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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칼럼]컨셉 일러스트레이터 렘코 트루스트 Remko Troost   2011-04-09
부모님의 집 벽면, 여러 디지털 그림쟁이들의 화면, 그리고 이젠 디지털브러시의 속지까지 점령한 벨기에의 디지털 아티스트 렘코 트루스트를 만나보자.
씨지랜드기자 cgland@cg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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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일러스트레이터 렘코 트루스트 Remko Troost

부모님의 집 벽면, 여러 디지털 그림쟁이들의 화면, 그리고 이젠 디지털브러시의 속지까지 점령한 벨기에의 디지털 아티스트 렘코 트루스트를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디지털 아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요?

안녕하세요. 전 암스테르담에서 자랐고, 어렸을 때부터 살던 집의 벽에 이상한 것들을 그리면서 놀았어요. 부모님들은 벽이 더러워지는 것을 고민하시다가 종이라는 것을 사주셨고, 대부분의 그림쟁이들이 그렇듯 전 종이에다가 제 환상의 영웅을 제일 먼저 그렸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제다이, 우주선, 공룡이었어요. 하지만 종이가 너무 작아서 다시 벽에다 그리기 시작했다가 따끔하게 혼이 났죠.
그러다가 프레스코 작업에 프리랜서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제가 해본 작업 중 가장 큰 2500 제곱피트의 벽면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굉장히 어려웠지만 또한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디지털로 전환한 것이 1998년에서 2000년 사이였던 것 같아요. 어떤 큰 전환기를 맞았다기보다 그림을 그리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툴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말이죠. 저에게 있어 ‘디지털’이란 그저 하나의 굉장히 빠른 툴일 뿐입니다. 제 머릿속 비전을 구현하는 다른 툴과 동급의 것이죠. 배우고, 실험하기가 정말 재미있는 툴입니다.


게임 산업에 컨셉 아티스트로 처음 발을 들여놓은 건 HAdesproductions라는 조그마한 스튜디오에서 제가 시나리오까지 직접 짠 게임을 만들면서였어요. 그때 월이미지Wallimage라는 곳에서 후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엘스웨어 엔터테인먼트Elsewhere Entertainment, 10TACLE 스튜디오에서 수석 컨셉 아티스트로 활동을 했습니다. 토템Totems이란 게임 작업을 했었는데, 이 또한 역시 취소가 되었습니다.
그 후 유비소프트 파리 지부에서 저를 초청해 주셔서, Wii 게임인 레드스틸2Red Steel 2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환경과 캐릭터, 무기를 제작했습니다. 지금은 벨기에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고 유비소프트, 아마스튜디오Amastudios, 환타지 플라이트Fantasy Flight 등의 클라이언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렸을 때 집 벽에 그림을 그리시던 시절부터 처음 프리랜서로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셨을 때까지 어떤 교육을 받으셨나요?

사실, 전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경우예요. 2년 동안 전통 인쇄 및 그림 기법에 대해 공부한 적은 있지만 예술 학교나 기관 같은 곳에 등록을 해본 적은 없어요. 20살 때 벨기에로 이사를 오면서 빨리 돈을 벌어야 하기도 했고요. 저희 어머니와 할아버지는 전통 미술을 무척 좋아하시던 분이셨고,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미술 작품들을 접하면서 자랄 수 있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던 때부터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왔던 것 뿐이지 특별히 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습니다. 그림쟁이들이 다 그렇듯 말이죠.
또한 자연, 역사, 예술에 관한 책들을 평소에도 굉장히 많이 읽는 편이에요. 예전부터 그랬었는데, 그런 것들이 쌓이니까 아주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밖에 나가서 사진도 많이 찍고, 멍하니 주위 풍경과 사람들을 몇 시간씩 관찰하기도 합니다. 주위만 살펴도 세상엔 배울 것 투성이거든요. 예술이 좋은건, 배움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광고계에 몸을 담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가 다시 그림 세계로 돌아오게 되었나요?

무시무시한 거대 트롤들과 대형 총을 들고 있는 소녀들이 그리웠어요. 그리고 사실 벨기에에서 게임 산업이란 아직 굉장히 미미하기 때문에 먹고 살려면 무엇이든 해야 했죠. 그래서 저도 광고 일을 프리랜서로 시작하게 된 것이고요.
그러다가 처음 Hades Productions라는 게임 제작 스튜디오에서 의뢰가 들어왔어요. 너무나 재미있었고, 그래서 남는 시간에 스스로 게임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이 지나고 나니 사람들이 스노보드 없이는 살 수 없는 이상한 미래 세계가 담긴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그 책을 무심코 Hades Productions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어요. 그 어떤 기대를 가지고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냥 제 그림들을 보여준 것이죠. 근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투자자를 찾아서 본격적으로 게임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이 시기가 저에게는 무척 중요한 때였어요.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일러스트레이터, 장면 아티스트, 디자이너로서 저의 게임에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몇 달 후 Hades가 문을 닫는 바람에 데모도 완성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 즐겁기 때문에 저는 여건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제 꿈이 되어버렸던 것이죠.

게임을 직접 쓰고, 디자인하고 프레젠테이션 했던 경험을 살려 다시 한번 도전해보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현재 클라이언트의 작업들로도 충분히 만족하십니까?

물론 다시 도전해야죠. 자신만의 작품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는 것은 굉장한 기쁨이자 만족거리입니다. 또한 배울 것도 훨씬 많고 훨씬 자유스럽죠. 사실 이미 피싱캑터스Fishing Cactus라는 스튜디오와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에 본격적으로 매진하기 전까지 더 많은 경험을 먼저 쌓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대회에 참가하셨어요. 전 개인적으로 Little Freddy라는 작품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렇게,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얻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런 대회가 아티스트 커뮤니티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일단 참가하는 것 자체가 무척 재미있죠. 전 세계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고, 사귈 수 있기도 하고요. 또한 그렇게 만난 아티스트들로부터 배우는 것들은 양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수상자들이 스케치부터 완성작까지 어떻게 이미지를 완성했는지를 공개할 때도 많은데, 그것도 참 귀한 경험이 됩니다.
게다가 같은 주제를 놓고 어찌나 다양한 관점들을 토해놓는지, 그걸 하나하나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만족감이 느껴집니다. 만족감뿐이 아니죠. 굉장한 자극이 되기도 하고 영감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런 것 외에는 이런 경쟁 작품들을 가지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꾸밀 수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어쩌면 미래 잠재 클라이언트의 눈에 들 수도 있겠죠. 실제 저 같은 경우는 대회를 통해 클라이언트를 확보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대회들을 통해 얻었던, 가장 인상 깊은 가르침에는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어떤 작품에 이런 배움이 녹아들었나요?

정말 많은 코멘트들을 받았었고, 대부분 큰 보탬이 된 것들이었습니다. 그 코멘트들 덕분에 제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아티스트에게 아주 중요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번 CGSociety에서 주최한 그레그 베어Greg Bear의 저서 이온EON에 관한 콘테스트를 열었을 때, 마티아스 베르하셀트Matthias Verhasselt는 저한테 캔버스를 좀 더 3D로 생각하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페인팅에 힘을 더 실어라, 전경과 배경의 구분을 더 확실히 해라 등의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월러스Walrus라는 친구도 늘 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데요. 이런 조언들과 응원이 있어서 콘테스트들이 빛나는 것입니다.

여태까지의 작품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죠?

어려운 질문이네요. 대부분은 그림을 완성하고 몇 시간 혹은 몇 일 정도는 굉장히 뿌듯해요. 하지만 곧 얼마 안 있어,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저 부분은 손을 봐야 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배움과 발전에 있어 결코 멈춤이 없습니다. 모든 작품이 다음 작품을 그리기 위한 초석이 되죠. 개인적으로는 아주 오래 전에 작업했던 2500 제곱피트짜리 벽화 작업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배우기도 많이 배운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바로 스스로를 이 길로 들어서게 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어렸을 때도 벽화로 그림을 시작하셨다고 하셨고요. 혹시 앞으로도 벽화를 더 그리실 계획이 있으세요?

그렇게 정리하니, 또 말이 되네요. 물론 하고 싶죠. 일단 할 시간과 벽을 먼저 찾아야겠습니다. 조만간 한 친구와 그 녀석의 집 벽에 그래피티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아직 아내분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빈 벽을 보고 그림 도구들을 챙겨와 옆에 늘어놓고 음료수와 음악을 준비하는 것만으로 벽화 작업의 재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대형 캔버스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므로 구성력과 레이아웃 실력도 확실히 늘어납니다.

스스로의 스타일이나 아트웍에 대해 설명한다면 어떤 식으로 하시겠습니까?

저는 항상 새로운 스타일이나 작업 방식을 연구하고 모색합니다. 현실감 강한 이미지에 가벼운 위트나 코믹 요소를 첨가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빛과 텍스처의 작용은 현실 세계의 것을 그대로 옮겨오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지만 코믹 혹은 만화와 같은 형태나 색을 사용합니다. 제 친구 중 한 녀석은 유럽식 만화와 미국식 만화의 중간 쯤 되는 스타일을 가졌다고 저한테 말하더라고요. 제 스타일이 어떻든 일단 그래피티에서 그림을 출발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나오긴 합니다. 이런 저런 것들이 다 섞여있는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무리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르는데요. 한 가정집의 환경을 개조하신다고 했을 때, 스위스 로빈슨 스타일로 하시겠습니까,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로 하시겠습니까?

스위스 패밀리 로빈슨이지만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로 하고 싶군요. 농담이고요. 전 스위스 스타일이죠, 당연히! 자연을 사랑하거든요. 산속 깊이, 그러나 바다와 그리 멀지 않은 곳 작은 마을에 들어가 살고 싶습니다. 가족들과, 개, 염소들을 데리고요. 그리고 밖에서는 그림을 계속 그리겠죠.
인터뷰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 역시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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