.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시대의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도구가 아닌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 최선의 결과물을 끌어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영상 학문의 기초, 디자인에 대한 깊은 이해, 색과 빛에 대한 감각 같은 전문적인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결국 제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인재상은 '탄탄한 기본기 위에 새로운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진 사람입니다.
Q. AI로 인한 변화에 불안감을 느끼는 많은 CG 작업자들에게 리더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정체되는 것입니다. 시니어 아티스트들께는 이미 갖추고 계신 '좋은 그림을 만드는 눈'에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더한다면 훨씬 파괴력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실 수 있을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니어와 예비 아티스트들 역시 유연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단순 작업이 AI로 대체될 것이라 두려워하기보다, AI를 활용해 작업 속도를 끌어올리고 그 남는 시간에 어떻게 더 높은 예술적 가치를 고민할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기술을 능동적으로 수용한다면, 여러분은 AI에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진정한 아티스트로 거듭날 것입니다.
Part 5. 비전 및 채용 (Vision)
Q.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이 포트폴리오나 면접 준비 시 신경 썼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주니어 아티스트는 지나치게 정형화된 패턴을 따르기보다 본인만의 감각과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 독창적인 작업물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시니어의 경우 릴(Reel)을 통한 안정적인 역량 증명은 물론, 본인이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는지 담은 상세한 경력기술서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모든 연차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면 면접을 통한 소통 능력'입니다. 동료들과 함께 최선의 비주얼을 만들어가려는 자신감 있는 자세와 소통의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Q. 마지막으로 257스튜디오가 그리고 있는 향후 목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장 오랫동안 고민했던 질문은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 일해야 행복한가'였습니다. 저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아티스트가 즐겁게 일하며, 매일 아침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서로의 실력을 존중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그 에너지가 오롯이 작업물에 투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건강한 창의성이 역동하는 VFX 스튜디오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 257 STUDIOS 김기욱 대표
전계철 편집주간 member@cgl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